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왜 패스트푸드점서는 텀블러 들고 다니지 않나요?
[르포] 왜 패스트푸드점서는 텀블러 들고 다니지 않나요?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8.07.06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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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과 맺은 '일회용컵 줄이기 협약' 8월부터 매장 점검, 벌금 부여
현장 취재결과,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들조차 텀블러 등 '일회용컵 줄이기' 숙지 못해

[톱데일리 최은지 기자] #1. "'일회용컵 줄이기'요? 들어봤어요. 근데 그거 커피전문점에서만 하는 거 아닌가요? 커피전문점에선 머그컵이나 텀블러로 주문한 적은 있어요. 햄버거 매장은 '패스트푸드점'인데 굳이 텀블러를 챙겨가야 하나요? 콜라를 머그컵에 담아 달라고 하는 것도 상상이 잘 안 되네요." 김모 씨(32·버거킹 매장 손님)

#2. "본사에서 지난 6월 초부터 매장에 일회용컵 줄이기 포스터를 부착하고 매장에 머무르는 고객에겐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주라고 지시했죠. 햄버거 매장에서 다회용컵이라 하면 설거지가 가능한 플라스틱컵을 말해요. 그런데 대부분 손님들은 300원 할인제도나 쿠폰제도를 준다고 해도 기존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달라고 하셔요." 최모 씨(21·KFC 매장 직원)

#3.당장 8월부터는 벌금 부과가 되니까 손님에게 음료를 제공할 때 플라스틱 다회용컵에 제공해야 하는데 막막합니다. 아직 다회용컵 재고도 넉넉하게 들어오지 않았어요. 저희가 햄버거 파는 곳이지 커피전문점처럼 음료가 주력상품이 아니잖아요. '일회용컵' 사용 유무로만 벌점 제도를 부여하는 건 햄버거 매장에 불리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전모 씨(44·맥도날드 매장 매니저)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별 관할 구역 내의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은 오는 7월말까지 일회용컵 줄이기 '계도기간'을 거친다. 계도기간 이후인 8월부터는 환경부가 매장을 점검, 위반업소 적발 시 자원재활용법 제41조에 따라 매장 면적, 위반 횟수를 기준으로 과태료 최소 5만~최대 20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지난 5월24일 환경부는 16개 커피전문점, 5개 패스트푸드점,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함께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은 자원재활용법에 의거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컵(플라스틱컵)에 대해선 다회용컵을 우선 제공 ▲텀블러 등 개인컵을 사용하는 손님에게 음료 판매액의 10% 수준의 가격할인 ▲혜택(인센티브)을 고객이 알 수 있도록 매장 내 할인 안내문 설치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환경부는 계도기간 이후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플라스틱) 사용이 적발됐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자료= 환경부 보도자료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1회용 컵 사용 집중 점검'
환경부는 계도기간 이후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적발됐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자료= 환경부 보도자료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1회용 컵 사용 집중 점검'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국내 5개 패스트푸드점은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KFC, 파파이스이다.

업체들의 '자율'에만 맡겨둔 현재, 계도기간 종료를 한 달여 남기고 '일회용컵 줄이기' 노력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톱데일리가 해당 패스트푸드업체 매장을 둘러보았다.

◆ 패스트푸드매장 "음료가 주력상품이 아니다"... '일회용컵 줄이기' 사실상 영향력 발휘 못해

5일 오후 3시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서울 서초구, 강남구에 위치한 주요 패스트푸드업체 매장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한 문구나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는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다용도 플라스틱컵을 배치한 매장은 세 곳이었으나, 두 곳은 창고에 쌓아만 놓았다. 한 패스트푸드 매장 매니저는 다용도 플라스틱컵을 꺼내보이며  "매장에서 식사하는 손님에게 음료를 다용도컵에 담을지 물어보라고 직원들을 교육시키지만, 플라스틱 다용도컵에 콜라를 담아간 손님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달간 텀블러를 들고 패스트푸드매장을 찾은 손님을 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패스트푸드업체 매장에선 오는 8월부터 '일회용컵 줄이기'를 위해 다용도 플라스틱(상단 왼쪽)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일부 매장에선 텀블러를 갖고 오는 손님들에게 스탬프 적립 이벤트(상단 오른쪽), 200원 할인(하단 오른쪽)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패스트푸드업체 매장에선 오는 8월부터 '일회용컵 줄이기'를 위해 다용도 플라스틱(상단 왼쪽)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일부 매장에선 텀블러를 갖고 오는 손님들에게 스탬프 적립 이벤트(상단 오른쪽), 200원 할인(하단 오른쪽)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환경부와 일회용품을 줄이기로 약속한 업체들은 패스트푸드 매장과 커피전문점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두 업체가 '일회용컵 줄이기'에 대응하는 온도차는 컸다. 한 버거킹 매장에서 콜라를 주문하고 텀블러를 내밀었지만 "텀블러를 쓰면 콜라를 얼마까지 담아야 하는지 헷갈린다"며 일회용컵에 담아주었다. 바로 옆 커피전문점에선 음료 사이즈를 한단계 업그레이즈 해 텀블러에 담아주었다. 인근에 위치한 다른 커피전문점들은 다회용 머그컵을 매장에 대량 구비한 상태다.

