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본전도 못 뽑은 스킨푸드 '노세일' 마케팅…역사 속으로
[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본전도 못 뽑은 스킨푸드 '노세일' 마케팅…역사 속으로
  • 변정인 기자
  • 승인 2021.08.26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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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푸드 노세일 실패…경쟁사 할인 경쟁에 결국 포기
한섬·빈폴은 노세일 성공, 고급 이미지 구축에 결정적
명품마저도 떠난 노세일…코로나19 시장 급변에 '아듀'
그래픽=변정인 기자
그래픽=변정인 기자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 할인이 생명인 유통가에 ‘노세일‘ 마케팅으로 단숨에 주목받은 스킨푸드. 한때 잘 나가던 스킨푸드는 어쩌다가 고객 외면을 받게 됐을까?

스킨푸드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였다. 스킨푸드가 내건 노세일 마케팅의 핵심은 다름 아닌 매일 세일가를 적용해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취지였다.

365일 세일을 한다니, 혹하지 않을 고객이 있을까? “이렇게 세일을 자주 할 거면 처음부터 그 가격에 팔면 되잖아.” 광고 속 배우 이종석의 한마디에 노세일 마케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승승장구하던 스킨푸드가 지금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면 믿겠는가. ‘365일 할인’을 내건 국내 유일 브랜드임에도 고객 발걸음은 뚝 끊겼다. 스킨푸드가 야심차게 내놨던 노세일 마케팅이 오히려 사업 부진의 족쇄가 된 셈이다.

노세일 마케팅은 지난 2004년 설립 당시 스킨푸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카드였다. 일정 가격을 유지하는 노세일 마케팅은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 신생 브랜드였던 스킨푸드에게 필요한 전략이었다. 더불어 가성비 이미지까지 구축할 수 있으니 최적의 선택지였다.

마케팅 효과 성공으로 초반 기세도 좋았다. 스킨푸드 매출은 설립 5년 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지난 2012년에는 약 1833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변해버렸다. 스킨푸드의 경쟁사들인 더페이스샵, 미샤, 토니모리 등이 최대 50% 할인 혜택 행사에 돌입했다. 꿋꿋하게 노세일을 고집하던 스킨푸드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저가 제품을 다량 구매하는 로드숍 고객 특성상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데,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는 경쟁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스킨푸드도 지난 2015년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접어든 하락세를 할인 행사로 무마하기엔 너무 늦었다. 스킨푸드는 지난 2018년 경영 악화에 따른 일부 제품 생산 중단을 시작으로 이듬해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에 매각가 2000억원으로 팔렸다.

스킨푸드는 매각 이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스킨푸드는 175억원 매출액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 매출의 10%도 안되는 규모다.

노세일 전략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노세일 마케팅이 다른 기업에게는 신의 한 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했던 현대백화점 패션 계열사 한섬과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노세일 마케팅을 적절히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섬은 흔히 백화점에 한정되던 노세일 마케팅을 온라인몰에 적용하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한섬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은 지난 2015년 오픈 이후 노세일과 다른 마케팅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5년 만에 매출 약 17배 가량 상승한 효과를 거뒀다.

빈폴도 노세일 마케팅 덕을 봤다. 빈폴 론칭 당시 시장 상황은 해외 브랜드 ‘폴로’가 장악하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빈폴은 매년 약 40억원을 들여 품질 개선에 투자하는 동시에 노세일 전략으로 고급 이미지를 가져가는데 주력했다. 캐주얼 브랜드 간 할인 경쟁이 심화됐을 때도 빈폴은 꿋꿋이 노세일을 고수해 살아남았다.

노세일 마케팅은 더이상 아무도 찾지 않아 역사 저편으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할인 경쟁으로 생존을 위한 탈출구 찾기에 여념이 없다. 급변한 시장에서 일정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정통 노세일 전략의 대표주자 명품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노세일 마케팅은 이전부터 명품 브랜드 판매 과정에서 활용돼 왔다. 명품 브랜드는 백화점이 정기 세일을 할 때도 할인 판매를 하는 법이 없었다. 고급 이미지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매출 하락을 감수해왔지만 최근 달라졌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샤넬도 가방을 약 15%까지 인하한 적이 있고, 구찌도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최대 50% 할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변화에 버버리, 스와로브스키 등 브랜드들도 줄줄이 할인을 적용하며 명품 브랜드 마저 노세일 전략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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