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감독의 세상엿보기] 발걸음을 가볍게
[장감독의 세상엿보기] 발걸음을 가볍게
  • 장성수 영화감독·기자
  • 승인 2018.01.03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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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지자고 쓰는 스마트 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생활을 편하게 하는 기능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기능들에 우리의 생활을 맞추는 일이 생겨난다. ‘편한 삶’을 위해서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발전이다. 스마트 폰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능들이 작동하게 만들기까지 과정이 복잡한 경우가 많다.

처음 아이폰을 샀을 때는 매뉴얼 북 까지 구입했었다.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다.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 것은 편하지만 회원가입에 인증서 등등,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

남의 집에 가서는 티브이를 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옛날처럼 단순히 스위치 하나만 켜는 것이 아니다. 리모콘을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 –특히 기계치나 나이든 사람-에게는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감당하기도 힘든 정보들이 매일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이해하고 넘어갈 시간을 주지 않는다.

모두들 지쳐가는 것 같다. 단순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점에는 ‘청소를 해서 필요 없는 것을 다 버리라’ 하고, ‘생각 버리기를 연습하라’ 하고, ‘미움을 받을 권리를 찾으라’ 하고,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익히라’하는 책들이 인기를 누린다. 그렇게 ‘미니멀 라이프’에 동참하라고 손짓한다.

아마도 자유를 찾으라는 선언 같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절규 같다. 나는 별로 복잡하게 사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잠시나마 무언가에 얽매인 경험을 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수많은 기능을 배우기 위해 매뉴얼 북을 따로 구입했었다. 그때는 기능 하나하나가 신기했었다. 앱스토어에서 모든 앱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내 하루의 전부가 아이폰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잘 사용할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며칠간을 헤어진 애인 찾아 헤매듯이 찾아 다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누군가 받아주겠지 하며 전화를 했다. 슬펐다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그것’에게 너무 의존했었구나.

마음을 비우니 마음이 편했다. 다시는 상처받지 않겠노라 선언하듯이 폴더폰으로 갈아탔다.

마음이 편했다. 덤으로 전화번호는 모두 날아가고 인간관계도 정리가 됐다. 불필요한 앱을 무의식적으로 열어보는 습관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새 우리는 많은 것들에 얽혀있고 얽매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물건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번민들과 욕심들에서 자유로워야한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유행 자체에 얽매여서도 안 된다. 그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물건들 중에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은 하나둘씩 정리해가고 한편으로 내 마음을 둘러보고 불필요한 번민들을 덜어내는 새해를 맞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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