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코로나 결산] 영풍그룹 폐수방출 꼬리표,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친다
[30대그룹 코로나 결산] 영풍그룹 폐수방출 꼬리표,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친다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2.24 06: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려아연, 아연 가격 급등 타고 영업이익 1조원 돌파
친환경이라던 영풍, 카드뮴 오염수 낙동강 불법 배출
뒤늦은 ESG 노력 불구 리스크 증가, 사외이사 기피
국세청-공정위 콤보 타깃, 경영분리 핵심 '고려아연'
영풍그룹 코로나 결산. 그래픽=이진휘 기자
영풍그룹 코로나 결산.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중금속 오염수 불법 배출 사건으로 영풍그룹의 경영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다. 뒤늦게 ESG 도입에 눈을 돌리며 이미지를 바꾸려 노력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소와 망가진 외양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 Good: 고려아연 사상 최대 실적 코앞

최창근 회장이 이끄는 영풍그룹 비전자 계열 핵심사 고려아연이 3분기까지 실적 호조를 보이며 올해 사상 최대 성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6조9991억원, 영업이익 9099억원으로 각각  31.1%와 27.2% 증가한 수치다. 4분기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확실시 된다. 고려아연 올해 총매출 추정치는 9조5211억원으로 지난해(7조5819억원)보다 25.6% 높을 전망이다.

이는 한동안 이어졌던 아연 가격 급등으로 인한 결과다. 8월 말 1톤당 3000달러를 밑돌았던 런던금속거래소(LME) 아연 가격이 10월 중순 1톤당 3795달러로 최근 14년 중 최고 수준이다. 내년엔 아연 가격이 올해와 비슷한데다 아연 제련수수료(TC)까지 오를 예정이라 향후 고려아연 실적은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아연 제련수수료는 내년 1톤당 180~200달러에 이르며 올해보다 최대 25% 높아질 전망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힘을 쏟는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점도 향후 고려아연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고려아연은 황산니켈과 동박, 전구체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적극 키우고 있다. 지난해 전해 동박을 생산하는 자회사 케이잼(KZAM)을 설립하고 1만3000톤 규모 양산 준비 과정에 들어섰다. 지난 2017년엔 자회사 켐코를 설립해 황산니켈 생산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외 배터리 소재 사업을 진행하는 LG화학과 전구체 생산 합작사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 Bad: 친환경 영풍의 배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굴욕

영풍이 수 년 간 낙동강 최상류에 중금속 발암물질 카드뮴 오염수를 불법 배출한 것이 환경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영풍의 국내 최대 아연 생산 사업장 석포제련소는 1000만명 이상 지역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오염 원인으로 지목되며 10년 넘게 환경문제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해엔 극장 개봉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소재로도 등장하는 치욕까지 맛봤다.

환경부는 3년에 걸친 조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11월 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지난 2018년 말 석포제련소 인근 국가수질측정망에서 카드뮴이 검출된 게 발단이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를 운영했고, 이중 30개 관정에서는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 최대 33만배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공장에서 배출한 카드뮴의 낙동강 유출량은 하루 22kg으로 연간 8톤에 이른다.

영풍이 그간 ‘친환경 제련기술의 선두주자’ 타이틀을 걸고 사업을 운영해 왔기에 사회적 충격의 여파는 더욱 컸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06년 세계 최초로 아연괴 생산 후 남은 부산물을 활용하는 친환경 TSL 공법을 개발하고 생산 공정에 도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 아연 제련수율 달성도 가능했다.

영풍의 오염수 불법 배출 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경상북도는 석포제련소에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60일 조업중지처분을 내렸고 이는 행정소송으로 번진 상태다. 제련소는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조업중단 기간에 더해 재가동 이후 정상화 기간까지 필요해 매출에 큰 타격을 받는다. 석포제련소는 지난달 10일 동안 가동 중단한 것만으로도 아연 2만톤가량 생산 손실이 발생했고 시세로 환산하면 800억원 규모다.

