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IPO] 지주사 규제, 성장 발목잡을까
[LG에너지솔루션 IPO] 지주사 규제, 성장 발목잡을까
  • 윤신원 기자
  • 승인 2022.01.0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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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법인 'HL그린파워' 지분 정리…M&A·JV 설립 난항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차전지가 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장기적으로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주주는 LG화학(현재 지분율 100%, 상장 이후 81.84%)이다. LG화학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LG(30.06%)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은 ㈜LG의 손자회사다. 

일반적으로 그룹 지주사의 후광을 입는 자회사나 손자회사는 전폭적 지원 속에 안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분할이후 손자회사로 등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아진 상황이다. 

일단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투자, 합작법인(JV) 설립 등에 제한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 규제에 따라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 설립 시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단순 지분 인수나 지분 투자를 통한 특정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단, 국내법인에만 적용되는 사항이라 해외기업 인수는 가능하다. 해외법인의 경우 지분의 50%만 보유하면 된다.

지주사의 손자회사로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된 LG에너지솔루션은 곧바로 합작법인 정리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팩 제조기업인 HL그린파워의 2대주주다. 지난 2010년 LG화학이 현대모비스와 각각 49%, 51%를 출자해 설립된 HL그린파워의 지분이 물적분할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전됐다. 

HL그린파워는 지난 10년 간 현대차그룹과 LG그룹 사이의 끈끈한 협력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자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셀을 공급하면 HL그린파워가 팩을 만들어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지배구조 한계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현대모비스와 합작법인인 HL그린파워의 지분 전량을 현대모비스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285억원이다. HL그린파워의 실적과 성장률을 고려하면 매각대금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 요건 유예기간(2년)이 남아있지만 서둘러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HL그린파워의 지분 정리는 아쉬운 부분이다. 

HL그린파워는 설립 1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설 만큼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해 왔다. 2019년에는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액 1조3835억원을 거뒀다. 2017년부터 영업이익 턴어라운드를 보인 HL그린파워의 최근 4년 간 평균 영업이익은 58억원에 달했고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법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적외 끈끈하게 유지됐던 현대자동차간 동맹 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제기된다.  

HL그린파워 지분을 가지고 있었을 당시 'LG에너지솔루션→HL그린파워→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납품 구조가 마련돼 왔다. 하지만 끈끈한 지분관계가 사라져 현대모비스로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사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아도 되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SK 등 배터리 공급사를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에서 HL그린파워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고 밝히며 이 같은 우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의 동맹 관계가 단기간에 삐걱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코나EV 화재소식이 연달아 들려온 직후 대규모 리콜 사태가 불거지며 양사간 관계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해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착공하면서 해당 우려를 어느정도 불식시킨 모습이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된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M&A나 합작, 밸류체인 구축에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뿐 아니라 국내 특정 배터리 부품업체 등과 협력을 위한 관계 구축이 필요해지더라도 지분 투자 등을 통한 협력 카드를 꺼낼 수 없다. 갖가지 차세대 기술이 활용되는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혁신 기업과의 연계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 등이 기업의 혁신과 성장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기술기업으로서 큰 제약을 받게되는 셈이다. 

물론 해외법인은 아직까지 예외다. 해외법인은 지분율을 50% 이상만 보유해도 자회사로 편입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현지 정부의 개입과 해당 국가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만큼 앞서 국내기업과 맺었던 투자나 인수와는 다른 결과에 그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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