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 허가제 앞둔 서울 노점, '상생'인가 '살생'일까
[현장보고] 허가제 앞둔 서울 노점, '상생'인가 '살생'일까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8.07.19 15: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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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난 1일 노점 합법화하는 상생 방안 ‘거리가게 가이드라인’ 내놓아
임차상인들 "임차료 걱정 없이 정부 눈 피해 돈 버는 기업형 노점에 박탈감"
일부 지역 생계형 노점은 쫓겨나는 현실...영세한 노점의 생계권은 보장해야

[톱데일리 최은지 기자] 올해는 노점상이 노점단속에 맞서 '노점상 생존권 수호 결의대회' 집회를 연 지 30년이 되는 해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노점상과 임차상인, 주민, 지자체는 노점 철거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묘안은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말 전국노점상총연합(이하 전노련)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이하 민노련) 등 노점단체 대표들과 상생안을 마련하기 위해  '거리가게 상생정책자문단'을 결성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갈등은 줄어들지 않았다. 민노련은 자문단에서 탈퇴했고 내년부터 서울시가 노점에 적용할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에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노점상은 마지막 생존을 위한 생계 현장을 '거리'로 선택했다며 서울시에 생존권을 위협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점상 인근 임차상인·주민은 도시 미관과 보행 환경, 세금정책 등을 해친다는 이유로 불법 노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원한다. '불법이냐 생존이냐'. 서울시는 '거리 위 불편한 공존'을 끝낼 수 있을까. 톱데일리가 지난 17~18일 양일간에 걸쳐 노점상의 실태와 각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시민들은 환영하는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왜 노점상만 불쾌해하나

2017년 10월 기준 서울 시내 영업 중인 노점은 7307개로 이 중 자치구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곳은 1000여 개에 불과하하다. 나머지 6000여 곳은 불법 영업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1일 단속·철거 대상이던 노점을 합법화하는 상생 방안 '거리가게 가이드라인(내년 1월 시행)'을 발표했다. 민노련은 지난3일 "허가라는 말에 무수한 규제가 숨어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청 앞 3일 민주노점상  규탄 기자회견에서 노점상들은 '허가제'를 강하게 반대했다. 사진=KBS 뉴스
서울시청 앞 3일 민주노점상 규탄 기자회견. 이날 노점상들은 노점상 '허가제'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KBS 뉴스

서울시의 노점 관리 방안은 '허가제'가 핵심이다. 주요 기준은 '도로 점용 면적'이다. 인도에 설치한 노점은 최대 7.5㎡(3m×2.5m) 면적을 사용하되 최소 유효 폭 2.5m이상에만 보도에 들어갈 수 있다. 버스·택시 대기공간 양끝 지점으로부터 2m, 지하철·지하상가 출입구와 횡단보도 등으로부터 2.5m이상 간격도 지켜야 한다.

서울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유효 폭 2.5m는 성인 두 명이 우산을 쓰고 마주 오면서 서로 부딪히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간격이다. 시민들의 통행권과 노점상의 영업권 사이 절충점을 제시한 셈.

시민들은 대체로 이번 서울시의 노점상 정책에 우호적이었다. 사람이 지나다니기 힘든 곳으로 유명한 '영등포 노점상 거리(영등포역~영등포시장)'가 대표적이다. 매일 영등포 노점 거리를 거쳐 등교한다는 대학생 권지영 씨(20)는 "인도 지나다니기 불편했고 노점에서 파는 음식 냄새도 불쾌했는데 면적을 줄인다면 더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노민 씨(46)는 "합법인 곳도 있겠으나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노점상도 많지 않냐"며 "상인들이 '생계가 급하다'고 하는데 급한 만큼 시의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장사를 한다면 언제나 환영"이라고 했다.

영등포역에서 영등포시장역으로 가는 노점상 거리는 비좁다. 보행자 통로는 1.5~2m 남짓으로 2.5m 기준을 어긴 노점상이 대다수였다.
영등포역에서 영등포시장역으로 가는 노점상 거리는 비좁다. 보행자 통로는 1.5~2m 남짓으로 2.5m 기준을 어긴 노점상이 대다수였다.

18일 찾은 영등포 노점상들은 2.5m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오후 7시, 퇴근길 시민들은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의 어깨나 팔에 부딪쳐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의 인도 폭은 5~5.5m인데, 3.5m가량을 노점이 점유하고 있다. 시민에게 허용된 폭은 1.5~2m라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약 500m 거리에 58개 노점상이 빼곡히 줄지어 있다.

