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애플TV+ 맞서 넷플릭스 '시동'…국산 OTT는 '묵언수행'
디즈니·애플TV+ 맞서 넷플릭스 '시동'…국산 OTT는 '묵언수행'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1.23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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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애플TV+ 싼 게 비지떡? 자막 논란에 콘텐츠 한계
이 때다 싶은 넷플릭스, 요금제 올려 '프리미엄 전략' 공고
국내 시장에 설 곳 잃는 국산 OTT, 해외 진출은 '그림의 떡'
지난 19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신작 '지옥'이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1위 콘텐츠에 등극했다. 사진=넷플릭스
지난 19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신작 '지옥'이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1위 콘텐츠에 등극했다. 사진=넷플릭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초반 기세를 잡기 위해 넷플릭스가 움직이고 있는 사이 글로벌 OTT 격전지가 된 한국에서 정작 국산 OTT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기존 넷플릭스에 이어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가 본격 진출한 이달을 기점으로 글로벌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국내 소비자 마음을 얻으려는 시도를 보였지만 아쉬운 점을 드러냈다. 이 틈에 넷플릭스는 오히려 요금제 가격을 올리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응수하며 기존 가입자 대상으로 ‘콘텐츠 가두리‘ 강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난 12일 디즈니플러스가 기세 좋게 국내 서비스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시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지난 12일 59만명에서 19일 41만명으로 일주일 만에 18만명이 줄었다.

디즈니플러스의 허술한 현지화 작업이 문제가 됐다. 월 9900원에 4명 동시접속이라는 저렴한 요금 구성으로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플랫폼 최대 강점마저 국내 소비자들을 끌어 당기지 못했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속 “함께 성에 가실래요?” 질문은 “가랑이를 함께해요?”로 표기된 장면(왼쪽)과 'X파일' 속 대사 “I can't wait”가 “기다릴게”로 오역된 장면. 디즈니플러스 화면 캡처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속 “함께 성에 가실래요?” 질문은 “가랑이를 함께해요?”로 표기된 장면(왼쪽)과 'X파일' 속 대사 “I can't wait”가 “기다릴게”로 오역된 장면. 디즈니플러스 화면 캡처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자막 오역이다. 대표적으로 ‘심슨 가족‘ 대사 중 역대 최고 선수를 뜻하는 “G.O.A.T(Greatest Of All Time)“는 문자 그대로인 “염소“로, 미국 드라마 ‘X파일’ 속 대사 “I can't wait”는 “기다릴게”,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에선 올라프의 “함께 성에 가실래요?” 질문은 “가랑이를 함께해요?”로 표기됐다.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등 사용 편리성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자막 크기와 배경, 위치 설정 등 편의 기능이 없고 다른 OTT에선 볼 수 있는 ‘다음 화 보기’, ‘에피소드 회차 정보’ 같은 서비스 제공도 부족하다. IPTV 환경에선 콘텐츠 재생 중 원하는 지점으로 건너뛰는 기능도 없다.

이보다 조금 앞선 지난 4일 애플TV플러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만 운영한다는 차별화 정책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다.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선보인 신작 ‘DR브레인‘으로 국내 OTT 이용자들을 사로잡겠다는 포부와 함께 시작했다. DR브레인은 배우 이선균 주연에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은 500억원 규모 6부작 드라마다.

이에 더해 애플TV플러스는 시중 OTT 서비스 중 가장 저렴한 가격 정책까지 꺼내들었지만 디즈니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월 이용료 6500원에 계정 하나당 최대 6명 동시접속으로, 인당 월 1100원에 서비스 이용이 가능함에도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콘텐츠 부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애플TV플러스가 가진 오리지널 타이틀은 70개로 넷플릭스(4000개), 디즈니플러스(1만6000개)에 비하면 초라하다. 실제로 콘텐츠 부족은 애플TV플러스 성장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미국 스트리밍 검색 업체 저스트워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애플TV플러스의 미국 OTT 시장점유율은 3%로 넷플릭스(28%), 디즈니플러스(14%)에 한참 떨어졌다.

