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수첩] 기사는 발로 취재한다? 노노, 손가락질 몇 번 이면 취재 끝!
[홍보수첩] 기사는 발로 취재한다? 노노, 손가락질 몇 번 이면 취재 끝!
  • 고단한 홍보쟁이
  • 승인 2018.07.1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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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무서운 시대가 있었다. 폭넓은 배경지식과 끈질긴 취재력으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불합리한 사건의 이면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기사는 부정축재나 부조리한 집단이나 개인에게는 무서운 철퇴요, 억울하고 약한 소시민들에게는 유일한 저항이고 보호막이였다.

나 역시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인문과학과 다른 사회과학을 배운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내가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먼 훗날 언론계에 종사하게 된다면 위와 같은 기사를 써야겠다라고 다짐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운명이란 뜻대로 안되는지 기업 홍보실에 있으면서 10년이 지난 지금, 난 차라리 홍보실에 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만나는 기자들은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취재의 기본조차 모르는거 같다. 취재의 기본은 팩트확인. 취재원이 제시하는 주장이나 내용이 사실에 기반한지 확인부터 하는게 기본임에도 어디서 들었다더라, 누가 그러는데 식으로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도 없이 홍보실로 다짜고짜 전화부터 하고 본다.

그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전혀 근거없는 내용임에 황당하지만 최선을 다해 사실관계를 이야기 해주면 앞뒤 말 다 짜르고 본인이 생각했던 주제에 맞춰 ‘어디어디 관계자는 이렇다’ 더라고 마지막에 살짝 언급만 해줄뿐, 진실을 쫓기 위한 노력이나 혹은 그 와중에 발견했던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고 자극적인 내용과 사실인양 교묘한 뉘앙스를 일으키는 ‘의혹이 일고있다’. ‘이런이런 논란이 예상된다’ 는 식이다. 

그런 기사들의 생산방식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기자실이든 카페든 노트북을 펼쳐 인터넷을 접속한 후 포털 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진다. 거기가 바로 취재소스의 원천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의 자극적인 내용과 온갖 풍문들이 난무한다. 

몇시간 클릭질로 소재가 추려진다. 조회수가 많거나 댓글이 많이 달린 거 위주로 추린 다음 내용이 자극적인 것을 뽑는다. 사실유무는 상관없이 그저 클릭수가 많이 나올꺼 같은거, 그리고 거기에 기업이 연관되어 있으면 게임은 끝이다.

이제 기업에 전화하는 일만 남았다. 제보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홍보실에 사실관계를 물어본다. 홍보실이 성실히 대답한다.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다. 왜? 멘트만 받으면 되니까. 이제 기사하나가 생산되었다. 

이 기사는 사실성, 진실성, 공익성, 정보성이 없다. 하지만 기사다. 왜? 취재도 했고 상대방 멘트도 들었으니까. 바이라인(기자 이름)이 달렸으니까. 포털에 걸리니까. 혹시나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를 피하기 위해 단골 멘트 ‘이런이런 의혹이 있다’가 등장한다. 이제 조회수 높아질 일만 남았다.
 


<홍보수첩>은 외부 필자의 기고문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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