사진=영풍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영풍의 '세계 제일의 친환경 제련기술의 선두주자' 홍보문구. 사진=영풍 홈페이지 화면 캡처

■ New: 뒤늦은 ESG 노력, 이미지 실추 만회 언제?

영풍그룹이 석포제련소 오염수 불법 배출 논란 이후 뒤늦게 ESG 경영을 준비하며 환경 부문 강화 방안을 찾고 있다. 영풍그룹이 국내 재계 순위 30위 위상인 것을 감안하면 ESG 전환에서 상당히 늦은 조치다. 삼성, 현대차, SK, 롯데 등은 물론 재계 29위 효성그룹도 앞서 ESG 경영을 선언했기에 영풍그룹과 더욱 대조된다.

영풍그룹 ESG 도입은 시작 전부터 길을 잃은 모양새다. 영풍그룹은 올해 상반기 영풍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고 하반기부터 관련 작업을 진행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SG위원회 구성에 반드시 필요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를 꺼렸기 때문이다. 석포제련소 관련 환경 문제 논란이 퍼진 후 사외이사 영입이라는 난관에 봉착하면서 ESG 도입 시기는 더욱 미뤄지고 있다.

영풍그룹은 각종 ESG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고 있어 ESG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영풍은 지난해 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 중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D(매우 취약) 등급을 받았다. D 등급은 7개 등급에서 최하위로 사실상 낙제점이다. 영풍은 지난 20일엔 서스틴베스트 ‘ESG 워치리스트‘에서 올해 ESG 리스크가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에 선정됐다.

석포제련소는 그동안 수 백억원을 들여 공정사용수(폐수)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했고 지금도 430억원을 들여 지하수의 낙동강 유입을 막기 위한 지하수 차집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 이전이 되지 않는 한 ESG 리스크는 계속해서 영풍 뒤를 따라다닐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대구경북 6대 공약 중 하나로 낙동강 수질 개선을 약속하며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문제 개선을 제1과제로 꼽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월 대구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대구·경북 6대 공약으로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문제 개선을 제1과제로 꼽았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월 대구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대구·경북 6대 공약으로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문제 개선을 제1과제로 꼽았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 Concerned: 국세청과 공정위 콤보, 계열분리 작업 타격

정부의 과징금 칼날이 영풍그룹을 겨냥하고 있다. 국세청 조사가 영풍그룹 일감 수혈 중심에 있는 고려아연을 향하고 있어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 씨와 장 씨로 구성된 두 집안의 향후 계열분리 과정에서 핵심 회사로 꼽히기 때문에 이러한 정부 규제가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지난 10월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세무조사에 투입된 인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 국세청 내에서 정기, 일반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타 부서들과는 달리 심층 세무조사만을 담당하는 특수 조직이다. 

이달 말부터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영풍그룹을 향한 공정위 감시망도 확대된다. 공정위가 올해 초 재계 그룹 최상위권 삼성과 롯데 그룹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했기에 개정안 시행 이후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더욱 강화될 추세다. 영풍그룹은 그룹 전체에서 발생한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 2019년 13.2%에서 지난해 25.7%로 두 배 급증했기에 특히 눈에 띈다. 

특히 사각지대에 놓였던 영풍정밀도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으로 추가된다. 영풍정밀은 장형진 회장과 최창근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이 21.21% 들어있는 상장사로 지난해 내부거래가 25%에 달한다. 내부거래 77%에 해당하는 175억원(77%)이 고려아연으로부터 나왔다. 공정위 감시망 속에서도 규제를 피해다녔던 서린정보기술도 늘어난 내부거래로 위태롭다. 총수일가 지분이 53.33%에 달하는 서린정보기술 내부거래는 2019년 총매출 12%에서 지난해 26%로 뛰었고, 내부거래 중 고려아연 비중은 67%를 차지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오른쪽). 그래픽=이진휘 기자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오른쪽). 그래픽=이진휘 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천곤 2021-12-25 05:58:46
청와대국민청원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4Fg5Ex

인기기사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