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부도하는 날, 책임을 국민에게 돌렸다 [영화로 보는 경제]
국가가 부도하는 날, 책임을 국민에게 돌렸다 [영화로 보는 경제]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1.11.19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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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IMF 외환위기 정부가 방관? 현실은 '노력은 있었지만 한 게 없다'
대기업 문어발 확장, 순환출자+금융권 무분별한 대출이 가장 큰 원인
비정규직 도입, 외국 투자자 증가, 양극화 심화 등 결과는 현실
국가부도의 날(Default, 2018)
감독: 최국희
출연: 김혜수(한시현), 유아인(윤정학), 허준호(갑수), 조우진(재정국차관), 뱅상카셀(IMF 총재)
별점: ★★★ - 영화는 가상이지만 결과는 현실이다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지난 2010년, 초등학교 5학년 교사용 사회 교과서가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IMF 외환위기가 ‘호화 외제 사치품 구매, 해외여행의 급증 등 국민들의 과소비’와 ‘우리 상품의 해외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출 감소’ 때문이라며 ‘과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국산품을 애용’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기재했기 때문입니다.

‘국가 부도의 날’이란 말이 어울리 게 IMF 외환위기는 정말 우리나라가 부도가 난 상황이었고 그 대가는 서민들과 대한민국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 졌습니다.

IMF 외환위기는 태국에서 시작된 외화 유출로부터 위기가 번졌고 태국 또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선택을 합니다. 사진=방콕포스트
IMF 외환위기는 태국에서 시작된 외화 유출로부터 위기가 번졌고 태국 또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선택을 합니다. 사진=방콕포스트

IMF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따져 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발생했지만, 시작점은 동남아시아였습니다. 태국은 1985년 4.6% 후 1988년 13.3%, 이후 1991년 81.% 등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안정적이었고, 이 시기 외국인 투자에 의존하기 보다는 해외차입 의존도가 커졌습니다. 1993년 대비 1996년 해외차입금은 50억달러에서 460억달러로 9배 가량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바트화를 사들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IMF 조사에 다르면 일부 대형 헤지펀드들이 바트화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준비하고 있었고, 1996년부터 실행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시장에 바트화가 쏟아지자 태국 정부는 외화를 확보하기 보다는 지출을 늘림으로써 환율을 방어하려 했고, 1997년 초 459억달러던 외환보유고가 5월 25억달러로 바닥이 나버리면서 IMF로 향합니다.

태국발 경제위기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 국가로 번졌고 우리나라에도 찾아옵니다. 1996년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기둔화가 찾아왔고 여기에 단기외채 금액이 1994년 537억달러에서 1996년 930억달러까지 급증합니다. 1996년 외채 잔액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1996년 OECD 가입을 하면서 가입 조건인 금융 개방을 허용한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난해 외환보유액은 4400억달러가 넘어 섰으며, 외환위기 이후 계속딘 증가에 적정선 논란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영화와 다르게 우리 정부는 위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단기 외채 비중이 높아지자 해외 예금을 외환보유고로 전환하려고 했으며, 한일 통화스왑을 추진했지만 일본으로부터 거절 당했고, IMF 구제금융을 받는 건 청와대에서부터 반감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위기가 커진 이유는 지금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다고 하는 대기업들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해외 예금의 외환보유고 전환도 1997년 한보그룹이 파산하면서 대외 거래가 어려워져 무산됐습니다.

1990년대 들어 한보그룹은 제철산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5조원에 이르는 당진제철소 건설을 추진합니다. 한보그룹은 건설비 대부분을 대출로 메우려 했고 이를 위해 정치권과 금융계에 뇌물을 제공했음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실사 결과에 따르면 한보철강 자산규모는 4조9729억원으로 장부가액보다 1조1896억원이나 적었으며, 차입금은 6조654억원으로 장부가액보다 4797억원이 더 많았습니다. 또 장부상 순자산은 368억원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1조6325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이런 회사에 몇 조원의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의 방만함이 사태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의 재계와 IMF 이전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지금의 재계와 IMF 이전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물론 한보그룹만 이런 상황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가 방관한건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에 대해 정부는 “신규업체 진입이 과잉·중복투자와 과당경쟁 심화”등을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이전부터 업종 전문화 정책과 신사업 정책을 통해 대기업그룹 당 2~3개만 주력업종으로 정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기반이자 공장이 들어서기로 한 부산지역에서의 반발에 김영삼 대통령은 이를 허용합니다.

이런 확장에는 한보그룹 사태에서 보이듯 금융권의 부실한 대출 심사와 함께 순환출자 구조까지 맞물려 있었습니다. 순환출자는 A회사를 설립한 후 A회사 자금으로 B회사에 투자하고, 다시 B회사가 C회사로, C회사가 A회사에 투자하며 서로 맞물린 관계입니다.

순환출자는 빠르게 계열사를 늘릴 수 있고 적은 돈으로 많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부상 자본 과다계상이 발생하고 이는 기업을 현실과 다른 평가를 하도록 만듭니다. 그렇기에 IMF 당시 대기업 계열사 중 한 회사가 쓰러지면 연쇄적으로 부도가 일어나는 일이 발생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 의무는 없지만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사라졌습니다. 가장 큰 대기업집단은 대우였습니다. 한때 재계 2위에도 올랐던 대우는 갈갈이 찢겨졌지만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엔지니어링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엔지니어링으로, 대우전자는 위니아전자 등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기아자동차도 IMF 외환위기로 인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넘어 가게 됩니다.

하지만 살아남지 못한 기업들도 많습니다. 고합, 아남, 거평, 미원, 신호 등 지금은 낯설기만 한 대기업그룹들이 IMF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사라졌습니다.

캉드쉬 IMF 총재를 접견하는 김영삼 대통령. 사진=국가기록원
캉드쉬 IMF 총재를 접견하는 김영삼 대통령. 사진=국가기록원
조선일보 1997년 3월8일(위) 및 9월18일(아래)자 지면. 사진=조선일보
조선일보 1997년 3월8일(위) 및 9월18일(아래)자 지면. 사진=조선일보

결국 IMF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IMF는 긴축정책과 경상수지 적자 축소, 자유변동환율제, 금융분야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성, 무역 및 자본 자유화, 공공재 영리화 등을 요구합니다. 우리 정부는 이 과정에서 대출을 관리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을 펼쳤지만 오히려 기업 부도를 키우고 대량실업을 확대한 원인을 제공하며 IMF 이전에도, 이후에도 결국 제대로된 대처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또 많은 금융기관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일본 대부업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시기도 IMF 직후입니다. 캉드쉬 IMF 총재는 1997년 3월과 9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경제위기가 아니라는 말까지 내놓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IMF 외환위기로 서민경제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 시기 주부였던 여성들이 일자리 시장에 뛰어들게 됐고, 비정규직이란 직무가 도입됩니다. 이 두 가지는 특히 서비스직의 낮은 임금이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1998년 한때 상위 1%와 10%가 가진 자산도 줄며 양극화도 감소했지만 이후 토대는 금융으로 옮겨가며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보여준 '국민 탓' 태도에 대해 언론을 비롯한 각계 각층은 반성해야 합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금융위에 따르면 IMF때 투입된 공적자금이 168조원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혈세이고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언론을 비롯한 재계, 정계는 위기를 제대로 짚지 못했고, 위기의 원인을 국민 탓으로 돌려 버렸습니다. 위기는 반복된다고 합니다.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에 대한 태도도 과연 반복될 것인지 국민의 감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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