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촉] MB에 밥구걸, 기성언론의 민낯
[기자의 촉] MB에 밥구걸, 기성언론의 민낯
  • 박근제 기자
  • 승인 2018.04.24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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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있는 곳에 기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있는 곳에 기사가 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사건‧사고가 보도되는데 기자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참혹한 현실이라도 매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사회의 표면으로 드러나지 못한다. 반대로 가십거리에 불과한 일도 기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되면 중차대한 일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여론을 이끌어나가는 건 누가 뭐래도 대형‧기성 매체들이다. 이들은 주요 기관을 출입처로 삼고, 공동기자단(풀 기자단)을 운영하며 정보를 발 빠르게 얻어낸다. 기성 언론 기자 한 마디에 잘 나가던 기업이 고꾸라지기도, 암울하던 회사가 소생하기도 한다. 그들의 펜 끝은 진중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성 언론이 ‘불편부당(不偏不黨)’을 회사의 기치로 걸어놓은 이유다.

현실은 어떤가. 23일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기성언론 기자들이 지난 2006 MB 측근으로부터 금품‧향응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색을 띄고 있는 매체의 기자들이 주로 그랬다. 출입처와 기자간의 만남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기자는 출입처로부터 정보를 얻어야 하고 출입처는 기자에게 홍보를 해야 하는 역학관계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MB측으로부터 하루에 적게는 수십에서 백만원 가까운 식사를 대접받았다. 취재원과 기자 사이의 식사라고 하기엔 너무 과도한 액수다.

출입처와 기자 사이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고사성어로 설명하곤 한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정도가 좋다는 말이다. 지나치게 사이가 가까우면 기자는 객관성을 상실하고 출입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써내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발표 저널리즘’이다. 출입처 입장만을 담은 보도자료를 무비판적으로 기사화한다. 객관화를 위한 노력은 상실되고 파견 홍보 직원 비슷한 꼴이 된다. 펜촉은 무뎌지고 뱃살이 낀다. 발로 뛰지 않고 귀로 들은 것을 받아 적으며 월급만 타박타박 타가다 저녁에는 높으신 분들과 술자리를 하며 본인이 ‘내부자’가 됐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배부른 기자는 제도권 안에서만 문제의식을 갖는 ‘제도언론’을 낳는다. 기사가치를 회사에 득이 될 만한 권력관계에서 찾는다.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은폐되고 힘 있는 사람의 주장은 1면을 장식한다. “돈도 안 되고 어렵기만 한 기사를 왜 쓰냐”는 식이다. 민주주의의 감시견, 제 4부인 ‘언론’이 적폐가 되는 순간이다.

출입처와 결탁해 권력 지향형 기사를 쏟아내는 건 기성언론의 습관이다. 워렌 버핏은 “습관의 사실은 너무 가벼워서 깨지기 전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선배도, 남들도 그래왔던 습관이기에 큰 충격이 있기 전까지는 관행은 지속되기 마련이다.

키는 독자가 쥐고 있다. 벌써부터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기사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가 빨리 돈다. 누구나 각자 SNS를 통해 ‘언로(言路)’를 소유한 시대다. 과거 권력에 취한 언론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독자가 매체를 이해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증가할수록 권력 지향형 언론들의 영향력은 감소될 수밖에 없다. ‘기레기’, ‘기발놈’이라는 시민들의 불호령 앞에 태연할 수 있는 언론사는 없다.

한국 언론의 미래는 독자들의 손에 달려있다. 신뢰성 있는,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매체를 각자 판단하고 힘을 실어준다면 공고했던 기성 언론의 장막은 걷혀나갈 것이다. 훌륭한 시민이 바른 언론, 공정한 민주주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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