[영화로 보는 경제] 세계대전과 경제⑤ 일본은 왜 계란으로 '진주만'을 쳤나
[영화로 보는 경제] 세계대전과 경제⑤ 일본은 왜 계란으로 '진주만'을 쳤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1.06.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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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지만 유럽에 밀려난 일본
중국 만몽지역 확보 놓고 미국과 갈등
국제연맹 탈퇴 후 본격화된 침략
자원 확보 위기감 고조,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
진주만(Pearl Harbor, 2001)감독: 마이클 베이출연: 벤 애플렉(레이프 맥콜리), 조쉬 하트넷(대니 워커), 케이트 베킨세일(에블린 존슨), 쿠바 구딩 주니어(도리 밀러)별점: ★★★ - 지루한 애정씬이 넘어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
진주만(Pearl Harbor, 2001)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벤 애플렉(레이프 맥콜리), 조쉬 하트넷(대니 워커), 케이트 베킨세일(에블린 존슨), 쿠바 구딩 주니어(도리 밀러)
별점: ★★★ - 지루한 애정씬이 넘어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도쿄올림픽을 두고 일본이 또 욱일기 디자인을 사용해 논란이 있습니다. 욱일기는 일본군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했기에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합니다. 이런 논란을 보고 있으니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건 미국의 참전 때문이었고, 미국 참전은 진주만에서 일어난 전투가 계기였습니다. 영화 ‘진주만’은 당시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왜 일본은 달걀로 미국이란 거대한 바위를 치며 패배를 자초했을까란 물음에 답으로 ‘먹고 사는 문제’라 말하면 너무 미화시킨 것이겠지요.

시작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며 승전국에 포함된 일본은 이후 별달리 얻은 게 없었습니다. 일본은 러시아와 조약을 통해 만몽, 남만주와 동부내몽골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소련이 탄생했고, 중국에서 중화민국이 건국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일본은 만몽지역을 ‘일본의 생명선’이라 부를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지만 유럽의 승전국은 일본을 동급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유럽에게 일본은 또 다른 상품시장이었고, 일본은 부족한 자원을 만회하기 위해 식민지를 만들려 해도 이미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만몽지역은 그런 일본에게 상품시장이자 원료 공급지였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어난 사건이 바로 일본의 자작극 ‘만주사변’입니다. 이로 인해 일본의 중국 침략을 위한 병참 기지가 만주 지역에 만들어 지고 1937년 중일전쟁이 시작됩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지도. 사진=위키피디아
태평양 전쟁 당시 지도. 사진=위키피디아

1940년 일본이 자급자족적 아시아 국가를 내세운 대동아공영권이나 “아시아는 아시아인이” 표어를 사용한 건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주권을 인정하는 게 아닌, 일본이 아시아 질서를 책임지겠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숱한 자원을 침탈해 갔죠.

중국은 일본과의 문제를 국제연맹에 제소했고, 국제 연맹은 조사단을 파견했고 이 결과가 리턴 보고서‘에 나타나 있습니다. 당시 국제 연맹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유럽은 일본을 통해 아시아 지역 질서를 유지하려 했지만, 만몽지역이 중국 땅임을 인정하라는 요구에 일본은 국제 연맹을 탈퇴하고 군부에 힘이 실리며 태평양 전쟁까지 이어집니다.

일본은 상하이와 난징, 우한을 점령했고 중국에 시장을 확보하고 있던 미국은 일본에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하는 것도 거슬렸습니다. 미국은 1939년 1월 일본에 금수조치를 취했고, 7월에는 미일통상항해조약을 파기 통고하며 경고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독일에 손 내민 건 당연해 보입니다. 일본은 1940년 9월 독일·이탈리아와 삼국동맹을 맺은 후 같은 달과 1941년 1월, 유럽에서의 전쟁으로 취약했던 프랑스령 인도차이나까지 침략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은 미국보다는 중일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중국 시장이 어디까지나 목표며, 영국과 미국 등 연합국의 지원과 중국의 연결선을 끊어 중국의 의지를 꺾으려 했습니다. 미국은 일본이 인도차이나까지 침략하자 미국 내 일본 자산 동결과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합니다.

