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빼빼로데이'는 상술이다?…이제는 문화가 된 '데이마케팅'
[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빼빼로데이'는 상술이다?…이제는 문화가 된 '데이마케팅'
  • 변정인 기자
  • 승인 2021.11.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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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 빼빼로데이'…매출 84배 증가
성공 필수 전략은 스토리텔링, 실패하면 '상술' 비판
쏟아지는 기념일로 소비자 피로감 증폭, 대안책은?
그래픽=변정인 기자
그래픽=변정인 기자

#11월11일은 #빼빼로 #데이마케팅 #넘치는기념일 #피곤해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 빼빼로를 빼고 국내에서 ‘데이마케팅’을 논할 수 있을까.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지도 오래다. 뻔한 상술임을 알면서도 매년 소비자들이 걸려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11월에 접어들면 편의점과 마트는 갑자기 분주해진다. 빼빼로 전용 코너를 마련하고, 선물용 빼빼로 패키지를 구성해 내놓기도 한다. 11월 11일은 딱히 특별한 기념일이 아님에도, 막대 과자 빼빼로를 주고받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바로 데이마케팅 효과다.

데이마케팅은 특정한 날짜에 의미를 부여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국내에선 빼빼로데이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빼빼로데이는 지난 1990년대 부산 여중생들 사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학생들이 11월 11일 서로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빼빼로를 주고받은 것을 기업이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기념 문화로 굳어졌다.

빼빼로데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0년부터 매월 14일을 기념일로 지정하는 데이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와 화이트데이(3월 14일), 이어 꽃바구니를 챙기는 다이어리데이(1월 24일),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4월 14일), 장미꽃을 선물하는 로즈데이(5월 14일) 등이 탄생했다. 이후에도 날짜를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기념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유통 산업은 데이마케팅을 반긴다. 데이마케팅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날이라는 인식을 주고 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념일 문화 자체가 인간의 행복 추구에서 시작됐고, 인간 관계 유지를 위해 상징성을 담은 물건을 전달하는 심리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데이마케팅은 특히 한국인에게 더욱 효과가 크다. 채정민 서울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한국인의 기념일 지향성과 식사의 관련성‘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기념일 축하와 선물 전달 행위가 강하게 결부돼 있다. 한국인에게 경조사 참석은 단순 축하나 위로의 기회가 아닌 사회생활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음식을 선물로 주고받는 기념일이 유독 많은 걸까. 과거부터 음식과 문화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문화에서 음식은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특징으로 간주된다. 생일상에 미역국을 차리고 설날에 차례를 지낸 뒤 떡국을 먹는 문화도 마찬가지다.

이제 데이마케팅은 하나의 성공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비용 부담 없이 제품을 홍보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 많은 업체가 뛰어드는 전략이다. 특히 기념일과 제품 이미지가 동일시 될 경우, 주기적으로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롯데제과가 빼빼로데이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롯데제과
롯데제과가 빼빼로데이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롯데제과

우리나라 기업들은 모두 롯데제과의 ‘빼빼로’를 기대하며 데이마케팅에 뛰어든다. 빼빼로는 지난 1983년 출시된 이후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롯데제과 대표 효자상품이다. 지난해 빼빼로는 매출 1260억원을 돌파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빼빼로데이 효과는 롯데마트도 인정했다. 지난 2011년 롯데마트가 3년 간 데이마케팅 품목들을 분석한 결과 행사기간 동안 빼빼로 평균 매출 신장률은 평소보다 84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밸런타인데이의 초콜릿과 화이트데이의 사탕이 각각 10배(919.9%), 8배(720.5%) 상승했던 것과 비교할 때 빼빼로의 매출 신장률은 놀라웠다.

베스킨라빈스가 매달 31일 진행하는 '31데이' 이벤트. 사진=베스킨라빈스
베스킨라빈스가 매달 31일 진행하는 '31데이' 이벤트. 사진=베스킨라빈스

제2의 빼빼로로 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베스킨라빈스의 ‘31DAY’가 있다. 베스킨라빈스는 매달 31일마다 무료로 ‘패밀리‘ 사이즈를 ‘하프갤런‘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베스킨라빈스는 이러한 시그니처 행사를 만들어 자사 브랜드에 담긴 ‘한 달 내내 매일 한 가지씩 먹을 수 있는 31가지 맛의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갖추었다’는 의미를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1일날 베스킨라빈스의 줄이 길어지는 건 자주 볼 수 있다.

단순히 데이마케팅을 시작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빼빼로나 베스킨라빈스 같은 상품 관련 스토리텔링이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다. 기념일과 상품의 뚜렷한 연관성을 갖춰야 소비자의 기억에 강한 각인을 남기고 수 많은 기념일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데이마케팅을 시도했지만 스토리텔링에 실패한 사례로 오리온, 해태 등을 들 수 있다. 빼빼로데이 성공을 눈여겨본 경쟁사들이 초코파이데이(10월 10일), 에이스데이(10월 31일), 고래밥데이(12월 12일) 등을 만들었지만 소리 소문 없이 묻혔으며 소비자들에게 과한 상술이라는 비판만 받게 됐다. 현재 쏟아지는 데이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념일 문화와 관련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나치게 많은 기념일로 점점 더 피곤해지는 느낌’을 선택한 응답자 비율은 약 70%에 달했다.

넘쳐나는 데이마케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나의 상품이 아닌 제품군 전체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월 3일 삼겹살 데이에 각종 식품업계는 삼겹살 요리와 어울리는 상품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매출 증진 효과를 노린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삽겹살데이 할인행사 기간 동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개별 기업이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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