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승부, 하이브리드
또 한 번의 승부, 하이브리드
  •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전 사장
  • 승인 2017.01.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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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영광·권세의 자리가 아니다<12>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전 사장

지상에서 적도 상공에 떠있는 인공위성으로 전파를 쏘아 올린다. 인공위성에 탑재된 중계기는 이 전파를 받아 다시 지상으로 내려 보낸다. 중계기가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위성방송이다.

위성이 도는 속도는 지구가 도는 속도와 같다. 그래서 항상 제 자리에 있는 것처럼 전파를 내보낼 수가 있다. 정지궤도 위성 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항상 정지돼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 지만, 사실은 지구의 자전 속도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인공위성은 적도 상공 3만 6천 Km에 떠 있기 때문에 수신 범 위가 한반도는 물론 중국, 일본까지 도달한다. 안테나를 설치해 방향을 잘 맞추면 얼마든지 전파를 잡아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종종, 전파월경 문제로 국가 간에 실랑이가 벌어 지 기도 한다. 위성방송의 장점은 하늘에서 전파가 쏟아지기 때문에 수천 명 이 보나, 수억 명이 보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하늘에서 쏟아 지는 전파이기 때문에 수십억 명이 동시에 위성방송을 봐도 부하가 안 걸린다.

또한, 동시에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 이 있다. 유식한 말로 광역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국 어디나 동일한 품질을 제공해서 동등성이 있다는 소리도 한다. 그러나, 케이블 TV나 IPTV는 사정이 다르다.

소비자 댁내 까지 크고 작은 케이블 망이나 인터넷 망을 깔아 전파를 전달 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균일한 품질의 커버리지 망을 갖기에 는 그 비용상 한계가 있다. 아무리 망이 고도화 된다 해도 수 요가 폭주하면 인터넷 망이 느려지거나 연결이 안 되는 경우도있다.

그래서, 케이블 TV와 IPTV는 크림 스키밍(Cream Skim- ming) 전략을 사용하여 대도시와 같은 고수익-저비용 지역 에만 망을 집중한다. 위성과 같이 전국에 동일 품질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IPTV나 케이블 TV는 양방향성이라 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위성은 광역성 이나 동시성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양방향성 이 안 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광역성과 동시성을 갖춰 실시간 방송에 강한 위성, 다시 보기 와 VOD와 같은 양방향성에 강한 IP TV나 케이블 TV, 이 둘 의 장점만을 모아 하이브리드 상품을 만들 수 없을까? 필자는 스카이라이프 CEO시절, 매년 두 차례 국제 방송통신 전시회를 꼭 참관했다.

봄철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NAB와 가을철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IBC 전시회다. 전 세 계 방송통신의 흐름과 신기술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 시회가 열리는 시점이 추석 등 명절과 겹치는 때가 많았다. 마 누라 핀잔을 뒤로 하고 비행기로 열 댓 시간을 타고가 운동화 가 닳도록 전시장을 헤매고 다녔다.

한국에서는 듣도 보지도 못한 첨단기술들이 널려 있었다. 위 성중계기에 소요되는 HD의 대역폭을 최대한 압축시킬 수 있 는 신기술이 매년 새롭게 선보였다. 전시장에서 직접 가계약 을 맺고 새로운 압축기술을 도입해 HD 채널을 늘리는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사장이 전시회에 다녀올 때 마다 뭔가 먹을 거리 를 물어 온다며 기대하는 직원들까지 생겼다. ‘IBC 2008’의 먹을 거리는 위성과 IPTV가 결합되는 상품이 었다. 이미 세계는 하이브리드 방송이 대세였다.

국가별로 상품 구성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실시간 방송은 위성, 케이블TV, 지상파 방송으로 구성하고 VOD와 양방향 서비스는 IPTV로 이원화 한 뒤 인터넷 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을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영국은 3개 사업자가 위성과 IPTV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고 있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도 2개 사업자가 하이브 리드 상품을 이미 선보였거나 연내에 선보일 예정이었다. 체 코, 폴란드, 스웨덴, 터키, 덴마크는 1개 사업자가 하이브리 드 서비스 준비에 나서고 있었다. IBC전시장 한 복판에 큼지막한 부스를 마련한 삼성전자를 방 문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운 좋게도 삼성전자가 개발해 수출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셋탑박스를 구경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담당 임원의 자랑이 이어졌다. 이 상품은 위성과 IPTV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개발 기간이 원래 1년 이상 걸립니다.

근데, 하도 급하다고 해서 우리가 밤새워 3개월 만에 개발했 습니다. 아주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저희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귀국 하시면 바로 한 번 뵙도록 하겠습니다.

필자의 명함을 받아 든 삼성전자 임원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 다. 3개월 만에 상품을 개발했다는 자랑이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후회하는 표정이 얼핏 스쳐갔다. 어쨌든 양방향에 목말라 하던 위성으로서 이보다 단비 같은 소식이 없었다. HD에 이어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질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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