애플TV플러스 화면. 사진=애플TV플러스
애플TV플러스 화면. 사진=애플TV플러스

애플TV플러스에 ‘원버튼‘ 접속 방법이 없는 것도 감점 요소다. 애플TV플러스는 웨이브, 왓챠 등 국내 서비스 OTT를 모아놓은 플랫폼 형태인 애플TV 앱을 통해 접속된다. 국내 서비스 확장을 위해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셋톱박스 ‘애플TV 4K’도 출시했지만 기존 IPTV 이용 고객이 추가 비용을 들여 셋톱박스를 교체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합류한 국내 시장 변화를 지켜보던 넷플릭스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 18일 넷플릭스는 깜짝 요금제 인상안을 꺼냈다. 기본 베이식 요금제를 제외하고 스탠다드는 기존 월 1만2000원에서 1500원, 프리미엄은 월 1만4500원에서 2500원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 요금제 변경은 지난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지만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 5일 “한국은 한 번도 구독료를 올리지 않은 상태라 요금 인상에 대한 검토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요금제 인상 속내는 디즈니플러스나 애플TV플러스와의 경쟁 구도와 관련이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가 급성장하기 시작하자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먼저 요금제를 올렸다. 일본에서도 지난달 디즈니플러스 일본 진출 시기를 고려해 요금제를 올린 바 있다. 

결국 넷플릭스가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나란히 국내에 들어온 지 일주일 만에 요금제를 올린 것은 경쟁 신경전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당장 2개 거대 플랫폼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요금제로 들어온 돈으로 전 세계 1위 흥행을 잇는 ‘오징어게임‘, ‘지옥‘ 같은 대작 투자를 확대해 프리미엄 경쟁력을 쌓겠다는 구상이다.

■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국산 OTT 미래는?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로고 화면. 사진=각 사 제공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로고 화면. 사진=각 사 제공

국내 미디어 시장이 글로벌 OTT 플랫폼 전쟁터로 바뀌는 동안 정작 국산 OTT들은 경쟁 다툼에서 밀려난 신세다. 이미 전 세계 무대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룬 플랫폼들 사이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현재 HBO맥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도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심각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웨이브, 티빙, 시즌 등 국산 OTT들은 저마다 수 천억원에서 수 조원에 달하는 콘텐츠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섰지만 화제성과 흥행에 있어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과 맞붙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상파3사 채널을 가진 웨이브와 CJ ENM, JTBC 송출이 가능한 티빙의 처지는 그나마 낫지만, 자체 플랫폼만으로 콘텐츠 경쟁을 펼쳐야 하는 타사 서비스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KT도 신작 ‘크라임 퍼즐‘ 등 시즌 오리지널 콘텐츠를 올레TV 플랫폼이나 계열사 채널 스카이TV 등에 의존하고 있다. 온라인 외 송출 채널이 없는 왓챠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OTT 업계에선 국내 시장의 경계를 벗어나 해외 진출 모색을 통한 글로벌 가입자 확대가 국산 OTT 사업자들의 유일한 생존방안으로 꼽힌다. K-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은 동남아시아 지역부터 공략해 북미나 유럽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일본 왓챠 서비스 화면. 사진=왓챠
지난해 9월 출시한 일본 왓챠 서비스 화면. 사진=왓챠

시즌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산 OTT들은 아시아 시장 확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해외 진출에 성공한 곳은 왓챠뿐이다. 왓챠는 지난해 9월 일본 진출 이후 다른 지역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티빙은 내년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해외로 진출할 계획을 못박았다. 쿠팡플레이는 쿠팡 서비스와 함께 일본과 싱가포르로, 웨이브도 구체적인 일정은 없지만 동남아 진출 계획을 염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산 OTT 사업자들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 도태되기 전에 해외 진출 활로 마련이 시급하지만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동남아 지역은 개별 미디어 시장은 작은데 각 나라마다 언어가 달라 현지화에 수반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해진 파이를 여러 기업들이 나눠가지는 구조라 한국 안에서 OTT 경쟁이 더는 의미가 없다“며 “한류 수요가 높은 시장에서 먼저 성공을 확인하고 다음 지역을 공략해야 하는데 동남아시아권 나라들이 각각 언어가 달라 수 천개 한국 콘텐츠에 더빙이나 자막을 입히는데 들어가는 상당한 비용이 OTT 사업자들에게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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