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파경고에 뜬 실내흡연의 단상
[기자수첩] 한파경고에 뜬 실내흡연의 단상
  • 연진우 기자
  • 승인 2018.02.0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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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냄새 때문에 이사갑니다." 얼마 전 서울 중심부 아파트에 전세 살던 직장인 김모씨는 안방과 거실 화장실로 담배냄새가 들어와 결국 이사를 선택할 수박에 없었다. 김씨는 "남의 얘기인 줄 알았다"며 "그게 내 얘기일 줄은 몰랐다. 정말 담배 냄새 때문에 이사를 가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뉴스에서만 보고 들었던 내용이 자신에게 생기자 김씨는 아파트 단지 내 혹은 집안 흡연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결혼 5년차 만에 낳은 늦둥이 아들이 1년 동안 담배냄새 속에 살아야 했다고 김씨는 회고했다. 공기청정기를 구비해놨지만,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다. 시도때도 없이 스며드는 담배냄새에 아이와 아내는 일치감치 처가신세를 지게 됐다. 김씨의 34평 넓은 전세집은 담배냄새 때문에 썩어가야만 했고, 김씨의 마음도 피폐해졌다.

이처럼 실내 흡연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 가해자 즉 흡연자들은 "내집에서 내 마음대로 담배도 못피우냐"고 성화지만, 간접 흡연을 당하는 비흡연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혹자는 지옥과 같다고도 말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4~2017년까지 집담배로 인한 다툼이 1215건으로 층간소음 분쟁(859건)의 약 1.5배다. 흡연인구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지만, 집담배 분쟁은 260건(2015년)→ 265건(2016년)→ 353건(2017년)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그래서 생긴제도가 금연아파트제도다. 하지만 아주 일시적으로 비흡연자의 피해를 줄일 뿐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금연아파트는 입주민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복도·계단·승강기,·지하 주차장같은 공용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다. 만약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하지만 2월 초 현재 서울의 금연아파트는 70곳이 됐지만, 과태료 부과 건수는 ‘0’건이다. 현실적으로 ‘현장’을 잡아내기도, 대체로 ‘을’인 관리사무소가 ‘주민’을 상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힘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건강정책팀 관계자도 “단속 인력도 부족한 데다, 흡연 순간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지만, 유례없는 한파에 집안 흡연은 갈수록 늘고 있다. 살을 에이는 추위 때문에 밖에서 흡연할 엄두가 나지 않자, 집 안에서 환풍기를 틀어놓고 발코니 혹은 화장실에서 뻐끔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그 통에 퇴근 후 저녁이 되면 연일 고성이 오가는 건 이제 일상이다. 종일 일한 몸으로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을 내 놓을 때마다 수억원씩 투기과열지구의 아파트값이 오른다.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못 잡는 게 부동산이다. 흡연인구가 줄었지만,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게 실내 흡연자들이다. '몽니'만 는 이 두가지 문제의 해결은 결국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부주의로 일어난 화재 2만3426건 가운데 담배꽁초가 원인인 사례가 30%(6900건)에 달했다. 담배로 인한 우리사회의 답답한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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