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특위, 맹탕이라 하지 말고 '칼'을 줘라
국조특위, 맹탕이라 하지 말고 '칼'을 줘라
  • 김민용
  • 승인 2017.01.06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조특위 권한 강화를 통해 증인 출석 강제 및 수사권 부여해야

 '저는 모릅니다.' 5차에 걸친 국회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었다. 사이다와 같은 청문회를 기대했지만 고구마와 같았다. 증인의 입은 마치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풀리지 않았다. '최순실을 압니까?', '대통령이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 아십니까?'라는 의원의 질의는 매듭을 풀 칼이 아니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연일 '맹탕청문회'라 보도하고 의원의 준비 부족을 문제 삼았다.

 청문회 의원 모두 힘을 합쳐 진상을 파악하기도 모자란 판에 몇몇 의원은 물을 흐렸다. 이번 사태를 진상을 폭로하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에게 타인(최순실)의 PC를 임의로 복제하는 게 정당하냐고 묻는가 하면, 이미 검찰에서 태블릿 PC를 최순실이 소유했다고 밝혔음에도 태블릿 PC는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것이며 JTBC가 훔친 것으로 질의하며 매듭을 더욱 꼬아버렸다. 맹탕청문회와 준비부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청문회 의원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아니다. 그들에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권한이 애초부터 없었다. 국정농단 사태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들은 온갖 이유를 들며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더라도 그들의 출석을 강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설령 핵심 인물이 출석을 하더라도 그들의 입을 열게 할 수사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청와대와 행정부에서 세월호 7시간, 뇌물수수 의혹 등을 풀 자료를 국회에 제공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시작부터가 맹탕이었다.

이 맹탕 속에서 청문회 의원은 부리나케 뛰어다녔다. 증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트적지근한 상황에서 칼이 없는 의원들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알게 하는' 것뿐이었다. 증인의 제한된 증언과 그동안 추적된 정보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고 집요하게 연결고리를 푸는 방법이 의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발언을 뒤집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기도 했지만, 매번 그러한 증거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청문회 의원은 조그만 단서 하나라도 찾고자 증인의 주변인물을 만나고, 언론에서도 찾지 못한 증인의 증언과 배치되는 부분을 집요하게 찾았다. 그럼에도 청문회 의원의 준비 부족을 문제 삼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맨땅에서 시작한 이 청문회는 제한적이나마 의의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태반주사 시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와 최순실 사이의 관계 등 각종 의혹을 사실로 증명했다. 또한 외연으로 확장해가던 의혹을 특정인을 향해 좁혀 들어갔다. 만약에 청문회가 없었다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성형시술 의혹이 있는 전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는 30일 미국으로 떠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조여옥 대위와 관련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박영수 특검은 의혹을 풀기 위해 조여옥 대위의 출국금지를 조치했다. 이처럼 이번 국조특위 청문회는 명확한 진상규명은 할 수 없었지만 베일에 쌓인 국정농단 사건을 벗길 열쇠를 만들었다.

 물론 이번 청문회에 관한 국민의 기대는 진상규명이었다. 명확한 진상규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청문회 무용론이란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한 의원의 준비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국조특위에 부여된 제한적인 권한이 문제다. 그럼에도 알렉산더의 칼을 주지않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길 기대하는 건 청문회 의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맹탕청문회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국조특위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핵심은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있으며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어야한다. 지금은 맹탕청문회라며 의원을 나무랄 게 아니라 제한적인 상황에서 국민을 대신해 의혹을 풀기위해 노력을 한 의원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때라 생각한다.

<외부기고는 우리 논조와 다를 수 있으며, http://blog.naver.com/broken888에도 게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 카카오톡에서 톱데일리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단독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