영화에서처럼 미국은 일본의 기습공격은 예측하고 있었습니다(선전포고를 안 할 줄은 몰랐지만). 그렇지만 미국은 일본이 설마 진주만을 표적으로 삼을지는 몰랐습니다. 진주만의 수심은 약 12m 정도로 얕아 어뢰를 사용하기에 무리였고, 그렇다면 일본도 미국 함대로 인한 상당한 피해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처럼 미국은 어뢰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고, 일본은 나무를 부착해 어뢰가 얕은 수심에서도 깊이 가라앉지 않게 만들어 해결했습니다.

태평양 전쟁 시 미국은 진주만 기습을 예상치 못했고, 피해는 일본이 기습 후 한 시간 후 선전포고를 하며 더욱 커졌습니다. 사진=다음영화
태평양 전쟁 시 미국은 진주만 기습을 예상치 못했고, 피해는 일본이 기습 한 시간 후 선전포고를 하며 더욱 커졌습니다. 사진=다음영화

일본은 기습공격을 통해 피해를 최대한으로 입히면 미국이 협상에 나설 거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전함을 건조하는 데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렸고, 미국이 회복하는 사이 일본이 동남아 지역까지 확보하면 미국과의 협상에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었습니다. 또 당시 일본 지도층은 일본식 아시아 관계 수립 방식에 미국이 반대하며, 그런 미국의 국력이 커지는 동안 일본 석유 비축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개전을 미루는 건 손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란 나라를 너무 간과한 판단이었습니다. 1941년 말 기준 함재기(艦載機) 생산량을 보면 일본을 100으로 봤을 때 미국은 107정도 였습니다. 일본하고만 전선을 유지하지 않는 미국으로선 대응하기 힘든 수치였을 겁니다. 미국의 함재기 생산량은 1942년 말까지 일본과 비슷했습니다. 일본의 기습공격을 통한 기선제압이 마냥 허무맹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1943년 6월 231, 12월 332, 전쟁이 막바지로 향하던 1944년 6월 580, 12월 880, 전쟁이 끝난 무렵인 1945년 7월에는 1509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결정난 건 미국의 대량생산 능력이 빛을 발한 1944년 6월에 있었던 마리아나해전이었습니다. 필리핀 인근 마리아나 제도는 일본의 마지노선과 같았고, 해상에서 일어난 이 전쟁에서 일본은 전력을 총동원해 미국과 부딪혔지만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겪고 맙니다. 1941년 태평양 전쟁 개전 후 전쟁 종료 시까지 사망한 일본군 전사자 중 상당수가 1944~1945년에 몰려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도조 히데키를 포함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사진=BBC
지난 2020년 도조 히데키 포함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사진=BBC

메이지 시대 해군장교 미즈노 히로노리는 아마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즈노 히로노리는 “일본이 영토 문제로 위협을 받지 않는다면, 일본의 불안 요인은 경제적인 불안일 것이다”고 말하며 지구전과 경제전에 약한 일본의 현실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시와라 간지는 “세계 최후의 전쟁은 미국과 일본이 각각 진영으로 나뉘어 항공기로 결전을 치르는 것”이라며 “전 중국을 근거지로 하면서 잘 이용하면 20년, 30년이라도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 생각을 광기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많은 내용은 가토 요코의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가토 요코는 왜 일본은 자신들을 피해자로 여기는지 말합니다. 첫 째로 젊은 남성이 미혼으로 사망하면 재앙이 깃든다는 정서가 전쟁으로 사망한 전사자들과 맞물려서라 말합니다. 둘 째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 주도 하에 많은 사람들이 만주로 개척 이민을 떠났지만 일본이 패배하면서 겪은 고초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욱일기를 사용한 디자인이 도쿄올림픽이라는 전세계적 행사에 또 다시 등장하는 게 섬뜩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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