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굽는 게임위, 자의적 판단 도마위
번갯불에 콩 굽는 게임위, 자의적 판단 도마위
  • 이혜라
  • 승인 2017.11.15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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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가 졸속으로 게임 등급을 판단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명확하지 않은 자의적 판단 기준도 업계와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임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대한민국 대다수 게임 등급을 결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국가 기관이다. 게임위의 판단에 따라 게임의 연령별 등급과 출시 여부가 결정되므로 대한민국 게임계를 좌지우지 하는 권력 기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위의 등급 분류 방식을 살펴보면 ‘날림행정’ 의혹을 거두기 어렵다.
 
통상 매주 수요일 열리는 등급분류심의회에서는 40여개 가량의 게임이 등급 심사를 받는다. 회의시간은 3시간 남짓, 산술적으로 각 게임 당 할당된 시간은 4분 남짓이다. 게임 서비스에 가입하려고 해도 간당간당한 시간이다. 수박 겉핥기 식 심사가 이뤄진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등급분류심의회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밀실회의’다. 게임위는 게임사의 민감한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의 내용을 공개를 꺼리고 있다. 소비자와 게임사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등급분류심의회는 여명숙 위원장 등 9명의 게임의 위원이 참여한다. 이들의 입에 소비자가 어떤 게임을 즐길 수 있을지 전적으로 달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게임위 임원 구성은 정부와 학계 인사만 가득할 뿐 정작 소비자‧게임사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표적으로 여명숙 위원장은 이화여대 학사, 석사, 철학박사를 졸업한 후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게임위의 수장에게서는 좀처럼 ‘게임’의 냄새를 찾아보기 힘들다. 여 위원장의 일천한 게임 관련성은 취임 초기부터 수차례 논란이 됐다.
 
여 위원장을 제외한 8인의 위원들 중 교수가 넷, 정부 관계자가 둘, 변호사가 둘이다. 전공분야도 공공정책학, 교육정보화 등 게임과 다소 거리가 멀어보는 교수들도 포진해 있다. ‘번갯불에 콩 구어 먹는’ 등급 분류 환경에서 어설픈 ‘매스질’이 예상되는 이유다.
 
자의적인 게임 분류 잣대도 문제다. 지난 9월 여 위원장은 한 모바일 게임에 대해 “벗기기 게임”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게임 개발 업체는 “게임 일러스트가 연령등급과 맞지 않는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시정 요청이 접수됐다”며 해당 캐릭터에 검정색 옷을 입힌 새 일러스트로 교체했다. 하지만 게임위 측은 이마저도 등급 재분류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고, 개발사측은 전신을 검은 해녀복으로 가린 일러스트로 수정했다.

해당 게임 이용자들은 타 게임에는 더 노출이 심한 일러스트도 많은데 유독 이 게임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게임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개발자연대도 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이용자와 개발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소비자들이다. 청소년 게임으로 분류됐다가도 게임위, 특히 여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성인게임으로 바뀔 위험이 도사린다. 이 경우 청소년들이 그 동안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현금재화를 보상받을 길은 거의 없다. 

성인 이용자도 마찬가지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게임이 등급외 분류를 받는다면 게임 이용권 침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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