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영미의 '미투', 단순 폭로전 양상은 안 된다
[기자수첩] 최영미의 '미투', 단순 폭로전 양상은 안 된다
  • 장성수 감독·기자
  • 승인 2018.02.07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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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의 풍자 시 ‘괴물’이 문단을 또 한 번 뒤집었다. 최 시인은 한 원로 시인의 상습 성희롱을 저격했고 온라인은 지지자들과 반박하는 이들의 갑론을박으로 들끓고 있다.

문단의 성희롱 문제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0월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 문인들은 ‘나도 성희롱을 겪었다’고 폭로했다.

‘미투’ 운동은 그간 구조적 억압 때문에 공개되지 못했던 아픔을 나누고 성희롱 문제, 더 나아가선 성의식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을 저격한다고 해서 구조 개선을 성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6년에 한 번 뒤집혔던 문단은 곧 잠잠해졌다. 피해자가 침묵을 강요당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나도 남성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미투 운동은 이분법을 만들 위험이 존재한다. 자극적인 폭로가 이어지며 ‘구조’는 은폐되고 ‘인신 공격’만 남아 흥밋거리로 소비된다. 무차별적 ‘미투’가 이어지는 와중에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오인사격’도 빈번하기 마련이다.

미투 운동의 시작은 ‘누가’일지라도 종착지는 ‘무엇’과 ‘어떻게’에 맞춰져야 한다. 혁파해야 하는 건 개인보다 거대한, 낡은 사회라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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