18일 퇴근길에 찾은 영등포역 노점상 거리. 비좁은 인도 폭 때문에 한 여성이 지나가는 시민과 어깨가 부딪쳐 불쾌해했다. 대부분 노점이 버스 정류장 대기공간 양끝 지점으로부터 2m를 지켜야 하는 규정도 어기고 있었다.
18일 퇴근길에 찾은 영등포역 노점상 거리. 한 여성이 비좁은 인도 폭 때문에 지나가는 시민과 어깨가 부딪치자 불쾌함을 표했다. 이 거리 대부분 노점이 버스 정류장 대기공간 양끝 지점으로부터 2m를 지켜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있었다.

민노련은 서울시 정책이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강압성을 띄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노련 관계자는 "서울시 기준대로라면 노점상들은 모두 장사를 그만두거나 노점 면적을 줄여야 한다"며 "현실을 무시하거나 노점상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허가제 기준이 양대 노점상 단체인 전노련과 합의된 것임을 강조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 점용 기준은 시민통행권을 고려해 추진된 만큼 조금만 노점이 뒤로 물러나주고 배려하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높은 임차료' 내는 제도권 임차상인들, "기업형 노점에 상대적 박탈감·역차별 느껴”

노점상의 부가가치세 미납부 등 탈세 문제는 노점과 인근 상인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대부분 노점상은 미등록 사업자로, 소득이 있어도 집계가 어렵다. 주변 상인들은 노점상들이 납세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게 다반사여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점상과 자신이 운영하는 상가의 거리가 가까운수록 반발 정도도 높았다.

남대문시장상인회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불법 노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임대료와 부가세 등을 내는 자신들과 달리 불법 노점상은 '얌체'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영등포 노점 인근 청과물시장에서 일하는 상인 박모씨(32)는 18일 "노점이라고 다 '생계형'이라 생각하는데 안 그런 곳도 많다"며 "일부 기업형 노점들은 여러 개의 노점을 임대·매매해 큰돈을 챙기기도 한다"며 "쉽게 소득을 올리다 보니 대(代)를 이어 노점을 하는 경우도 봤는데 토해낼 세금 많은 우리들은 노점상에게 역차별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앞으로 도로점용허가증을 교부 받은 노점의 운영자가 사망 시 1회에 한해 배우자에게만 승계할 수 있다"면서 "도로점용허가가 나면 카드단말기 설치가 가능해져 세수가 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경기 부천시가 기업형 노점에 철퇴를 가하고 생계형 노점만 잠정 허용하는 정책을 펼쳐 성과를 거뒀다. 중동일대의 정비 전 모습(좌측)과 '햇살가게'로 재탄생한 생계형 노점(우측). 사진=부천시 판타지아 제공
경기 부천시는 생계형 노점만 잠정 허용하는 정책을 펼쳤다. 중동일대의 정비 전 모습(좌측)과 '햇살가게'로 재탄생한 생계형 노점(우측). 사진=부천시 판타지아 제공

경기 부천시는 생계형 노점과 기업형을 구분했다. 18일 부천시 행정부 관계자는 "무질서했던 부천시의 노점들이 2013년 6월부터 '햇살가게' 제도로 바뀌면서 노점상과 시민만족도가 91%(2017년 기준)까지 올라갔다"며 "서울시도 생계형 노점은 보호하고 기업형 노점을 없애는 식의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6월 전국 갈등해결 우수사례 최우수상을 수상한 '햇살가게'는 기존 노점을 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허용하되 1인 1노점, 부부합산 재산 기준 2억 원 이하 등의 기준을 만들었다. 또 1년 단위로 허가를 갱신, 전대와 전매승계가 금지되며 취급품목에도 제한이 있다. 시 관계자는 이 때문에 주변 상가상인들 노점 역시 동등한 상권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점상들이 서울시의 정책대로 세금을 내기 위해 카드단말기를 설치할 지는 미지수다. 현재 민노련은 "일정 자산 이상의 기업형, 대형노점상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반발해 상생정책자문단에서 탈퇴하는 등 불씨가 남은 상태다.

◆ "지역주민과 갈등 나면 '생계형 노점상'은 어쩔 수 없어요"

인근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노점에겐 치명적이다. '아현 포장마차(포차)'로 유명한 굴레방길 노점상 골목은 재개발 전까지 20년간 운영된 서울의 대표적인 노점상 골목이지만 지난 3월 노점상 41곳이 철거됐다.

