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 ing] 근로자의 날, '노는날'에도 그들이 '탠디(TANDY)' 앞에 모인 이유
[현장보고 ing] 근로자의 날, '노는날'에도 그들이 '탠디(TANDY)' 앞에 모인 이유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8.05.01 00: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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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에 따르면 탠디의 하청업체 5곳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제화공 47명이 지난 26일부터 서울 관악구 봉천동 탠디 본사 건물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30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에 따르면 탠디의 하청업체 5곳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제화공 47명이 지난 26일부터 서울 관악구 봉천동 탠디 본사 건물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근로자의날(노동절)'이면 이들의 연좌농성은 6일째에 접어든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톱데일리=신진섭 기자] 낙성대 역 1번 출구에서 직진으로 5분 거리, 거기에 구두 전문업체 '탠디(TANDY)' 본사가 있다. 건물 3층에선 탠디 도급 제화기술자 45명이 농성 중이다. 그들은 왜 탠디 건물 안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됐나. 톱데일리가 지난 30일 오후 시위현장을 찾았다.

텐디 본사건물은 정문, 후문을 가리지 않고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정문 하나만이 직원들 통제하에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사진=신진섭 기자
텐디 본사건물은 정문, 후문을 가리지 않고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여기에 트럭과 승용차를 동원한 차벽이 형성됐다. 정문 하나만이 직원들 통제하에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텐디 본사는 마치 철옹성 같은 모습이었다. 정문, 후문은 물론 주차장까지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건물 전면에 배치된 CCTV만도 3개, 탠디 건물과 미셸(탠디 계열사) 건물 사이 골목에도 CCTV가 촘촘히 배치돼 있었다. 본사 건물로 진입할 수 있는 정면 문은 총 3개, 사측 인원들은 문 앞과 문 뒤에 촘촘하게 배치돼 있었다. 봉고차와 승용차로 건물을 둘러싼 차벽도 눈에 띄었다. 질서유지선, 차벽, 직원, 문, 직원으로 이뤄진 '철통경비'였다. 노동자 측은 소방법을 근거로 "화재 발생시 위험할 수 있다"며 통로를 개방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사측에 ▲8년간 동결된 공임비(품삯) 인상 ▲작업이 어려운 구두를 제작할 때 특수공임비 제공 ▲정당한 사유 없는 일감차별 금지 ▲사업자등록 폐지하고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후문쪽 주차장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CCTV도 꼼꼼이 배치돼 있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이 중 선결 조건으로 꼽히는 건 사업자등록 폐지다. 시위에 나선 제화기술가들은 IDK, 다빈치, BY, 아이콘, 대화기업이라는 5개의 탠디 하청업체에서 일한다. 탠디를 위해서 구두를 만들지만 탠디의 직원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지난 2000년 사측의 강요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허울뿐인 사장님이 됐다'고 주장한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정문 유리 문. 문 뒤에는 직원 3~4 명이 상주하며 이동 인력을 통제했다. 사진=신진섭 기자
직원들이 이용하는 정문 유리 문. 문 뒤에는 직원 3~4 명이 상주하며 이동 인력을 통제했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개인사업자가 된 순간부터 제화기술자들은 4대 보험, 퇴직금은 물론 각종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났다. 전과 하는 일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탠디로부터 재료와 기계도 공급받지만 상황은 딴판이다. 사업자등록을 통해 고용 계약이 아닌 위탁 계약을 통해 업체와 일을 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 됐기 때문이다. 사장님이지만 원하는 물감을 받아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전무하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일일 지시사항은 물론 물감까지 본사에서 독점적인 형태로 내려온다. 지난해 1월 퇴직한 제화 노동자 9명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진행했고 항소심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제화기술자들을 탠디 사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탠디 농성, 비정상의 일상화

30일 오후 6시, 탠디 정문을 통해 직원들이 퇴근했다. 시위대쪽으로 퇴근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오후 6시가 되자 정문이 슬쩍 열리고 탠디 본사 직원들이 삼사오오 건물을 빠져나온다.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해졌다는 듯 제화공들을 향해 눈길을 슬쩍 건네곤 낙성대역 쪽으로 걸어간다. "그건 나중에 만들까요?" 그저 일상적인 업무 대화만 오고갈 뿐이다. 온도차이는 분명했다. 문은 직원들에게만 열렸고 금새 다시 닫혔다. 

질서유지선과 차벽 사이로 지나가는 시민들도 풍경에 익숙해진 건 마찬가지였다. 때때로 탠디 건물을 가리키거나 동행인에게 귓속말을 거는 행인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무심히 중앙을 가로 질렀다. 문앞에 마스크를 착용한 20대 청년들이 여럿 보였다. 이들은 문앞을 서성이며 통화와 문자를 반복했다. 보고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통화를 하는 도중 웃거나 농담을 하는 등 자연스런 분위기였다. '철의 노동자', '민들레처럼' 등 끊임없이 시위 현장에 울려퍼지는 민중가요만이 '바로 여기'가 투쟁현장임을 상기해줬다. 

