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의 여성상, 디즈니의 새로운 클리셰가 될까?
모아나의 여성상, 디즈니의 새로운 클리셰가 될까?
  • 고준형
  • 승인 2017.04.04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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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새로운 변화

디즈니가 다시 폴리네시아로 떠났다. <릴로 & 스티치>(2002) 이후 14년 만이다. 최근 미국에서 이슈가 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1’ 때문일까. 디즈니는 <겨울왕국>(2013), <주토피아>(2016)를 거치며 새로운 여성 주인공을 만들어가고 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디즈니 영화에는 일종의 공식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힘겹게 사는 여주인공, 주인공을 돕는 조연들, 역경을 거쳐 백마 탄 왕자님과 함께 엔딩. <포카혼타스>(1995)나 <뮬란>(1998)처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과거 성공을 보장하던 프린세스 내러티브는 성역할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모아나>는 다르다. 부족의 미래를 위해 세계를 구하려는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와 반신반인이자 멘토인 마우이(드웨인 존슨) 사이에 사랑 이야기란 없다. 두 주인공은 철저한 파트너로서 기능하며, 모아나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간다. 영화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오로지 모아나가 어떻게 리더로서 성장하는지에 맞춰져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한계를 넘어서면서 성장하는 모아나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성역할을 나타낸다.

OST도 주인공의 변화와 함께 한다. <겨울왕국>에서 메가 히트곡 ‘Let it go'가 운명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엘사의 모습이었다면, <모아나>의 ’How Far I'll Go'는 정해진 역할을 거부하고 새로이 운명을 개척하려는 모아나를 보여준다. 장르마저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는데, 어쩌면 디즈니는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으로 이어지는 장편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다시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업에 참여한 면면도 화려하다. <인어공주>(1989)와 <알라딘>(1992)을 연출했던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 듀오의 지휘 아래, <인 더 하이츠>(2008)로 유명한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 린-마누엘 미란다가 전반적인 음악을 담당했다. 모아나의 테마송 'How Far I'll Go'는 그 백미. 모아나가 <알라딘>(1992)과 <라이온 킹>(1994)의 뒤를 이어 새로운 장편 뮤지컬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도 주목할 부분이다.

<모아나>는 ‘우리는 과거의 디즈니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영화다. 최근의 작품들을 거쳐 만들어낸 진취적인 여성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더 이상 왕자와의 로맨스를 필요로 하지 않고, 멘토의 도움으로 스스로 운명을 극복하고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흥행보증수표였던 ‘신데렐라 스토리’가 오히려 보수적이고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보수적인 색채로부터 벗어나면서, 새로운 디즈니의 클리셰를 써내려가는 것은 아닐까. 디즈니는 차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보여줬던 <주토피아>가 평단의 찬사와 흥행을 동시에 잡았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외부기고는 우리 논조와 다를 수 있으며, http://blog.naver.com/broken888에도 게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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