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건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 김영석
  • 승인 2017.01.0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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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가장 오래된 친구다

올해 12월 고 구본준 기자(1969~2014)가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를 기념하여 제정된 혜곡 최순우 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기사와 블로그, 그리고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한국 건축을 널리 알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의 첫 번째 저서인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을 보면 그러한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은 ‘희(喜)’, ‘로(怒)’, ‘애(哀)’, ‘락(樂)’,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며, 각각의 마음을 품은 건축물을 소개한다.

집이 마음을 품는다는 게 무슨 말일까. 사실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의 건축물이 어떠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은 해괴망측하게 들릴 수 있다. 특히 건축을 부동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한국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구본준 기자가 말하는 ‘마음을 품은 집’이란 여러 사람의 마음과 건축가의 마음이 만나 하나의 서사를 만드는 건축을 뜻한다. 특히 ‘로(怒)’ 챕터에 소개된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은 건축의 서사성이 매우 두드러진다.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알리는 박물관이다. 그리고 박물관이 완공되기 까지는 꼬박 8년이 걸렸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자발적 모금을 기반으로 일반인들의 후원까지 이어졌지만, 애초에 계획되었던 서대문 독립공원 부지에는 지어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간절함과 일반인들의 소망, 그리고 건축가의 마음까지 더해져 시작할 수 있었다.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의 독특한 점은 박물관의 내부 전시뿐만 아니라 건축물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관람객이 전시실로 들어가기 위해 처음 지나치는 쇄석길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과거와 현재가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걸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사이 존재하는 사건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이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역사관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현재의 노력을 알리는 운동사관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발걸음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추모관으로 이어진다. 관람을 마치고 마주하게 되는 마당에는 건축가의 작은 선물까지 기다린다.

“박물관 설계를 하면서 전쟁에 관련된 시설이나 다른 기념 공간들을 조사해보니까 기억의 공간, 추모의 공간은 잘되어 있는데 치유의 공간, 상처를 매만져주는 공간을 배치한 곳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반드시 밝고 좋은 공간을 넣고 싶었습니다. 마침 마당이 있으니 제격이었던 거죠.”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에서 발췌.

따라서 관람객은 박물관은 전시품뿐만 아니라 건축물 자체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건축물을 단순히 필요에 의한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로 느끼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니 평소 쉽게 지나치던 건물에 귀를 기울여 보자. 어쩌면 건물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건축은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가장 오래된 친구이기 때문이다.

<외부기고는 우리 논조와 다를 수 있으며, http://blog.naver.com/broken888에도 게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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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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