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장벽
트럼프의 장벽
  • 윤형석
  • 승인 2017.02.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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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이민정책 행정명령, 강한 미국

벽은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인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공간을 확정시키는 용도의 벽,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방음벽, 사고나 재난 상황에서 최대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차단벽, 싫어하는 대상과 멀어지기 위해 세우는 마음의 벽 등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벽이 있다. 모든 벽은 한 그 존재 이유에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그것은 바로 ‘보호’의 속성이다. 타인의 침범, 소음, 자신에게 위험을 끼치는 존재들로부터 보호 받기 위해 벽을 세우고 그 뒤에 숨는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정책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국경 장벽, 무역 장벽에 이어 3번째 장벽을 세웠다. 이 명령으로 인해 이슬람 7개국 국민들에 대한 입국 및 이민 제한을 당했다. 강한 미국을 이루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테러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강경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어딘가 우스운 구석이 많다. ‘보호’라는 목적으로 인해 이슬람 7개국의 국민들은 졸지에 ‘잠재적 테러범’이 됐다. 종교적 차별을 공식적으로 거행하는 모양새다. 혐오범죄방지법을 실행하고 있는 미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더 큰 아이러니함이다. 인종, 종교, 성별 등에 의한 혐오범죄를 막기 위한 법을 지닌 국가에서 종교적 차별이라니. 트럼프의 ‘강한 미국’은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런 결정에 전 세계는 너나 할 것 없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캐나다를 비롯한 각국의 수장들은 우려를 표했고 국가 뿐 아니라 세계적 기업들도 이에 반발했다. 스타벅스가 향후 5년간 난민 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내의 여러 주 역시 마찬가지다. 워싱턴에 이어 샌프란시스코도 이 행정명령에 위헌 소송을 냈고 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가 반인륜적인 반이민정책에 반대하고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소식이 트럼프에게는 전해지지 않나 보다. 이 명령에 반대한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을 바로 해고한 것을 보면 말이다.

역사적으로 장벽들은 대부분 무너지거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고 중국의 만리장성은 청과 원의 침략을 막지 못했다. 스스로 고립시킨 북한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으며 그 이전에 소련 또한 무너졌다. 모르긴 몰라도 트럼프는 역사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물론 그가 친 장벽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매우 중요한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위대한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중요한 가치, 바로 ‘포용’이다. 강한 자의 미덕은 포용에서 시작한다. 링컨은 노예를 품었고 세종대왕은 평민 출신의 인재를 품었으며 간디는 자신을 탄압하는 자들을 품었다. 트럼프가 펼치는 ‘강한 미국’이 진정으로 ‘강한 미국’은 아닌 이유다.

<외부기고는 우리 논조와 다를 수 있으며, http://blog.naver.com/broken888에도 게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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