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폭력성에 맞서는 비폭력의 힘 : 채식주의자
[서평] 폭력성에 맞서는 비폭력의 힘 : 채식주의자
  • 김영석
  • 승인 2016.12.20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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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성을 마주할 때에 취해야할 태도와 그것을 관철하는 방식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채식주의자 중에서.

 한강 작가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6년 최고의 책 10권'으로 선정됐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에 이어 계속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소설이 함의하는 주제의식의 역할이 크다. '채식주의자'는 각각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이라는 3편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그리고 각각의 중편은 기이한 꿈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를 둘러싼 세 명의 시점으로 전행된다. 특이한 점은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영혜가 채식을 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이 부분에 작가의 문제의식이 숨어있다.

 영혜의 육식에 대한 거부는 그녀가 꾼 꿈에서 시작한다. 물론 소설 초반부에 나타난 영혜의 행동은 그녀의 꿈으로 어느 정도 설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물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거부하면서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몬다. 이를 단순히 그녀의 꿈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녀가 채식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많은 단서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단서를 조합해 보면 그 이유에 대해 나름의 윤곽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중편 ‘채식주의자’에서 영혜의 아버지는 다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중편인 ‘나무불꽃’에서 영혜의 언니인 인혜의 고백으로 말미암아 어린 영혜가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드러나지 않는다. 즉, 영혜가 마주한 폭력의 세계는 자신에게만 가해진 특수한 폭력이 아니라, 주변에 만연한 보편적 폭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육식은 영혜에게 보편적 폭력성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영혜는 그러한 폭력에 비폭력의 자세로 강경하게 맞선다.

 연작소설 ‘채식주의자’가 갖는 함의는 이 부분에 있다. 폭력성에 맞서는 강경한 비폭력의 힘. 그녀는 육식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폭력성을 강경하게 거부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육식을 강요하는 아버지를 상대로도 비폭력으로 일관한다. 그녀가 해하는 대상은 오직 자기 자신이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에게 내재된 폭력성마저 거부하면서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몬다.

 올 한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일련의 사건들은 국민들에게 상당히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에 대항하는 비폭력의 힘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때로 폭력성이 지나치게 사소해서, 혹은 주위에 너무 만연하기 때문에 눈치 채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가 영혜에게 배워야할 것은 비폭력 그 자체뿐만 아니라 폭력에 대항하는 강경한 태도이다. 살면서 폭력적인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 확률은 무척이나 낮다. 따라서 폭력성을 마주할 때에 취해야할 태도와 그것을 관철하는 방식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외부기고는 우리 논조와 다를 수 있으며, http://blog.naver.com/broken888에도 게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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