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흔드는 기업결합심사
M&A 흔드는 기업결합심사
  • 박제언 기자
  • 승인 2022.01.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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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정치·사회·경제 상황에 따라 결과 달라지기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불발된 가운데 기업결합심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기업결합심사는 자국과 국가 간 독과점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결합 요건이 맞더라도 국가 간 정치·사회·경제 상황에 따라 결과가 시장의 예측과 달라지기도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가 기업결합을 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기간 내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정위의 경우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기업결합이 경쟁을 제한하는지 심사한다. 경쟁을 제한하는 점이 인정되면 기업결합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하게 된다.

기업결합심사는 주요 국가의 업무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는 1981년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마련됐다.

미국에서는 1976년 제정된 반독점개선법(Hart-Scott-Rodino, HSR)에 의거해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EU 합병규칙(EC Merger Regulation)을 따라야 한다. 일본(사적독점금지법)과 중국(반독점법)도 각각 사적독점금지법과 반독점법을 두고 무작위 기업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각 국가가 기업결합심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하나다.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다. 때론 자국 내의 독과점을 막지만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용도로도 해당 심사가 작용하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거래를 물거품으로 만든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기업결합 불허 조치도 결과적으로 유럽 소재 선주사들에는 보호막으로 작용된 셈이다.

독과점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각국의 심사가 국가 간 정치·경제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승인이 나온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10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국내 뿐 아니라 미국, EU,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만이 1년 동안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SK하이닉스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간 결합에 따른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20% 수준으로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계약 직후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등 갈등으로 중국이 심사 결과를 쉽사리 내놓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중국이 지난해말 1년만에 승인을 내주며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에 대한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말 M&A가 불발로 끝난 매그나칩반도체는 기업결합심사와 다소 성격이 다른 케이스다. 이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The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의 불허로 M&A가 불발됐다. CFIUS는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미국 관계부처 합동 위원회다.

매그나칩반도체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사업부였으나 현재는 미국계 오크트리캐피탈펀드가 최대주주인 미국계 기업이다. 뉴욕 증시에도 상장됐다. 그러다보니 매그나칩반도체를 중국계 사모펀드에서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미국 CFIUS는 "매그나칩 매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 국가안보상 위험성을 확인했다"며 매각을 저지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사전에 막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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