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밀실회의… '요리차원'ㆍ'유나의 옷장' "회의록 못 보여준다"
게임위 밀실회의… '요리차원'ㆍ'유나의 옷장' "회의록 못 보여준다"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8.06.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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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비공개 근거 부실
게임위 자의적 판단 기준, 외부 비판 불가능한 구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유나의 옷장', '요리차원' 등급분류판정 회의록 공개 불가 입장을 21일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유나의 옷장', '요리차원' 등급분류판정 회의록 공개 불가 입장을 21일 밝혔다. 

[톱데일리 신진섭기자] 이번에도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 이하 게임위)는 입을 다물었다. 

톱데일리 지난 5일 플레로게임즈의 '유나의 옷장', '요리차원'에 대한 등급분류결정회의록에 대해 정부 공개 청구 신청을 넣었다. 일시, 참가자 명단,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등을 밝혀달라는 취지였다. 정보공개청구포털 기준 접수일은 같은달 7일이었고 21일에 답변을 받았다.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게임위는 최근 가상화폐를 플레이 보상으로 지급한다는 이유로 유나의 옷장에 대해 직권 재분류 판정을 내렸다. 요리차원도 게임위로부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아 재심의 작업이 진행 중이다. 판단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업계는 혼돈양상으로 흘러갔다. 특히 블록체인이 게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상황, 유나의 옷장을 바라보는 게임위의 시각에 게임업계 전반의 관심이 집중됐다. 회의록을 보면 어떤 발언과 과정 속에 두 게임의 등급이 매겨졌는지 분명해질 일이었다.

지난 5일 톱데일리가 정부공개포털을 통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접수한 정보공개 청구 신청. '요리차원'과 '유나의 옷장' 두 게임에 대한 게임위 회의록을 공개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게임위는 등급분류결정회록 공개를 거부했다. 근거는 "회의록은 등급분류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공개가 될 경우, 제3자 및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될 가능성이 있고, 공정한 업무수행의 위축 및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한다는 거다. 다시 말하면 회의록은 애초부터 공개될 성격의 문서가 아니라는 것.

◆회의록 비공개 근거 부실, 정보공개법 위반까지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게임위의 답변은 신청 후 16일이 지난 21일에 도착했다. 회의록을 보여주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이 간다는 주장이다. 

게임위가 든 회의록 비공개의 법적 준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7조의3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제16조 제1항 제3호다. 그 어떤 조항도 반박근거로 활용하긴 부실하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제 1호는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대통령령 및 조례로 한정한다)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는 공공기관이 비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게임위 등급분류 회의록은 이에 속하지 않는다. 

동법 제 5호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공개 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본 사례에 대입하면 어떤 식으로 ‘18금’을 매겼는지 대중에 알리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등급 분류의 핵심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다.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분류하는지 대중에게 알리면 안 된다는 건 게임위의 등급분류기준이 모호하다는 걸 자인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제 15조. 회의록을 전산처리해 투명성,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지만 실질적으로 게임위 회의록은 국민들이 접근불가한 기밀로 취급된다.

나머지 두 조항은 회의록 공개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내용이다. 이 규정은 위원회는 회의록 등 각종 기록을 전산처리하여 투명성, 공정성을 제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게임위는 회의록을 숨기기 급급할 뿐이다. 게임위는 홈페이지 등 공개된 공간을 통해서 회의록을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법은 회의록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게임위는 법 위에 서 있다.

◆게임위 내 입맛대로 등급분류, 외부 비판은 두려운가 

비공개 결정은 지난 20일 열린 등급분류 회의에서 내려졌다. 여명숙 위원장을 포함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9명의 회의결과에 따른 것이다. 9인 회의를 통해 국내게임물 대다수의 등급이 결정되지만 이들은 자신이 어떤 근거로 등급을 내렸는지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 등급을 내리는 주체와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는 권한이 동일집단에게 속해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가 거부됐던 '뉴 단간론파 V3'. 이 경우에도 게임위는 등급분류심의 회의록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다. 

게임위의 자의적 등급 판단 기준, 밀실회의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게임전문지 '게임메카'는 당시 등급분류가 거부된 '뉴 단간론파 V3:모두의 살인게임 신학기'에 대한 회의록 공개를 청구했지만 게임위는 동일한 이유로 회의록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까지 넣었지만 게임위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게임업체는 물론 유저들도 답답한 노릇이다. 게임위가 때리면 영문도 모른채 맞아야 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2월에는 한 업체가 게임위 회의록 공개를 놓고 행정심판까지 갔지만 패소했다. 중앙심판위원회 재결문에 따르면 "공개될 경우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된다"는 것이 판결의 골자다. 게임위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 중앙심판위원회는 게임위 등급분류에 '각 위원의 전문적·주관적 판단이 상당부분 개입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의사결정 과정이 담겨있는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아야 공정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모순적 주장을 했다.

게임위 9인의 위원들. 이들의 판단이 국내 게임물 등급을 좌우하는 구조다.
지난 20일에도 의원들은 세 시간 동안 37건의 등급분류 결정을 내렸다. 게임당 소요된 시간은 약 5분이다. 여명숙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의 전문성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과연 이들이 객관적인 등급 분류 판정을 내리는지에 대해선 게임업계 안팎에서 논란거리다.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 그 가능성은 두 가지다. 게임위 회의내용이 전문가들의 판단 기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조악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외부로부터 지탄 받는 것이 두려운 위원들의 자기보신 때문이다. 

게임 등급에 따라 게임사들의 운명은 크게 갈린다. 국내 등급 심의 거부 판정을 받으면 그동안 공들인 게임물이 출시조차 못해 휴지조각이 돼 버린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이 나오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애플 앱스토어 등록을 포기해야 한다. 게임위의 모호한 등급판정 기준이 국내 게임산업을 가로막는 '암초'라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정보를 숨기던 시대는 지났다. 공공 정보를 개방·공유해 투명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부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6·13지방선거 15대 정책과제 중 촛불민주주의 실현의 방안으로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건전성 강화를 내놓은 바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공공정부 접근성을 늘리기 위해  개인용 컴퓨터(PC)에서만 가능했던 정보공개 청구를 앞으로는 스마트폰에서도 할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 국민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청구인이 정보공개 결정통지서를 확인하는 즉시 만족이나 불만족을 표시할 수 있게 하고, 청구인의 만족도를 공공기관 정보공개 실태조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게임위는 제도와 시대에 역행 중이다. 국민의 알 권리 보다는 기관의 이익을 우선하는 '공공기관 갑질'로 비쳐진다. 게임위 위원들의 '비판받지 않을 자유'가 '국민의 알 권리' 위에 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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