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前남친(여친) 만남 주선 재회업체 '문전성시'…수백만원 사기당하는 의뢰인들
[탐사보도] 前남친(여친) 만남 주선 재회업체 '문전성시'…수백만원 사기당하는 의뢰인들
  • 유지윤 수습기자
  • 승인 2018.05.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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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상황, 돈받고 ‘조작’ 해주는 업체들 사실 알고보면 '뻥'
상담 선불비용만 15만원…성사 이후엔 수백만원, 부르는 게 값
재회 실패시 의뢰인 성격 탓하며 깎아내리기 일쑤…환불도 'no'
재회 프로젝트 4주간 진행, 연예코칭 강의에 320만원 비용
재회수법 대부분 사기성 농후… 의뢰인 겪은 슬픔 간절함 이용

[톱데일리=유지윤 기자]# ’그리운 전 애인과 우연히 재회 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달콤하다. 이 영화 같은 상황을 돈을 받고 ‘조작’ 해 주는 업체들이 있다고 한다. 포털 사이트에 ‘헤어진 남자 친구(여자 친구)잡는 법’ 이라고 검색하면 무수히 뜨는 ‘재회 업체’ 들이다. 과연 이 업체들이 얼마나 ‘리얼’(실제 같은)한 상황을 연출하는지, 전 애인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톱데일리 탐사보도팀>이 취재했다. 편집자·주

이들 대부분은 선불로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 비용은 최소 3만원에서 15만원 선. 진행 방식은 상담 시간을 예약하고 상담료를 내고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담을 하는 식이다. 그 후 의뢰인이 응한다면 재회를 도와주는 수백만원짜리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지난 해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수 십 개의 연애 상담 업체와 심리 상담 업체에서 상담을 받아봤다는 김아랑(30·가명)씨는 "다른 심리 상담 업체나 연애 상담 업체랑 (일부)재회 업체랑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아랑씨는 지난 해 5월 12살 연상의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아 수면제를 복용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아랑씨가 찾아간 재회업체의 상담 방법은 교활했다. 상대방을 치켜세우고 의뢰인을 깎아내리는 식이다. 간절함을 증폭시켜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하기 위해서다. 이 서비스엔 재회 프로젝트 비용 뿐 아니라 스타일링 비용, 연애 심리 강의 비용 까지 포함된다. 재회가 실패했을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밑밥‘을 충분히 깔려면 의뢰인을 깎아내려야 한다.

"심리 상담사나 다른 연애 상담 업체들은 모두 '헤어지라' '잊어라' '본인이 너무 아깝다' 등의 말을 많이 했어요. 안 그런 재회업체들도 많지만 일부 재회업체들은 무조건 '그 남자 잡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이 남자의 잘난 점을 늘어놓으며 제가 모두 잘못하고 실수해서 이 남자를 놓쳤다는 식으로요. 그러더니 저보고 의뢰인님은 '총체적 난국' 이라면서, '프로젝트' 를 받아보라고 말하더라고요. 재회 뿐 아니라 스타일링과 전체적인 연애 습관도 뜯어고쳐준다고. 비용을 물어봤더니 250만원 정도 나올 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무조건 몰아가는 식의 상담을 받다 보니 정신적 회복은 더뎌졌다.

"그런 말들을 듣고 나서는 다 제 잘못 같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250만원을 감당할 자신은 없고요. 돈도 없고. 평소에 이별 후에 많이 힘들어하는 편이라 친구들한테 상담을 많이 하는데 차라리 그게 나은 것 같아요. 제가 갔던 재회 업체는 저를 깎아내리면서 '의뢰인님 성격에 문제가 있다' '의뢰인님이 이별 통보를 받을 만하다''그 남자 분은 의뢰인님 아니어도 만날 여자 많을 거니 얼른 잡아야 한 다’는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심리 상담 경력 10년 이상이라는 최영표(32)씨는 "상담의 기본은 의뢰인의 불안함과 고통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치유해 나가는 거지, 악랄하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상담사 입장에서 보기에 재회율은 보장될 수 없는 확률이다. 이런 업체에 돈을 쓰는 걸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직접 상담받아보니

사례를 듣고 기자는 상담 비용이 가장 저렴한 C재회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인터넷에 사연을 신청하고 입금하면 전화가 온다. 상대방을 9살 연상의 유부남으로 설정하고 의뢰인인 척 전화를 받았지만 상담사 B씨는 이내 눈치를 채고 유독 문제가 많은 업체에 대해 슬쩍 이야기해줬다.

"저희도 무조건 성공하진 않아요. 그걸 의뢰인한테 확실히 말을 해줘야죠. 모든 재회 업체들이 다 그러진 않지만 그런 업체들이 많긴해요. 특히 이름은 말씀 드릴 수 없지만..아실 거예요 광고 수시로 크게 하는 곳. 그 곳에서 피해받고 여기로 찾아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4주간 320만원, 그 중 대부분은 '연애 강의 비용'

지난달 24일 오전 11시경 앞서 만난 의뢰인들이 언급한 서울 강북구의 D재회업체에 의뢰인인 척 전화를 걸었다. 예약을 잡고 직접 가서 상담을 하려 했으나 문전성시였다. 방문예약도 전화 예약도 모두 꽉 차 있었다. 선불 12만원까지 요구했다.