시위대 팻말.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집회에 참가한 제화기술자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대부분 경력 30년 이상 베테랑 기술자들로, 50대 이상 장년층이 대다수다. 이들은 수제화 한 켤레를 만들면 탠디로부터 6500원을 받는다. 8년째 동결된 금액이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 베테랑 기술자인 제화공 시급은 1만원 꼴이다. 이마저도 본사에 항의를 해 찍히면 물량을 주지 않아 더 줄어들 수 있단다. 탠디는 20만원짜리 구두를 팔면 공임으로 6500원을, 30만∼40만원짜리 고가 제품을 팔면 7000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탠디는 지난 2007년 27억7000여만원, 지난해에는 69억4000여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제화공의 품삯은 요지부동이다.

탠디 도급 제화기술자들은 구름다리를 통해 미셸 건물로 진입해 정기수 탠디 회장을 만나려 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사진=신진섭 기자
탠디 도급 제화기술자들은 구름다리를 통해 미셸 건물로 진입해 정기수 탠디 회장을 만나려 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오른측이 탠디 건물, 왼쪽이 미셸 건물이다. 탠디 건물 3층 구름다리가 미셸 건물과 연결돼 있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6시 15분이 되자 제화기술자들이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잠시 동안의 휴전인 셈이다. "왜 3층입니까." 한산해진 틈을 타 기자가 물었다. "저기 구름다리 보이죠. 저기가 미셸(Mishall) 건물이랑 연결돼 있어요. 그 건물 6층에 (정기수 탠디 회장) 자택이 있어요." 한 제화공이 말했다. 노조 측은 정기수 탠디 회장에게 5차례 공문을 보내 입장을 요구했으나 응답이 없자 정 회장을 만나려 직접 탠디 건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도중에 길이 막혀서 3층에 머무르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됐지만 정 회장의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문이 아니라 건물 뒷편 인현시장 뒷길을 통해 출입한다고 했다. 

◆"김치 다 먹었나?" "아직 남았다."

땅에서 시위대가 부르자 탠디 건물 3층에서 농성 중인 직원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7시경, 식사를 마친 제화기술자들이 돌아왔다. 컵라면을 박스채 사가지고 온 사람도 있었다. 3층에서 농성중인 인원에게 건낼 보급물자다.

시위대 중 한 명이 마이크를 들고 목소리를 높이자 3층 작은 창문 틈 사이로 얼굴이 삐죽 나온다. 땅에서 "동지여러분 투쟁"하자 건물에서 확성기를 타고 "투쟁" 소리가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김치 떨어졌어?" "아직 안 떨어졌어. 남았어." 

음악이 바뀌었다. 민중가요 대신 트로트,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다. 시위대가 노래를 따라부르며 춤을 춘기 시작한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노조측은 민중가요 외에도 흥겨운 리듬의 트로트를 틀었다. 박수를 치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시위대를 감시하던 직원들도 일순간 긴장이 풀린다. 탠디 건물 3층에서 4층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던 5명 정도의 인원들이 의외의 노랫소리에 시위대를 쳐다보려 목을 쭉 뺀다. 웃음이 터지는 듯 입을 가로막는 용역 직원도 보였다. 정문을 지키던 직원들도 얼굴에 웃음기를 띄다가 기자가 사진을 촬영하려 드니 표정이 다시 굳는다. 한 직원은 다른 직원을 향해 사진찍는 포즈를 취하더니 두손을 교차시켜 'X자'를 그린다. 기자의 사진촬영을 제지해야 하지 않냐는 뜻처럼 보였다. 그러나 기자에게 다가오는 직원은 없었다. 대부분의 직원과 용역 노동자들은 차벽이나 문 뒤에 위치해 있었다.

탠디 본사에서 도보로 1분 거리인 인헌시장. 골목에는 6월 지방선거 구위원 후보들의 사무실이 즐비했다. 사진=신진섭 기자
탠디 본사에서 도보로 1분 거리인 인헌시장. 골목에는 6월 지방선거 구위원 후보들의 사무실이 즐비했다. 사진=톱데일리 김동길 기자

시위대를 뒤로 하고 돌아가는 길목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내일이 공휴일이라서 놀러 나온 사람들도 꽤 있는 듯 했다. 인헌 시장 골목에는 구의원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의 대형 포스터가 휘날렸다. 문자를 보냈다. "혹시 시위 현장에 구위원 출마자나 여타 정치인이 방문한 적 있나요?" 김선기 민주노총 교육선전국장은 "민중당 정도 온다"고 답장했다. 사람도, 정치인도 많지만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적어 보였다.

탠디 제화기술자들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노동절)'에도 시위를 계속한다. 오전 11시 시위 현장에서 배포될 보도자료 제목은 "노동절 128주년 제화노동자 피빨아먹는 악덕업체 탠디 규탄 집회"다. 노동절은 영어로 메이데이(Mayday), 국제 무선전화 조난 신호 '메이데이'와 같은 음운이라는 건 우연이 아니다. 선박, 항공기 등 조난 시 '메이데이'를 세번 반복하는 것이 규정이다. 근로자의 날이면 탠디 제화기술자들의 연좌농성은 6일차에 접어든다. 여섯 번째 구조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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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2018-05-01 01:45:58
숙련된 기술자가 재산인 기업의 이런 태도는 결국 회사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것을 깨달아야 한다
가장 기본이 무엇인지 임원들은 생각해보아야 할것이다. 숙련공을 쥐어짜 만드는 눈앞의 이익보다 숙련공들이 대우받으며 그들이 낼수있는 가장 좋은 구두를 소비자에게 제공할수 있는 기업이 명품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