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쪼개기' 후원…4대째 검찰수사 '오너리스크'로 사임하나?
구현모 KT 대표 '쪼개기' 후원…4대째 검찰수사 '오너리스크'로 사임하나?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1.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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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약식기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벌금형' 유력, KT 이사회 사임 권고 가능성 낮아…CEO 계약서 '임기 중'으로 구멍 존재
즉각 해임 요구 목소리도 고조…앞서 남중수, 이석채 등도 검찰수사로 사임
황창규 전 KT 회장 임기 시절 벌어졌던 국회의원 불법 후원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4일 검찰에 약식기소된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황창규 전 KT 회장 임기 시절 국회의원 불법 후원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4일 검찰에 약식기소된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불법 정치자금 ‘쪼개기‘ 후원으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KT에서 4대째 연이어 대표의 검찰 수사란 ‘오너리스크‘로 직접 발등을 찍어야 할 단계이기 때문이다.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구현모 대표 등 KT 임원 14명에 대해 기소 처분 내리고 재판에 넘겼다. 혐의는 황창규 전 KT 회장 임기 시절 벌어졌던 국회의원 불법 후원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이다.

구현모 대표 등 KT 고위급 임원 7명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4년 간 총 4억379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이들은 대관 부서 요청에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비자금 조성 수법은 KT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해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이다. 이같은 쪼개기 후원에 KT 임직원 29명이 동원되고, 일부 직원의 가족이나 지인 명의까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현모 대표 포함 임원 10명은 약식기소됐고, 당시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맹수호 전 사장 등 4명이 불구속기소 결정이 났다. 현재 불구속기소 된 4인에 대한 ‘꼬리자르기‘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당초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황창규 전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구현모 대표가 국회의원 불법 후원과 비자금 조성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고 검찰이 결론을 냄에 따라 KT의 고질적인 ‘오너리스크‘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선 불법 행위에 가담한 구 대표를 즉각 해임조치 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KT새노조는 “구현모 사장의 불법행위 관련성이 확인된 만큼 이사회는 즉각 구현모 사장에 대한 해임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특히 죄목에 있어서 업무상 횡령이 포함돼 있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KT새노조는 “게다가 최근 통신대란으로 국민들의 KT에 대한 실망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이번 검찰 처분에 법인 KT마저 기소돼 국민 눈에 마치 범죄집단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T 이사회는 앞서 지난해 3월 구 대표 재선임 과정에서 단일 후보로 추천했고, 이때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사임한다는 조건부 결정을 내걸은 바 있다. 구 대표 또한 기소가 되고 혐의가 확정되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는 조건에 동의하고 경영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당초 쪼개기 후원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황창규 전 회장이 현재 무혐의로 결론났기에, 해당사건의 주축은 기소된 구현모 대표에게로 쏠리고 있다. 

다만 구 대표가 약식기소를 받은 현재 정황상 당장 임기 도중 사임 가능성은 희박하다. 약식기소란 검찰이 비교적 가벼운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해 정식재판 대신 벌금 처분을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처벌 수준이 낮다.

이사회에서도 구 대표에게 사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낮다. 지난해 구현모 대표와 KT 이사회가 맺은 최고경영자(CEO) 경영계약서엔 ‘대표이사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된 불법한 요구를 수용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이러한 행위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 주주총회를 통한 해임 절차 이전에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에게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계약서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가 금고 이상 처벌을 받았을 경우에만 이사회가 나서서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계약서에 ‘임기 중‘이라 못박음으로써 구 대표가 CEO 되기 이전에 발생한 불법 쪼개기 후원 사건과는 연관시키지 않겠다는 장치 또한 마련해 놓은 상태다. 그렇기에 현재로선 남은 임기 기간까지 1년여 앞둔 구 대표 경영 활동에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어 보인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첫 대표로 취임한 이용경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오너리스크를 겪었다. 4명에 걸친 KT CEO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퇴진 압박에 시달리거나 실제 불명예 퇴진하는 등 흑역사를 되풀이한 바 있다.

남중수 전 사장은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자진 사퇴했다. 남 사장은 3년 임기 이후 지난 2007년 12월 재선임돼 2011년 2월까지 연임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이 2008년 10월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시작한 지 20일 만에 물러났다. 남 사장은 구속기소된 후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석채 전 회장은 배임 혐의와 회삿돈으로 수 십 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KT와 KTF 통합 후 초대 통합회장에 취임해 2012년 연임했으나 비리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결국 자진 사퇴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는 벗었으나 부정 채용에 연루돼 지난해 11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황창규 전 회장은 연임으로 6년 임기를 채웠지만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인해 임기 중 조사를 받으며 각종 퇴진 압박에 시달렸다. 당시 회장 비서실장이던 구 대표까지 이 사건에 같이 엮이며 KT 오너리스크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KT 측은 지난 4일 구 대표 기소 건 등에 대해 “앞으로도 더욱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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