24일 오전 직접 업체와 주고받은 문자. 사진=유지윤 수습기자
지난 4월 24일 오전 직접 업체와 주고받은 문자. 사진=유지윤 수습기자

25일 상담은 가능하다 해 예약을 잡을 것처럼 다시 전화를 걸었다. 프로젝트에 대해 슬쩍 물어보니 이 업체의 재회 프로젝트는 4주간 진행된다. 비용은 320만원. 상담사는 "일단 카카오톡 코칭 방에 초대가 되면 연애 코칭 강의가 올라오거든요. 되게 좋은 영상들이거든요. 그리고 막판에 현장에 투입 됩니다"라고 답했다. 거금 320만원 중 대부분은 고작 '연애 코칭 강의'로 허비된다는 것이다.

◇피해 사례 천태만상, 환불도 어렵다

앞서 인터뷰에 응해준 최씨의 소개로 재회 업체 피해자들을 많이 상담해 봤다는 연애 심리 상담사 보은교(가명)씨를 소개 받았다. 보씨는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피해에 정신적인 피해까지 겹쳐 많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회는커녕 더욱 멀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통만 가중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 사례들은 천태만상이었다. 시키는 대로 문자를 보냈지만 오히려 남자친구의 반응이 싸늘해졌다는 사례부터 헤어진 연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조작해준다는 '재회 프로젝트'를 이용했다가 물만 먹은 사례까지 다양하다. 물론 환불은 꿈도 꾸기 어렵다. 환불을 요구하면 업체들은 입을 모아 '이미 프로젝트가 진행돼서 힘들다'며 거부한다.

#30만원 주고 시키는 대로 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너 왜이래"

한 포털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A씨(25)는 문자 코칭을 해준다는 재회 업체에 30만원을 결제했다. 그 후 업체가 보내준 내용으로 문자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너 왜이래"란 답이었다.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이미 문자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환불 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그제 서야 마지못해 14만원을 환불해줬다.

#택배 기사로 위장해 전 애인에게 라디오 사연 들려줘..

그들의 '재회 프로젝트 비법‘은 어처구니가 없다. 요원이 택배 기사로 위장 해 '전 남자친구(여자친구)가 사귈 때 신청한 이벤트에 당첨되셨다"며 재회 공략 상대를 불러내는 것. 택배 트럭 안에선 의뢰인이 보낸 것 같은 라디오 사연을 튼다. 이 방법이 효과가 없을 땐 다음 '비법'으로 넘어간다. 이런 식으로 비용은 처음보다 점점 추가된다. 최종적으로 재회에 실패했을 경우에도 환불은 불가능에 가깝다.

보씨는 “재회에 실패했을 경우에도 업체 측에서 ’우리가 이렇게까지 이벤트를 했는데 안 되는 건 당신 책임‘이라며 몰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이어 "성공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하다 보니 상대방은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를 챌 수밖에 없다"며 "이미 상대방이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밖에 없게 해놓고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상대방은 점점 질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업체 직원이 직접 유혹하기도...

보씨는 "한 업체 의뢰인이 예쁠 경우에 직원이 직접 유혹한 사례도 봤다"고 귀띔했다. 이어 "'(수백만 원이 드는) 재회 프로젝트가 잘 안 돼도 제가 옆에 있어줄게요'란 식"이라며 "의뢰인의 외로움을 이용한 거다. 환불도 안 받고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상담사 채용 기준은 준수한 외모, 어린 나이, 화술

한 채용사이트에 올라온 재회 업체 채용공고. 사진=인터넷 캡처
한 채용사이트에 올라온 재회 업체 채용공고. 사진=인터넷 캡처

사람의 간절함을 이용해 거금을 뜯어내려는 일부 재회 업체들의 채용 기준은 '준수한 외모'와 '화술' 이다. 심리상담 자격증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민간 자격증이라 돈을 내고 정해진 강의를 수료하면 누구라도 딸 수 있다. 나이 또한 30대 초반으로 제한돼있다. 상담 능력 자체보단 얼마나 '영업'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많이 보는 것이다. 한 연애 업체 관계자는 “모델, 방송 관계자들을 선호한다. 최대한 의뢰인을 꼬드겨 재회 프로젝트를 많이 따 내야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걸 왜 당해? 싶지만...

'얼마나 멍청하면 저런 사기를 당할까' 싶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앞에선 천하장사도 무너질 수 밖에 없는 법이다. C 재회업체 관계자는 "전화하시는 분들 중에  절대 이런 데 상담할 것 같지 않은 분들도 있다. 전문직들도 많고 똑똑하고 스펙이 출중한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지은(28)씨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들은 적이 있으면서도 최근 이별을 겪고 나서 재회업체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씨는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그래도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돈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돈만 있었다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재회 프로젝트를 신청하고 싶었다. 이씨는 "상담 후에는 더 간절해졌다"며 "돈이 없는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통장에 200만원만 있었어도 바로 신청했을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소비자보호법 규제는 미비하다.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당하지 않거나, 이미 피해를 받았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프로젝트 비용을 선불로 지불하는 것에 대해 관련 규제는 딱히 정해져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적 약관 심사를 요청하면 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무조건 계약서를 쓸 때는 조항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공정한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고 피해 사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심사 과정을 거쳐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게 있다면 '사랑'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재회업체 피해 사례 글. 사진=인터넷 캡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재회업체 피해 사례 글. 사진=인터넷 캡처

'될놈될,안될안은 과학이다'(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어차피 안 된다)

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어차피 마음이 있으면 돈을 내고 상황을 조작하고 연출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앞서 인터뷰에 응해준 보씨는 "재회 업체를 피해자들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해서라기 보단 혼자가 되기 두려워서 업체를 이용했던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 시간과 돈을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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