아현역에서 애오개역 사이 위치한 아현 굴레방길의 옛 모습. 파란색 지붕의 아현 포차들은 현재 모두 철거됐다. 사진=서부지방노점상연합 제공
아현역에서 애오개역 사이 위치한 아현 굴레방길의 옛 모습. 파란색 지붕의 아현 포차들은 현재 모두 철거됐다. 사진=서부지방노점상연합 제공

아현초등학교를 기점으로 위쪽(2호선 아현역 방향)은 채소·잡화 노점들이, 아래쪽(5호선 애오개역 방향)은 포차 노점상이 장사를 해왔다. 노점상과 단골들이 결성한 '아현포차 지킴이'의 관계자 김모씨(52)는 "면적에 따라 아현 노점상들은 마포구청에 매년 17만~104만원씩의 인도 불법 점유 변상금을 지불했다"며 "다른 지역과 다르게 구청과 노점의 관계가 원만했다"고 얘기했다.

재개발 후 포차 앞에 3885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이하 마래푸)가 들어서며 상황이 변했다. 아파트 주민의 민원이 접수됐다. 초등학교 앞 통행이 불편하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다.  주민의 민원을 무시할 수 없던 구청은 민간업체를 동원해 노점들을 강제 철거했다.

지난해 7월 아현 굴레방길엔 강제 철거에 대한 노점상인들의 시위 문구가 곳곳이 붙어있다. 사진=천막사진관 제공
지난해 7월 아현 굴레방길. 노점상 강제 철거에 대한 노점상인들의 시위 문구가 곳곳이 붙어있다. 사진=천막사진관 제공

철거된 지 4달이 지난 아현 굴레방길, 연이은 폭염으로 인적은 드물었다. 아현역 4번 출구 앞 국민은행 안에서 노인 두 분이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아현역 근처에서 31년째 금은방을 하고 있다는 한 노인은(69)는 "마래푸(아파트) 들어오고 나서 생계형 노점상들 다 밀어버리니 장사하던 상인들이 마포구 염리동 쪽으로 많이 이사했어. 젊은 사람들이 미관을 중시하니 어쩌겠어"라고 말했다.

김송희(72) 할머니는 "작년에 구청이 노점상 주인들한테 푸드트럭으로 전환하면 허가해 주겠다고 했었어. 근데 70살 먹은 노인이 어떻게 면허를 따. 또 트럭가격만 3000만원이 넘어. 미관을 해치지 않겠다고 장사하게 해달라고 빌어도 결국 철거됐지"라고 했다.

마래푸 1단지와 2단지 사이를 걸어 올라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이선혜 씨(32)와 마주쳤다. 이 씨는 "입주 초기 노점 철거 문제가 시끄러웠던 게 기억난다"면서 "사실 젊은 사람들은 쇼핑을 할 때 아파트 입구에 자리한 친환경농산물 판매전문점을 가거나 대형 마트로 차 몰고 가지 저 아래(굴레방길)까지 내려갈 일이 없다"고 얘기했다.

마래푸 입구를 지나 걸어 내려오니 바로 아현초등학교다. 포차가 즐비하게 늘어섰던 자리엔 대형 화분이 놓여 있었다. 초등학교 담장 그늘 아래 있던 중년 남성 김 모씨(52), 그는 30년 동안 아현동에 살며 철거과정을 다 지켜봤다고 했다. "거리가 깨끗해져 좋은 건 있지만 세상이 많이 박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불법 노점이니 말이 많은데 분명 법, 정책을 잘 지키면서도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노점상인도 있다." 

김 씨는 상생을 강조했다. "주민과 갈등 나면 상인들이 떠나야지 뭐 별 수 있나.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물러서기도 하면서 귀 기울이면 될텐데." 20~30년 한 곳에서 노점을 지키던 상인들이 새로 정착한 2년차 주민들의 민원에 떠나야 하는 현실에 그는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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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2018-09-01 20:54:54
아현동 노점들은 초등학교 담장에 붙어 술을 팔고, 인도자리를 차지해서 주민들이 도로로 걸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가 노점 앞에서 차에 치이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미관상 이유로 반대한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후 기사를 써 주십시요.

곽종명 2018-07-24 08:59:25
사실에 기반으로 한 기사를 요청드립니다.
다른 노점상도 그런 양상이겠지만, 아현동 노점상의 경우, 상생 아니고 기생이고 생계형도 아닌 기업형입니다.
바로 그 길 앞에 많은 시장인들은 세금 등의 자기 책임을 다하면서 장사를 하지만 노점상은 영업행위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고, 국유지를 무단 점유한 상태입니다.
또한, 생계형이 아닌 것이 그 노포에서 장사하던 분들 중 일부는 노포 정리에 따라 시장안으로 들어와서 상가를 임대해서 영업을 시작했고, 아직도 버티는 분들은 해당 도로가 정비된 이후에 최신식 컨테이너 노포상가를 또 설치를 했습니다. 바로 그때 필요한게 돈인데, 그들이 생계형이라면 그런 돈이 일시에 어디서 나서 그런 대응을 했을까요?
팩트 확인을 해서 감성팔이 기사가 되지 않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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