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버거 접은 '롯데리아'와 선영이를 사랑했던 '마이클럽'…밀당이 필요한 '티저마케팅'
[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버거 접은 '롯데리아'와 선영이를 사랑했던 '마이클럽'…밀당이 필요한 '티저마케팅'
  • 변정인 기자
  • 승인 2021.11.1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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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마이클럽, 호기심 자극하는 '티저마케팅' 활용
정치에서부터 시작…SNS 활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
엔프라니, 불법 현수막 논란…'티저'에서 '노이즈' 마케팅으로
그래픽=변정인 기자
그래픽=변정인 기자

#티저마케팅 #롯데리아 #햄버거사업철수? #궁금증유발 #사실은신메뉴홍보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 지난해 롯데리아는 단순한 포스터 하나로 원하던 논란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포스터 속 문장 하나로 소비자를 들었다 놨다한 롯데리아는 편하게(?) 신제품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 

지난해 롯데리아는 매장 앞에 흰 바탕에 특정 문구만 쓰여 있는 포스터 하나를 붙였다. 그리고 이 단순한 포스터 하나의 파급 효과는 컸다. 당시 포스터에는 ‘버거 접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고 롯데리아가 햄버거 사업을 철수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롯데리아의 햄버거 철수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는 접어서 먹는 형태인 신제품 ‘폴더버거’를 위한 홍보 전략이었다.

여기서 롯데리아가 활용한 건 티저마케팅이다. 티저마케팅은 상품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함으로써 상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티저마케팅은 경제용어인 자이가르닉 효과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 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것으로 미완성 효과로도 불린다. 방송국이 드라마나 예능프로를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한 회 차를 종료시켜 다음 편을 궁금하도록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심리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광고주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간접적으로나 감추어서 전달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광고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형성된다. 동시에 확실한 정보가 아닌 애매모호한 메시지가 사람들의 심리적 추론과정을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애매모호함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며 소비자들이 그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할 때 효과적인 메시지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하는 티저마케팅의 ‘티저’는 본래 괴롭히는 사람이나 약 올리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롯데리아는 티저마케팅으로 소비자 약 올리기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롯데리아가 ‘버거 접습니다’라는 문구로 햄버거 사업 철수를 떠올리게끔 의도한 건 맞지만, 폴더버거에 대한 설명과도 딱 떨어지는 설명이었던 만큼 소비자가 속았다는 불만을 표출하기는 애매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티저마케팅으로 롯데리아는 원하던 홍보 효과를 얻었고 신제품은 출시 한 달 간 170만개가 팔리면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마이클럽에서 티저마케팅으로 활용한  '선영아 사랑해' 현수막.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마이클럽에서 티저마케팅으로 활용한 '선영아 사랑해' 현수막.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비슷한 마케팅이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0년 대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클럽은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를 앞세워 티저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선영아 사랑해’ 광고는 지하철이나 길가에 현수막으로 실리면서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롯데리아와 달리 처음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았다.

티저마케팅에게 입소문 효과는 중요하다. 소비자 눈에 띄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롯데리아는 전국 매장에 포스터를 붙였고 SNS를 통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져 성과로 나타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이클럽은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은 시기에 입소문을 통한 처음부터 효과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았다.

홍보 초기에는 부침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선영아 사랑해’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광고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의 홍보를 위한 현수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사람들에게 해당 광고는 한 남자의 사랑 고백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가벼운 문구였고 일부는 선거 홍보 현수막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이 광고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전혀 노출하지 않았던 티저마케팅이다. 다만 지금까지도 마이클럽이라는 이름보다는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것을 보더라도 티저마케팅을 시도할 때 기업 브랜드와의 광고의 연관성을 표현하는 것도 마케팅 성공을 위한 요소로 꼽힌다.

이와 같은 티저마케팅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지난 1981년 당시 프랑스 ‘윗 부분을 벗겠다는’ 문구와 함께 비키니 차림의 여성 사진 포스터를 걸어 주목을 끌었다. 다음날에는 언급대로 윗 부분을 벗은 사진과 함께 ‘아랫부분도 벗겠다’라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나체 여성이 뒤돌아있는 사진과 정당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는 글을 담은 포스터를 붙인 것이 이 마케팅의 시초였다.

그만큼 오래 이어져온 티저마케팅은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돼 왔다.  2000년 대 우리나라 가요계에서는 티저 마케팅이 크게 흥행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가 그렇다. 당시 가요계에는 신곡을 내더라도 공식 무대에 서지 않았고 앨범 표지에 얼굴이 보이는 가수는 거의 없었다. 얼굴보다는 노래에 집중하는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어떤 가수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통해 이목을 끄는 목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온라인이 활발해진 최근에는 기업들이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출판사는 신간 홍보를 위해 유튜브에 영화 예고편과 같은 형태의 책 예고편을 게시하면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한 SNS에서는 책 줄거리 앞 부분을 이미지로 만들어 게시하고 내용이 고조될 타이밍에 전개를 끝내면서 책 구매를 통해 뒷 내용을 확인하라는 문구를 던진다. 우연히 SNS를 통해 책을 접하게 하고 뒷 내용을 궁금하게 해 구매를 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전략이다.

다만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인 만큼 적당한 선을 지켜야 역효과도 피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화장품 업체 엔프라니는 남성 전용 화장품 광고를 위해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선수를 모델로 결정한 후 ‘문대성, 한판 붙자 -형렬’라는 전국 주요 도심에 400여개 현수막을 내걸었다. 문구 속 ‘형렬’은 엔프라니 홍보마케팅의 브랜드 매니저 이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현수막은 궁금증 유발이라는 주 목적 대신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법 현수막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체는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사과했으며 현수막 하나에 약 25만원의 과태료가 부가되면서 총 1억원을 내야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됐다. 티저마케팅으로 시작한 광고가 의도치 않게 노이즈마케팅이 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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