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마케팅: 알쓸신잡] 농심켈로그, 뒷걸음치다 얻어걸린 '파맛첵스'
[유통마케팅: 알쓸신잡] 농심켈로그, 뒷걸음치다 얻어걸린 '파맛첵스'
  • 변정인 기자
  • 승인 2021.09.03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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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던 '파맛첵스'…16년만 펀슈머 마케팅으로 탄생
LG생활건강, 하늘보리…한 끗 차이로 엇갈린 반응
이제는 기업 아닌 소비자 중심 펀슈머 마케팅으로
그래픽=변정인 기자
그래픽=변정인 기자

#펀슈머마케팅 #같은전략 #다른결과 #농심켈로그활짝 #LG생활건강난감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무슨 일을 하든 펀(fun)해 질 수 있을까. 농심켈로그는 의도하지 않았던 파맛첵스로 웃었지만 LG생활건강의 서울우유 바디워시는 예상과 다른 반응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때때로 기업은 제품을 소비하면서 재미까지 더한 펀슈머(funsumer) 마케팅을 시도한다. 하지만 남들에게 재미를 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파맛첵스는 따지고 보면 16년 전 농심켈로그의 실패한 마케팅에서 시작했다.

지난 2004년 농심켈로그는 온라인 투표 형식으로 홈페이지에서 ‘첵스 나라의 대통령 선거’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때 후보로 나온 게 초콜릿 맛을 대표하는 밀크초코당 ‘체키’와 파 맛을 대표하는 파맛당 ‘차카’ 캐릭터다. 16년 전 파 맛이 나는 시리얼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고 농심켈로그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농심켈로그는 큰 고민 없이 투표에서 이기는 쪽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약속을 걸었다.

소비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맛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과연 파 맛 첵스가 나올 것인가’란 생각을 한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많았다. 당황한 농심켈로그는 정보 보완업체까지 동원해 무효표를 찾아내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첵스 초콜릿 맛 출시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마케팅이란 '원하는 제품이 나왔다' 또는 '이런 제품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걸 알리고자 하는 것 아닌가. 농심켈로그가 ‘투표’까지 하며 소비자가 선정한 제품을 거부한 데 반발이 심했고 후폭풍을 막을 수 없었다. 선거철만 되면 '부정 선거'라는 밈으로 등장하는 게 파 맛 첵스 낙선 사례다.

어찌 보면 부정적인 거 같지만 16년간 이어진 끈질긴 출시 요청은 ‘무플보단 악플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첵스 초코와 관련된 SNS 게시물에서 관련 댓글에는 빠지지 않고 파 맛 첵스가 따라왔으며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첵스초코 체키를 탄핵시켜주십시오’란 탄핵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속적으로 첵스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결국 농심켈로그도 16년 만에 실제로 ‘파맛첵스’를 출시하며 소비자에게 합세했다. 작은 투표 이벤트 하나에 소비자와 기업의 생각이 쌓여 펀슈머 마케팅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해당 제품은 출시 전부터 시식단에 1만4000여 명이 참여하면서 관심을 모았고 출시 이틀 만에 대형마트에서 일시 품절 되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에서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잡을 기회는 아니다. 정신 차리고 보면 정작 기업 혼자 웃고 있는 경우도 많다. 

LG생활건강이 서울우유와 협업해 출시한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서울우유와 협업해 출시한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다소 억울할 만했다. 업계에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활성화되자 LG생활건강도 서울우유와 협업한 바디워시 출시로 동참했다. 문제는 해당 제품이 서울우유 제품과 착각할 정도로 너무 유사한 디자인으로 출시됐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은 이 점을 재밌어하길 바랐겠지만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SNS를 통해 한 대형마트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바디워시 제품이 실제 우유 앞에 진열돼 있는 사진이 게시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유아, 노인 등 실제 우유인 줄 알고 제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이후 다른 기업에서도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제품 출시가 지속하자 식품 표시‧광고법 개정안이 대표 발의됐고, 오는 2023년 1월부터 식품 디자인에 섭취할 수 없는 생활화학제품으로 혼동할 수 있는 광고가 제한되기에 이르렀다.

팔도 '괄도네넴띤' 사진=팔도
팔도 '괄도네넴띤' 사진=팔도

펀슈머 마케팅은 한 끗 차이로 반응이 엇갈리기도 한다. 팔도는 MZ세대가 자주 쓰는 신조어를 파악하고 팔도비빔면을 재밌게 부르던 ‘괄도네넴띤’을 실제로 상품화해 마케팅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 2012년 하늘보리는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 라는 문구를 내세웠지만, 의도했던 ‘차’의 의미는 소비자에게 닿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폄하라는 논란만 생기면서 일찍이 광고를 내리기도 했다.

농심켈로그와 LG생활건강, 팔도비빔면과 하늘보리의 차이는 소비자가 주도했느냐 아니면 기업이 소비자를 주도하고 싶었냐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고 기업이 주도한 펀슈머 마케팅이 모두 실패한 건 아니다.

과거 펀슈머 마케팅 이전 펀 마케팅은 지난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해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활발해졌다. TV광고를 통해 볼 수 있는 CM송이나 유행어가 대표적이다. 아마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문구만 봐도 나룻배 위에 누워 있는 배우 신구의 모습과 롯데리아가 떠오르지 않는가.

과거 펀 마케팅이 기업이 제공하는 재미를 소비자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쳤다면 현재 펀슈머 마케팅은 소비자 중심형으로 변화했다.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면서 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가잼비’가 떠오르는 추세다.

롯데리아의 유행어가 있었다면 지금은 맥도날드의 빅맥송을 떠올릴 수 있다. ‘참깨 빵 위에 순 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와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글만 읽어도 멜로디가 입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다. 맥도날드는 빅맥송을 대중화시킨 동시에 ‘전국 빅맥송 자랑’이라는 참여형 이벤트를 더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지난 2015년 진행된 해당 이벤트는 3000여 편의 참여작이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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