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의 유혹, '버나드 메이도프' 혀 끝처럼 달콤하고 마법 같았지 [영화로 보는 경제]
머지포인트의 유혹, '버나드 메이도프' 혀 끝처럼 달콤하고 마법 같았지 [영화로 보는 경제]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1.08.20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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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드 오브 라이스(The Wizard of Lies), 버나드 메이도프가 무너진 과정
불황 속에서도 10% 수익 제시…신규 투자자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 수익 제공
탐욕의 월 스트리트…찰스 폰지로 생격난 SEC 위원장에 메이도프를 임명
더 위저드 오브 라이즈(The Wizard of Lies, 2017)
감독: 배리 레빈슨
출연: 로버트 드 니로(버나드 메이도프), 미셸 파이퍼(루스)
​​​​​​​별점: ★★★ - 감정은 충실하지만 사건은 읽히지 않는다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쓸수록 중독되는 할인의 맛’이라는 머지포인트로 인해 뜨거운 한 주였습니다. 머지포인트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은 전액은 커녕 60%만 환불을 받아 손해를 피할 수 없는데 정작 머지포인트 경영진들은 수 백 억원 부채에도 고가 외제 차량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머지포인트 경영진들이 이용한 돈은 회사의 수익에서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고객들의 돈이었습니다. 수익 구조가 그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수익 구조를 세간에서는 ‘폰지게임’이라 부릅니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보며 떠오르는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역대 최대 규모 폰지사기로 불리는 ‘버나드 메이도프’입니다. 버나드 메이도프가 설립한 버나드 메이도프 투자증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실체는 금융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그 중심에 있는 월스트리트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없고 허술했습니다.

본격적인 버나드 메이도프 얘기에 앞서 폰지게임 아니, 폰지사기의 시작부터 이야기하려 합니다. 폰지사기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존 투자자에게 신규 투자자의 돈을 떼어내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A가 100만원을 투자해 받은 10만원의 수익금은 B가 투자한 100만원에서 떼어낸 돈이었던 거죠.

다단계 또는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불리는 판매 방식도 폰지게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간에 상품이 있지만 새로운 구매자가 계속해 나타나야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대부분 다단계 판매는 별 볼일 없는 상품으로 수익만 기대케 합니다. 사진=법제처
다단계 또는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불리는 판매 방식도 폰지게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간에 상품이 있지만 새로운 구매자가 계속해 나타나야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대부분 다단계 판매는 별 볼일 없는 상품으로 수익만 기대케 합니다. 사진=법제처

이전부터 이런 방식이 있었다고 하지만 폰지사기로 이름이 알려진 건 1920년대 이탈리아계 미국 이민자 찰스 폰지에서 비롯됐습니다. 찰스 폰지는 당시 만국우편연합 가입국들 간 환율차이를 이용해 A국에서 낮은 가격으로 구입한 우표쿠폰을 B국가에서 비싼 가격으로 되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찰스 폰지는 2~3달만에 50~90%라는 터무니 없는 수익률을 제시했고 당시 우표와 현금 교환은 불법이었음에도 이게 먹혀 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탄생합니다.

버나드 메이도프의 시작은 찰스 폰지로부터 50년이 지난 1970년대로 돌아갑니다. 버나드 메이도프가 폰지사기를 시작한 시점은 1960년 버나드 메이도프 투자증권 설립 후 10년 후인 1970년으로 봅니다. 1970년대 미국은 금태환 정지 조치로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를 알린 닉슨쇼크부터 1978년 10월 2차 오일쇼크까지 이어지는 불황의 시기였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매년 8%에서 많게는 15%까지 수익을 안겨주는 버나드 메이도프 투자증권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겠죠. 버나드 메이도프에 주목한 사람들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의 ‘인류를 위한 재단’, 프로야구팀 뉴욕 매츠와 프로풋볼팀 필라델키아 이글스의 전 구단주 등 유명인도 있었지만 영국 HSBC, 로열 스코틀랜드 은행,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생명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금융업계도 있었으니 일반 사람들까지 혹한건 당연해 보입니다.

실제 버나드 메디도프 모습. 사진=네이버
실제 버나드 메디도프 모습. 사진=네이버

버나드 메이도프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투자 방식을 ‘분할 태환’이라 소개합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00지수에 속한 우량기업 주식을 매수할 때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사고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파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 이런 방식은 운용이 어렵다고 지적했고, 닷컴버블과 같은 사태 속에서도 10%를 넘나드는 버나드 메이도프의 수익률에 대해 사기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분명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건 사기였습니다.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버나드 메이도프는 모여든 자금으로 주식 투자를 행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지급된 수익금은 바로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이었습니다. 이런 사기에 분식회계가 이런 수익 구조를 가리는데 뒤따랐고, 고객에게는 가짜 투자자계정보고서가 제공됐습니다.

신규 투자자만 있다면 끝없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졌을 겁니다. 버나드 메이도프 사태로 발생한 피해액만 650억달러, 76조원에 이릅니다. 버나드 메이도프가 유치한 투자 원금은 175억달러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은 폐쇄적 고객 유치 전략을 뚫기 위해 피더펀드(feeder Fund)를 이용합니다. 흔히 모자형펀드 알려진 피더펀드는 여러 펀드를 모아 하나의 펀드로 운용하며, 통합운용하는 펀드는 모(母)펀드, 모펀드가 발행한 펀드지분을 취득한 펀드는 자(子)펀드가 됩니다.

허술하게 쌓아 올려진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건 너무나 쉬웠습니다. 650억달러의 자금이 모여 있었지만 단 70억달러 환매 요청에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 행각은 끝나 버렸습니다. 일종의 뱅크런과 비슷합니다. 신규로 계속해 자금이 들어와야 유지되는 피라미드에서 밑 돌을 빼달라 요구하니 당연히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이용한 건 주식이 아닌 사람들의 욕심이었습니다. 사진=다음영화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8년 12월 체포됐고 법정에서 "너무나 죄송하고 부끄럽다" 말했지만, 그는 그렇게 사람들을 속여서 모은 돈으로 펜트하우스에서 생활하며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월 스트리트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월 스트리트는 버나드 메이도프를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에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머지포인트는 20% 할인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는 반대로 사람들에게 20% 수익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상품 마진율이 20%를 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지만 손해를 보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비자를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20% 수익을 안겨준다고 약속한다면 그건 의심부터 해야 하지만 분명 쉽지 않습니다. 다만 욕심이 개입돼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버나드 메이도프 사태에 대해 “우리가 믿었던 부유함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고 빚을 통한 자산가격 상승으로 부를 축적한 미국의 민낯”이라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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