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 조금 아쉬운 영화적 상상력
영화 <더 킹>, 조금 아쉬운 영화적 상상력
  • 고준형
  • 승인 2017.02.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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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에 비해 아쉬운 표현을 남긴 한재림 감독의 현실 고발

<부당거래>(2010), <범죄와의 전쟁>(2011) 이후 한국 현대 사회의 현실을 다룬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 <내부자들>(2015)로 정점을 찍은 것처럼 보였는데, 아니었다. 판타지 같은 현 시국이 ‘영화는 결국 상상이 반영된 산물’이라는 점을 콕 집어 알려줬다. 오죽하면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이 ‘(영화를)현실보다 어떻게 더 잘 만들 수 있겠냐.’라고 말했을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의 문법이 우리를 짓누르는 지금이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개봉한 <더 킹>(2017)은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영화는 권력을 동경하는 박태수(조인성)라는 인물이 권력의 정점을 지향하는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한재림 감독은 전두환ㆍ노태우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그 사이사이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 인물들과 닮은 배우들을 기용하고 당시 방송됐던 장면들을 인용하면서 중장년층의 서사적 몰입을 극대화시켰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과 이면에서 암약하는 권력자들을 대비적으로 표현한 점도 꽤나 신선했다. “내가 곧 역사야!”라고 외치는 강식은 우리가 상상했던 정치검찰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시퀀스에서, 음영 처리된 검사들의 언행은 권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학연ㆍ지연을 중시하는 권력 사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도 묵직하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기는 요소들이 있다. 우선, 분위기의 문제다. 무거운 문제의식을 활극처럼 표현하려는 점은 좋지만 초반부터 겹겹이 쌓이는 시퀀스들은 밝다 못해 구름 위를 떠다닌다. 극이 후반에 도달하기 전까지 상대적으로 무게감을 부여하는 상황들이 묻혀버린다. 의도하지 않은 불협화음이라고 할까.

같은 맥락에서 후반부 전개는 너무 갑작스럽다. 초ㆍ중반부의 참신했던 혐오스러운 권력의 모습이나 권력지향적인 개인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비극 등은 금세 진부한 권선징악으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적 서사에 깊게 빠져드는 걸 막으며, 이전에 이 영화가 보여준 메시지들과 결합돼 ‘정치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클로즈업 기법을 과하게 사용한 점도 아쉽다. 얼마 전 김영진 평론가가 쓴 한국 영화에서 낭비되는 이미지에 대한 글을 읽었다. 최근 한국영화의 메인 스트림에서 사용하는 클로즈업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예전만큼 파괴적이지 않다는 내용이다. <더 킹>이 좋은 예다. 주연급 인물의 등장과 그로 인한 서사적 변화는 분명 흥미롭지만, 장면을 표현하는 클로즈업 쇼트는 그들의 이미지를 표출하기에 급급하다. 어딘가 부족한 서사 위에서 펼쳐지는 기능적인 쇼트들은 영화의 전체적인 윤곽을 흐리게 할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만큼은 군더더기가 많았던 <관상>(2013)보다 확실히 나아졌다는 점이다. 분명 <더 킹>은 사실주의적인 영화고, 괜찮은 정치 풍자극이다.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켜 보여주는 서사는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깨알 같은 패러디(‘미안하다!’를 외쳤던 분이나 모 지검장 사건 등)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런 좋은 주제의식과 사회적 관심을 가진 영화가 불필요한 문법과 전개, 이미지 낭비로 귀결되는 건 안타깝다. 감독의 다음 영화를 기대해본다.

<외부기고는 우리 논조와 다를 수 있으며, http://blog.naver.com/broken888에도 게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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