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앤코 Vs. 홍원식 회장 재판의 씁쓸한 이면
[기자수첩]한앤코 Vs. 홍원식 회장 재판의 씁쓸한 이면
  • 정혜인 기자
  • 승인 2022.01.14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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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대유위니아 임직원, 오너 개인 분쟁에 참석

인수합병(M&A) 계약 파기로 촉발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 사이의 재판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석했다. 기자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앞에 재판 시작 50분전인 오후 1시40분께 도착했다. 

한산했던 현장은 30분전인 2시부터 사람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한앤코 홍보 담당이사, 대유위니아그룹 홍보실장, 남양유업 홍보실 임직원에 취재기자까지 저마다 입장을 기다리며 재판을 준비했다.  

오후 2시 30분 재판개시에 맞춰 법정에서는 '원고 한앤코19유한회사, 피고 홍원식 외 2명' 등 재판 참석자를 입장토록 했다. 재판은 양측의 주장을 듣는 수준에서 30분만에 끝났고 법정 앞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이해관계자들이 저마다 양측 주장의 부연 설명 시간을 가졌다. 앞에서 언급한 한앤코, 대유위니아그룹 홍보팀은 물론, 남양유업 홍보팀까지 저마다 유리한 방향의 주장을 펴느라 분주했다. 

의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앤코는 원고이자 계약 당사자이기에 주장과 설명이 필요하다지만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 홍보실은 사실상 재판에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앤코는 재판 결과가 회사 성과에 직결된다. 승소할 경우 사모펀드(PEF) 본연의 업무인 남양유업 경영권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증대시킨 후 지분을 다시 매각하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를 통해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반대로 패소한다면 장기간 법정 공방으로 인한 비용, 자금이 묶이면서 발생하는 수익 창출 기회 상실 등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회사에 발생한 리스크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 홍보담당자의 이번 소송 방청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양유업, 대유위니아는 이와 상황이 다르다. 이 재판은 홍원식 회장과 오너 일가 개인이 당한 소송이다. 승소한다면 홍 회장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조건에 다시 경영권 지분을 매각할 기회가 주어진다. 기존에 홍 회장은 한앤코에 경영권을 매각하고 3107억원을 챙기려 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8년간 연 15억원의 고문료, 또는 계약조건을 주당 82만원에서 8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 회장이 고문료로는 120억원, 계약조건 변경으로는 114억원 정도를 추가로 더 챙기려 한 것이다. 패소한다 해도 회사에 가는 피해는 없다. 홍 회장은 기존 계약대로 경영권을 넘기고 3107억원을 챙긴다. 물론 이 금액은 모두 전적으로 홍 회장과 오너 일가 개인 재산이다. 남양유업의 실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결국 홍 회장 개인 재산권 주장과 관련한 소송에 남양유업 홍보팀이 동원된 셈이다.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남양유업의 직원과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동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회장 부인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이 자택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파티를 벌인 혐의를 받았을 때도 이 고문은 남양유업 홍보 부서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홍 회장의 첫째 아들,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는 과거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았다. 회사 자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를 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4월 보직에서 해임됐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졸지에 홍 회장을 응원하는 대상이 됐다. 홍 회장이 재판에서 승소해 기존 계약을 파기하면, 웃돈을 주고 남양유업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유위니아는 홍 회장의 두 번째 변심을 막기 위해 홍 회장이 원하는 '백미당 분사'나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합의를 계약 체결 시 담아야 할 수도 있다.

홍 회장은 ▲영업사원의 갑질 논란▲경쟁사 비방 논란▲불가리스 거짓 광고 논란 등 갖은 파문에 지난해 5월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당시 그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홍 회장은 욕심을 내려놓지 않고 있고,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그룹은 책임지고 물러난 그가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돕고 있다. 항상 우리나라 재벌들 사이에서 '오너 리스크'가 생기거나 재산권을 주장할 일이 발생하면 회사의 홍보 부서가 따라붙는다. 이번에도 그렇듯이 참 씁쓸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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