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알뜰폰 1000만 달성…활성화 대책 이대로 가나
'반쪽짜리' 알뜰폰 1000만 달성…활성화 대책 이대로 가나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2.0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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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넘긴 했으나…휴대폰 줄고 M2M 장비 늘은 결과
알뜰폰 활성화 대책 1년 반, 성과 없어도 정부 '자화자찬'
이통3사 배불리는 정부 정책에 중소사업자 경쟁력 약화
2015~2021년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수 변화 추이. 그래픽=이진휘 기자
2015~2021년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수 변화 추이.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알뜰폰이 1000만 가입자 달성에 성공했지만 ‘반쪽짜리‘ 성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맹이 없는 정부 대책에 알뜰폰 시장은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물 투성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9월에 시작된 알뜰폰은 11년 만에 이용자 1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1일을 기점으로 알뜰폰은 이용자 1007만명을 넘으면서 ‘어르신폰‘ 이미지를 벗고 ‘국민 서비스‘에 등극했다.

2년 만에 250만여명 증가하며 겉으론 대대적인 성장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정작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수는 1000만명에 한참 밑도는 598만명으로 전체 알뜰폰 회선 이용의 59%에 불과하며 수 년째 연속 하락 중이다.

올해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수만 따지면 오히려 2015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 2016년(622만명), 2017년(678만명), 2018년(714만명), 2019년(687만명), 2020년(611만명)보다 현저히 낮다. 지난 2019년 말부터 서비스 장기간 미사용자들을 제외했다고 해도 하락세다.

알뜰폰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은 것은 사물간 회선(M2M)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 신규 편입으로 생긴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현대차, 기아차, 메르세데스 벤츠 등이 차량제어서비스 등을 위한 알뜰폰 사업자로 등록되면서 생긴 일종의 착시효과다.

지난 2019년까지 큰 변화 없던 사물간 통신(M2M) 회선이 현대차, 기아차 등 신규 알뜰폰 사업자 편성으로 지난해와 올해 급증했다. 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때문에 87만개에 불과했던 알뜰폰 M2M 회선이 지난해 한번에 214만개 급증하고 올해에는 108만개가 늘었다. 2019년만 해도 M2M에선 2만개 증가가 고작이었다. 현재 M2M 회선은 409만개다. 자동차 사업자 이외 에스원, KT텔레캅, 이비카드, 오케이포스 등 보안이나 결제 업체에서도 알뜰폰 회선이 늘어난 결과다.

이는 전체 알뜰폰 시장 침체로 직결된다. 휴대폰 증가 없이 M2M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통신사의 망 대여로 벌어들이는 총매출 축소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18년 9720억원까지 급증하던 알뜰폰 관련 매출은 휴대폰 이용자가 줄어든 이듬해 9287억원으로 덩달아 급감하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은 9352억원을 이어갔다. M2M 회선은 음성 통화와 데이터 모두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 회선과 달리 데이터만 저렴하게 사용하는 통신망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시행 중인 알뜰폰 활성화 대책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망도매대가 인하, 알뜰폰 특화 단말기 출시, 알뜰폰 사업자 지원 등 활동을 했다. 소비자 통신비 경감을 통한 알뜰폰 이용자 확대가 주요 취지였다.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을 축하하고 있는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을 축하하고 있는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흡한 정책으로 알뜰폰이 기존 이동통신(MNO)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화자찬‘식 해석은 문제로 지목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4일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을 축하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행사장에서 “올해는 알뜰폰이 도입된 지 11년 만에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은 뜻 깊은 성과를 이룬 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긋난 방향으로 전개 중인 알뜰폰 활성화 대책 바로잡기가 급선무다. 정부에서 시행한 정책들은 알뜰폰 시장을 이통3사 중심에서 중소사업자 알뜰폰 경쟁력을 키울 목적이었으나 전체적으로 이통3사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았다.

일반 망도매대가 인하 정책뿐 아니라 여러 중소사업자용 전파사용료 감면 같은 혜택도 이통3사 자회사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어서다.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알뜰폰 사업자별 전파사용료 감면액에서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가 가져간 액수는 18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전체 감면액 47억원의 38% 규모다.

정부의 신규 정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경쟁력 강화 추가 방안으로 종량제 도매대가를 데이터 1MB(메가바이트)당 기존 2.28원에서 1.61원, 음성 1분당 10.61원에서 8.03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종량제는 알뜰폰 사업자가 데이터, 음성 등 사용량에 따라 도매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도매대가 인하 대상이 수익배분제가 아닌 종량제라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요금제 상품구성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종량제보다 통신사 요금 구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수익배분제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종량제는 추가요금 부담이 있어 무제한 요금제가 포함된 수익배분제에 비해 고객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다.

수익배분제에선 중간 요금제가 없어 소비자 선호가 낮은 T플랜 1.5GB, 2.5GB, 4GB, 100GB 요금제에 대해서만 수익배분대가율이 2%p씩 내려간다. 고객 선호가 높은 기본 제공량 11GB 사용 이후 매일 2GB 제공되는 밴드데이터 요금제는 제외됐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에서 주로 쓰이는 수익배분제 도매대가 인하는 제대로 나오지 않고 3G에서나 활용도 높은 종량제를 인하해서 실효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정부의 알뜰폰 상생 지원책들로 이득을 보는 사업자들은 적고 결과적으로 이통3사에서 운영하는 자회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책 방향이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3사가 보유한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로고. 사진=각 사 제공
이통3사가 보유한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로고. 사진=각 사 제공

현재 이통3사가 운영하는 알뜰폰 자회사는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5개다. 전체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9년 37%에서 올해 7월 말 46.6%로 커졌다.

이통3사에 편중돼 있는 알뜰폰 시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제재는 아직까지 소극적이다. 임혜숙 장관은 “이통3사 자회사들에 영업정지는 아니고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협의하고 검토하고 있다“며 “자회사들도 알뜰폰 시장에서 역할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입장들을 고려해 논의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와 비율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 수 제한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 4월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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