한 패스트푸드 브랜드 홍보 담당자는 본지와의 전화 연결에서 "식기 세척이 가능한 다회용 플라스틱 컵을 일부 마련하고 있지만 정확한 개수 확인은 어렵다"며 "커피전문점에 비해 음료가 주력상품이 아니므로 세척기 도입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패스트푸드업체 관계자는 "패스트푸드 매장은 음료리필 요청이 많은데, 일회용컵으로만 리필이 가능한 매장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굳이 일회용컵만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냐"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빨대' 등을 패스트푸드 매장에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재활용 업체, '디자이너·마케터·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재활용에 도움

버거킹, KFC, 맥도날드에서 파는 일회용컵 표면엔 검정색과 하늘색, 빨강 등 알록달록하게 인쇄된 브랜드나 기업 로고가 있다. 재활용을 하려면 이를 깨끗이 없애야 하는데 대부분 재활용 업체들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소각하거나 매립 처리한다.

일회용컵을 아무 조취 없이 소각하면 대기오염 물질이, 매립하면 길게는 수백 년간 썩지 않은 채로 토양을 오염시킨다. 부천 재활용 수거 업체에서 일하는 김모씨(42)는 "수거한 컵을 1차적으로 골라낼 때 표면에 뭔가 인쇄되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게 현실"이라 말했다.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일일이 컵을 분리하고 세척하느니 그냥 버리는 것이 낫단 얘기다.

쓰레기통에 들어간 일회용컵이 도착하는 곳은 어디일까. 인천 서구 재활용품 D수거업체에 문의해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가 보았다. 선별장에서 압축된 재활용품은 '색을 분류'하고 '파쇄'후, '플레이크(상품)' 형태로 만들어 세척 후 큰 마대에 담아 최종 납품한다. 그중 색 분류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색을 인지하는 기계로 몇 번의 단계를 거쳐 투명(A+, A(투명이어도 겉면에 인쇄 있는 것 등), 갈색(맥주), 초록(사이다), 스카이, 잡색으로 분류하는데 패스트푸드점 일회용컵은 투명이어도 상품성이 가장 낮은 '잡색'으로 분류된다. 색이 등급을 결정하고 그게 곧 플레이크의 가격이 되므로 A+에 다른 게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장에 도착한 압축 시트류(딸기팩, 플라스틱 컵 등)는 여러 단계를 거쳐 색을 분류(왼쪽)돼 파쇄기에 들어가 플레이크(오른쪽)로 갈려 납품 전 마대에 담긴다. 이때 색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사진=인천 서구 재활용품 D공장 관리자 제공
공장에 도착한 압축 시트류(딸기팩, 플라스틱 컵 등)는 여러 단계를 거쳐 색을 분류(왼쪽)돼 파쇄기에 들어가 플레이크(오른쪽)로 갈려 납품 전 마대에 담긴다. 이때 색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사진=인천 서구 재활용품 D공장 관리자 제공

인천 서구 재활용품 공장 관리자 고모씨(여, 46)는 "디자이너, 마케터 등 제작하는 사람들이 판매증진을 위해 화려한 색깔을 담고, 컵테두리가 있는 알루미늄을 사용하는데 이는 따로 분류해야 하고 재활용에 나쁘다"며 "제품에 붙이는 라벨도 본드로 붙이는 것 외에 한번에 떼기 좋은 방식이 좋고 기왕 페트 자체에 인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음료가 남고 찌꺼기가 있으면 압축 과정에서 터져 악취 등 작업이 힘들다"면서 소비자의 시민의식 개선 필요성을 시사했다.

◆ 해결책: 텀블러 사용 확대, 업체와 시민의식 함께 개선돼야

한 패스트푸드 브랜드 홍보 담당자는 "요새 커피전문점에선 음료를 머그컵으로 제공할지 일회용컵으로 제공할지 손님과 실랑이하는 게 고민이라는데 햄버거 매장으로선 그런 '실랑이'조차 부럽다"며 "손님들이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회용컵 사용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줄이기' 캠페인이 패스트푸드점에 확대되기 위해선 업체의 노력과 시민의식의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9일 청와대는 '플라스틱,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라며 각 사무실에 장바구니(에코백)을 놓고 방문 기념품을 텀블러로 바꿨다. 국회의원들이 회의 장소에 텀블러를 들고 오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서울여성위원회 구희숙 위원장은 "매장을 가면 텀블러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보기가 힘들다"며 "텀블러를 쓰는 손님에게는 혜택을 확실히 줘야하기 때문에 지금의 200~300원 할인을 500원까지 확대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환경재단의 '텀블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82%의 시민이 텀블러 사용에 대한 혜택으로 음료 할인을 원했다. 구 위원장은 특히 "매장에서 텀블러 사용시 음료 할인제도와 함께 세척서비스도 해준다는 내용을 같이 홍보한다면 손님들이 텀블러를 좀 더 쓰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일회용컵보다는 텀블러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고금숙 팀장은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A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이후, 텀블러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기란 쉽지 않다"면서 "요즘 유행하는 보틀같은 경우에도 트라이탄이라는 친환경소재를 써서 환경호르몬에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7개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의 종이컵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환경호르몬물질인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며 "비록 미량이 검출됐고 몸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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