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회장 '코오롱베니트'에 쏟은 정성 '물거품' 되다 [SI업체 일감몰아주기 대결]
이웅열 회장 '코오롱베니트'에 쏟은 정성 '물거품' 되다 [SI업체 일감몰아주기 대결]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1.24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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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베니트, 2022년 일감몰아주기 규제 '재점화'
이웅열 지분 49% 코오롱에 넘긴 비상책도 '헛수고'
코오롱베니트 힘주는 코오롱, 내부거래 해소 난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코오롱베니트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이진휘 기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코오롱베니트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그간 ‘코오롱베니트‘에 쏟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노력이 결국 허사가 됐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 1999년에 설립된 코오롱그룹 시스템통합(SI) 회사다. 그룹 내 대부분의 계열사와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지보수 등 정보시스템 업무에 대한 관리용역계약을 체결해 활동하고 있다.

코오롱베니트는 다음달 말 시행될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 코오롱엘에스아이, 이노베이스 등과 함께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신규 편성된다. 그동안 공정위 손이 닿지 않았던 규제 사각지대가 사라지게 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는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지분 50% 이상 가진 자회사까지 확대된다. 코오롱베니트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49.74% 지분을 가진 코오롱의 100% 자회사다.

코오롱그룹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기존 코오롱, 엠오디, 더블유파트너스, 코오롱제약, 아르텍스튜디오 5곳에 신규 추가 회사까지 합치면 10곳으로 늘어난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지난해 5월 계열사 환경에너지솔루션(옛 코오롱환경에너지)을 395억원에 사모펀드로 매각했지만 그룹 규제 리스크를 완전히 막진 못했다.

신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가운데 코오롱베니트는 가장 위험 수위가 높은 계열사 중 하나다.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16.1%로 678억원의 매출이 계열사로부터 나왔다. 내부거래 과정은 모두 수의계약 선정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코오롱베니트는 내부거래 비중이 20%를 넘는 경우가 많았고 지난 2019년에도 749억원이 계열사 지갑으로부터 나왔다. 일감몰아주기가 가장 심했을 때인 지난 2011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72.6%까지 치솟았다.

공정거래법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르면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이 넘거나 내부거래 매출이 전체 매출 12%가 넘으면 제재 대상이 된다. 최근 10년만 살펴봐도 코오롱베니트는 한 번도 해당 기준을 준수한 적이 없어 내년부턴 규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코오롱베니트의 일감몰아주기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이 극히 낮은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을 흡수했던 것이다. 그 결과 코오롱베니트는 매출 규모가 3배 이상 뛰며 외형을 크게 부풀렸다. 표면적으로는 그룹 IT 역량 결집이었으나 60%가 넘던 내부거래 비중을 20% 이하로 줄일 수 있어 규제 해소로 안성맞춤이었다.

이 무렵 이 명예회장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코오롱베니트 성장에 집중을 기울였다.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간은 부회장이나 회장 직을 수행하며 코오롱베니트 사내이사로 합류해 근무했다. 그룹 내부거래 규모를 본격적으로 키우던 시기다.

이 명예회장이 코오롱베니트에 애정을 쏟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코오롱베니트가 개인 자금 창구로도 유용하게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까지 코오롱베니트 지분 49%를 직접 보유하면서 내부거래 성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늘어난 코오롱베니트 수익을 통해 배당금만 매년 6~7억원씩 챙겼다.

이 명예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공정위 감시망이 커지자 지난 2018년 9월 코오롱베니트에 가지고 있던 지분 전량을 지주사 코오롱에 넘기는 조치를 취해 규제 위험을 해소한 바 있다.

지분 양도엔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이 사용됐다. 코오롱베니트 지분을 모두 코오롱에 넘기면서 이 명예회장은 지주사 지분 1.91%를 늘리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웅열 명예회장은 코오롱베니트 일감몰아주기 리스크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그룹 지배력을 확고히 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 셈이다. 코오롱 측은 지주사 체제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 설명했지만 당시에도 해당 유상증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코오롱베니트와 유사한 사례는 코오롱엘에스아이에서도 확인된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015년 내부 매출 비중이 컸던 엠오디 건물관리사업부문을 코오롱엘에스아이로 분리한 뒤 이듬해 지주사에 팔았다. 코오롱엘에스아이는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없어 일감몰아주기 사각지대로 분류됐고 엠오디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효과를 봤다.

코오롱엘에스아이는 지난해 기준 매출 910억원 중 46%에 해당하는 419억원을 내부거래로 벌어들였다. 모두 현금으로 지급되는 수의계약 방식이었다. 코오롱베니트와 함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코오롱베니트는 내년부터 다시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활동을 전개하지만 당장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지는 않을 조짐이다. 그룹 디지털 전환 과제 수행과 함께 회사 위상도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코오롱그룹은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진용 코오롱베니트 대표이사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진급시켜 그룹 내 입지를 강화시켰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달 ‘코오롱베니트 솔루션 데이 2021‘를 열고 디지털 전환 계획도 밝혀 계열사 내부거래 강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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