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21만원→2000만원 껑충 '헝거 마케팅'
[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21만원→2000만원 껑충 '헝거 마케팅'
  • 변정인 기자
  • 승인 2021.09.1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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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헝거 마케팅에 드로우 선택…구매 유도와 입소문 효과까지
헝거마게팅, 고가 제품에 효과적…명품 에르메스, 샤넬 등
프라다 선택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브랜드 이미지 따라오지 못하며 실패
그래픽=변정인 기자
그래픽=변정인 기자

#나이키 #헝거마케팅에 #드로우더하니 #신발가격이껑충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 나이키가 복불복에 수요·공급의 법칙을 더하자 21만원이었던 신발 가격은 어느새 2000만원으로 훌쩍 뛰어 있었다. 신발이 ‘고픈’ 소비자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나이키 드로우를 손에 넣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나이키는 지난 2019년 가수 지드래곤이 운영하는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해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제품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지드래곤 생일인 8월 18일을 기념해 단 818켤레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정식 판매가는 21만9000원이었지만 한정 판매로 인해 제품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리셀 가격이 최대 2000만원을 넘기며 한때 국내에서 가장 비싼 리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이키는 이와 같은 헝거 마케팅을 잘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혹은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만나는 ‘수량 1개’, ‘매진 임박’ 등 문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고 있는 순간이 있다. 헝거 마케팅은 배고픔을 뜻하는 헝거(hunger)와 마케팅의 합성어로 수요보다 적은 공급으로 소비자를 배고픈 상태로 만들어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말한다.

나이키 한정 판매 제품 출시마다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이 매장 앞에 텐트를 놓고 밤을 새는 풍경이 자주 연출됐다. 그러자 나이키는 헝거 마케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드로우 마케팅’을 선택한다. 드로우는 카드를 뽑는 행위를 말하는 용어로 추첨 판매 방식을 의미한다. 나이키는 한정판 상품의 응모 시간을 미리 알린 후 신정을 받아 당첨된 이들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한다.

에어 조던 1 디올. 사진=디올
에어 조던 1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사진=디올

제품 수량과 구매 기회까지 한정되자 소비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입소문을 타는 효과까지 나타났다. 헝거 마케팅은 소비자의 과시욕과 더불어 경쟁심까지 건들이게 돼 SNS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MZ세대 공략에 적절한 전략이다. 나이키 에어조던과 디올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인 '에어 조던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은 8000켤레 한정 판매에 응모한 인원이 500만명에 달해 당첨 확률은 0.16%였다. 적은 확률이다 보니 개인 SNS에 당첨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이키는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도 얻음으로써 드로우를 통해 헝거 마케팅 효과는 극대화됐다.

갖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구할 수 있는 제품이 없는 상태가 되자 리셀 시장이 활성화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난 2019년 60억달러(7조92억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300억달러(35조460억원)로 전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는 나이키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소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리셀 관련된 언급 키워드로 나이키가 최근 3년 연속 1~2위에 선정됐다. 앞서 언급된 나이키 ‘에어 디올’은 발매가 300만원에서 현재는 1000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헝거 마케팅은 고가 제품에서 더욱 효과가 극대화되며 그중에서도 명품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이 많아 한정 판매 전략이 통할 확률이 높다.

세계 3대 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메스 대표 제품 ‘버킨백’은 국내 판매가는 1400~1500만원 정도로 예약 주문이 폭발해 구매 대기까지 약 3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샤넬의 대표 상품 ‘클래식 라지 핸드백’은 3년 사이 가격이 44.8% 가량이 올랐음에도 여전히 번호표를 받아야 제품 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고가 제품이라고 당연히 헝거 마케팅이 통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헝거 마케팅은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쌓아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브랜드 가치가 동반되지 않으면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프라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프라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자동차의 ‘현대 제네시스 프라다’ 모델은 실패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1년 현대자동차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협업해 제네시스 고급형을 기존 모델보다 약 1700만원 가량 높은 가격에 출시했다. 같은 해 말 제네시스 프라다 판매량은 국내 판매 목표치인 1200대의 1/4에 불과한 300여대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는 현대자동차가 갖고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와 프라다의 명품 이미지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한정 판매 전략은 시장의 수요보다 적게 공급해야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연간 2000대에 맞춘 생산량은 희소성을 떨어뜨리며 헝거 마케팅에 실패 사례로 남았다.

그런 면에서 가성비 제품을 내세운 샤오미는 헝거 마케팅의 이례적 사례다. 샤오미는 초기 ‘Mi’라는 저가형 스마트폰을 출시해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라는 걸 앞세웠다. 여기에 제품 판매시 정해진 시간에 제한된 물량만 내놓는 헝거 마케팅을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 해당 제품은 인도에서는 5초, 싱가포르는 2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면서 인기를 끌었고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해당 전략의 벤치마킹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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