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호갱시리즈] 게임계 야반도주, 모바일 게임 ‘먹튀’
[소비자호갱시리즈] 게임계 야반도주, 모바일 게임 ‘먹튀’
  • 이혜라
  • 승인 2017.11.0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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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표준약관 제정됐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어제까지만 해도 잘 돌아가던 게임이 하루 아침에 이용불가가 된다. 모바일 게임 ‘먹튀’ 이야기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임에 ‘닭 쫓던 개’ 신세

하루에도 앱 시장에는 수백 개의 게임이 새로 출시된다. 그중 상당수는 게임 내 재화를 현금을 주고 구매하는 ‘부분유료화’ 과금제를 택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 초반, 게임사들은 다양한 할인 이벤트로 유저들의 주머니를 공략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게임이 반짝 아이템을 팔았다가 얼마 뒤 게임 서비스를 종료해버려 유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그간 게임에 투자한 시간도 아까운데 현금으로 구매한 아이템을 돌려받을 길도 막막하다. ‘닭 쫓던 개’ 신세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해 4월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이용 중 할인 프로모션 등의 이벤트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 종료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 300명 가운데 무려 115명에 달했다. 게임사들이 사업을 정리하고 잠적하면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 현행법은 게임 아이템을 실제 재화가 아닌 가상의 데이터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경쟁심화에 꼼수 쓰는 게임사들

시장 경쟁심화와 게임을 수입해 서비스하다가 금세 정리하는 ‘단타형’ 게임사들의 난립이 모바일 게임 먹튀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규모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규모 게임사입장에서는 이들과 경쟁하기가 녹록치 않다. 장기간 게임 서비스를 개발‧유지하기 어렵다 보니 초반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할인 이벤트를 남발한다. 콘텐츠 개발이 미비해 유저수가 줄면 서비스를 종료한 후 게임을 조금만 바꾸어서 새로운 이름으로 출시한다.

올해 초 한국에서 출시된 한 게임은 유명 걸그룹 광고를 앞세워 출시 보름 만에 구글플레이 인기순위 1위까지 올라갔다. 설 명절에 맞춰 대규모 아이템 판매를 하더니 지난 3월 돌연 서비스를 종료한다. 더 황당한 일은 얼마 뒤 이름만 바꿔 해외 앱 마켓에 동일한 게임이 출시됐다는 점이다.

애초에 먹튀를 목적으로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게임도 다수 포착된다. 이들 게임은 대부분 유저 간 경쟁심리가 강한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로, 중국 등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 후 서비스된다. 끊임없이 푸쉬메시지와 팝업 광고로 인앱 결제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이른바 ‘뽑기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랜덤박스’를 판매해 일확천금을 꿈을 부풀려 다량의 아이템을 판매한다. RPG장르 열성팬들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한 게임에 투자하는 것을 겨냥한 운영전략이다. 이들 역시 이용자들에게 별다른 공지도 없이 하루아침에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고 사라지기 일쑤다.

◇모바일게임 표준약관 제정, 아직도 허점 투성이

모바일게임 먹튀 문제가 끊이지 않자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모바일게임 표준약관을 제정했다고 8일 밝혔다. 약관은 일단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때는 30일 전까지 공지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이 공지는 게임 서비스 안에서 뿐 아니라 가입자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개별 통지를 반드시 하도록 했다. 이용자들이 찾기 힘든 곳에 공지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서다. 또 서비스 중단은 사업자의 영업폐지 등 중대한 경영상의 사유로 제한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유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게임 내 아이템 구매가 일상적인 일이 됐지만 아이템이 현행법상 데이터 조각에 불과해 환불을 받기가 극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달 전에 서비스 종료를 공지해도 그동안 구매한 아이템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기는 극도로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비스 종료 후 유료 아이템에 대해 ‘환불을 요구’한 이용자는 9.0%에 불과했다. 환불을 요구하지 않은 이용자들은 환불금액이 적어서(34.1%), 환불절차가 복잡해서(30.8%), 게임서비스 종료 사실을 몰라서(23.8%), ‘고객센터와 연락이 어려워서’(6.2%)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캐릭터를 육성하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안은 전무한 상황이다. 게임 내 캐릭터는 ‘제 2의 자아’라고 불릴 정도로 유저들은 많은 애착을 느끼지만 보상안은 전무하다. 대부분의 게임사 약관에서도 유료 아이템에 대한 환급안만 거론돼 있을 뿐 캐릭터는 재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도권은 여전히 게임사에 남아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 과금을 반강제로 강요한다든지 천편일률적인 페이투윈(이기기 위해서 돈을 쓰는 게임) 구조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직까진 유저가 위험 게임을 선별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우선될 것 같다. 빠른 시일 안에 관련 제도가 정착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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