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결제 유인 엔씨소프트, 위태롭게 세워진 ‘하우스 오브 현질’
현금 결제 유인 엔씨소프트, 위태롭게 세워진 ‘하우스 오브 현질’
  • 이수현 기자
  • 승인 2017.11.28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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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자들 부추기는 게임업체… 하룻밤 수십만원은 기본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란 말이 있다. 놀이용 카드를 삼각형 모양으로 세워 탑처럼 쌓아 올리는 구조물을 가리킨다. 카드 탑은 가운데가 비어있는 구조라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진다. 엔씨소프트를 보면 하우스 오브 카드가 떠오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7273억원, 영업이익 327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4%, 403% 신장한 수치다. 폭발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리니지M’ 올인이라는 암초가 도사린다. ‘리니지’, ‘리니지2’, ‘블레이드&소울’ 등 그간 캐쉬카우가 됐던 게임들의 실적은 일제히 하락했다. 엔씨에게 리니지M이 없었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엔씨 최악의 해로 남아있을 수 있다.

리니지M의 매출은 비정상적이다. 지난달 24일 모바일 앱 분석업체 앱애니는 “리니지M이 3분기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양대 마켓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최대 매출 앱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위권에 있는 다른 앱들이 전세계에서 수익을 올리는데 비해 리니지M은 현재까지 오직 국내에서만 서비스 되고 있다. 국내에서만 수익을 내는 리니지M이, 글로벌 시장에서 노는 다른 업체들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유저들의 현금결제를 강력하게 유인하고 있다는 말이다.

유저들 사이에서 리니지M에서 10만원대 현금결제는 무의미하다고 평가된다. 수백, 수천만원의 현금결제도 비일비재하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에 교묘하게 현금 결제를 유혹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심어뒀다. 리니지M을 즐기기 위해선 아이템 획득 확률과 경험치 획득률을 증가시키는 게임내 아이템 현금 구매가 강요된다. 이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으면 유저들간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리니지M 원작인 리니지에도 있던 시스템이지만 엔씨소프트는 구매자와 비구매자의 격차를 더 늘려 리니지M 과금 요소를 증가시켰다.

매달 이벤트란 이름으로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에 이르는 현금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판매방식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박스’다. 통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상급의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수 천 만원의 현금결제가 필요하다. 이쯤 되면 단순한 게임이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 재미있는 콘텐츠로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경쟁 요소를 강화시키고 현금 판매를 조장해 최대한의 수익을 뽑아내려는데 리니지M의 기획과 제작 방점이 찍혀 있다.

공룡기업 엔씨가 무너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부와 관련부처가 나서 랜덤박스 판매를 중지시키면 곧바로 리니지M 매출 급감으로 이어진다. 조그마한 제도 변화 하나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맨얼굴이다. 최근 영국‧미국‧유럽권에서는 게임 랜덤박스 판매를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확률에 의존해서 일확천금의 꿈을 사람들에게 불어넣는 것이 도박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엔씨소프트도 지나친 현금유도에 대한 유저들의 원성을 모를 리 없다. 엔씨는 뮤지컬, 웹툰, 음악공연 등 문화콘텐츠 분야 사업을 전개하며 이미지세탁에 들어갔다. 지난 9월 30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유명가수들을 불러 대규모 행사 ‘피버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막대한 행사비용은 유저들이 ‘질러준’ 현금으로 충당된다. 일부 유저들은 “우리에게 번 돈을 게임과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푼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IP 사업을 다각화해 게임을 문화 콘텐츠를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엔씨소프트의 행보는 리니지M이란 음지에서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 양지에서 떳떳하게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에게 향하는 원망을 즐기는 듯하다. 지난달 공개된 리니지M TV 광고는 과금유도에 분노한 한 직장인이 “김택진 이XX”라며 고성을 지른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에는 직접 김 대표가 등장해 그의 분노어린 외침을 듣고 “쿠폰이 어딨더라”며 능청을 떤다. 유저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게임 쿠폰 몇 장이면 해결될 존재로 치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28일 기준 김택진 대표 일가가 소유한 엔씨소프트 주식 수는 약 236만주로 시가총액 1조985억원에 달한다. 경쟁 시스템을 구축해 이용자들을 과몰입 상태로 만들고 현금 결제를 반강요하는 대가로 쌓은 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현자 파우스트에게 접근해 쾌락을 대가로 그의 영혼을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엔씨소프트와 리니지M의 관계도 비슷하다. 한국 온라인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던 김대표와 엔씨소프트의 창의성은 희미해지고 탐욕만이 남아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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