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허술한 '사고→사과→보상' 반복…황창규-구현모 '평행이론'
KT 허술한 '사고→사과→보상' 반복…황창규-구현모 '평행이론'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1.02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 '몇 천원' 피해 보상에 반발 빗발, "요금 감면에만 급급"
사과·보상 이후 재발방지 실종? KT 아현화재 사태 되풀이
임기 1년 앞두고 CEO '징크스'…구현모, 황창규 따라 가나
구현모 KT 대표(왼쪽)과 황창규 전 KT 회장. 그래픽=이진휘 기자
구현모 KT 대표(왼쪽)과 황창규 전 KT 회장.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대규모 인터넷 먹통 대란에 이어 형식적인 사과와 보상까지 3년 전과 판박이다. 그 사이 KT 경영 공은 황창규 전 회장에서 구현모 사장으로 넘어 왔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1일 KT는 지난 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에 대한 피해 보상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개인고객은 15시간, 소상공인은 10일분의 시간을 적용해 요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회선당 감면액은 개인 1000원, 소상공인 7000~8000원선이다. 합산하면 약 3500만 회선 대상으로 총 350억~400억원 상당의 피해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KT가 보상안을 내놨지만 비용 산정에 대한 논란은 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전국 전지역에서 발생해 사회적 파장이 크고 비판 여론이 거센 만큼 적은 수준의 보상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대다수다. 점심시간 영업에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의 반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KT 망에서 발생한 인터넷 마비로 인해 관악구 카페 점주 A씨가 입은 피해 사례. 그래프=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지난 25일 KT 망에서 발생한 인터넷 마비로 인해 관악구 카페 점주 A씨가 입은 피해 사례. 그래프=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피해를 호소하는 상인들은 “장사하는데 포스 결제가 안되서 그냥 돌아간 사람이 몇 십명이고 피해액이 몇 십만원인데 고작 통신요금 10일치 감면이냐“, “결제 못한 게 얼마인데 선심 쓰듯 그러냐“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사태 수습에 나서 사과하고 보상안까지 꺼냈지만 KT에서 반복되는 인터넷 사고에 대한 관리의 허술함과 사후 대처 미흡 논란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사태는 3년 전 황창규 전 KT 회장이 경영하던 당시 벌어진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과 진행 방식이 유사하다.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건 당시 피해 보상 규모는 110만명 대상 350억원 요금감면과 소상공인 1만5000여명 대상 62억5000여만원이었다. KT가 처음에 유무선 가입자 1개월치 이용요금 감면안을 제시했으나, 이후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자 동케이블 기반 유선서비스 가입자 최대 6개월치 요금 감면안을 추가로 내놓은 바 있다.

서울 지역에 국한된 아현화재 때와 달리 이번 인터넷 마비가 전국적으로 벌어져 피해 규모가 크다 보니, 일괄 피해 보상 지급이 아닌 추가 보상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T가 제시한 보상안이 피해를 제대로 반영한 금액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은 “KT가 고객들과 소상공인들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요금감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몇 천원하는 보상 빨리 하나 늦게 하나 KT 고객 입장에서는 큰 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KT가 3년 전 아현화재 사태를 겪고 수 백억원 상당의 보상을 물어줬음에도 KT 경영 방식이 개선되고 있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KT가 통신 장비 교체를 외주 업체에 맡기며 근본적인 관리 미흡 공백에서 발생했다. KT는 해당 업무를 야간작업(새벽 1~6시)으로 승인했지만 낮 작업으로 변경하는 걸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 협력업체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현장에 있어야 할 관리감독 공백 문제까지 드러냈다.

그러다보니 이번 사태가 KT 경영 방만으로 인해 벌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창규 전 회장이 아현화재 사건 발생 후 뒤늦게 사태 진압 나서며 사과하고 보상안까지 마련했지만, 경영진 교체 이후 결국 재발방지에 실패하고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지 못한 셈이다.

KT새노조는 “아현국사 화재 이후 황창규 회장 등 경영진이 청문회까지 거치며 매뉴얼 정비 등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결과는 3년 만에 전국망이 불통 사태가 벌어졌다고 초기 원인조차 파악 못해 허둥대는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매뉴얼 정비 등이 공염불이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탈통신 기업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지난해 10월 KT가 탈통신 기업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이는 KT가 탈통신을 빨리 완성하려다 본업에 충실하지 못한 배경과 떼어 놓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구현모 대표가 임기 1년차에 KT 탈통신 전환 비전을 선언한 후 정확히 1년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KT를 통신회사에서 AI(인공지능) 기업으로 전환하고 1년 동안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확장에 주력했다.

KT가 탈통신에 집중했던 이유는 2위에 정체된 통신 사업 만으로는 기업가치 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탈통신을 통해 신사업을 펼쳐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일념으로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KT는 탈통신 전략에 제동이 걸렸을 뿐 아니라 경영과 재무 전반에 악재가 생겼다. 경영진이 책임지고 본업 통신 사업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위태로워졌다. 아현화재와 이번 사태 모두 CEO 임기 1년을 앞두고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창규 전 회장도 아현화재 보상안 마련 등 3개월 가량의 수습 활동 직후 재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그해 말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두 번 무너진 KT와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지는 앞으로 구현모 대표에게 달렸다. 구현모 KT 대표는 “KT를 믿어주신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신속히 재발방지대책을 적용해 앞으로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