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색 데이트 장소? '강간 판타지' 조장하는 번화가 성인용품샵
[단독] 이색 데이트 장소? '강간 판타지' 조장하는 번화가 성인용품샵
  • 유지윤 기자
  • 승인 2018.07.24 19:0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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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의 여성 삽화 즐비
청소년들도 사복 입으면 출입 가능
"성의 양지화와 폭력은 구별돼야"

 

사진=상자 안에 갇힌 소녀 컨셉의 삽화가 그려져있는 상품. 울먹이는 표정의 소녀와 'girl in the box'라고 적힌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상자 안에 갇힌 소녀 컨셉의 삽화가 그려져있는 상품. 울먹이는 표정의 소녀와 'girl in the box'라고 적힌 문구가 눈에 띈다.

[톱데일리 유지윤 기자] #서울 강남구에 사는 A씨는 최근 강남역 인근 한 성인용품 샵을 방문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 매장에 진열돼 있는 상품들 포장지의 삽화가 대부분이 소녀였으며, 마치 강간을 당해 울고 있는 듯한 상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A씨는 "친구랑 놀다가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기분만 나빠졌다. 이런 상품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성의식을 심어줄지 참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성인용품 상점이 성적으로 왜곡된 모습의 여성들이 그려진 상품들을 진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번화가에 위치해 ‘이색 데이트 장소’라며 각광받고 있다.  

지난 19일 저녁 7시 신사, 홍대, 강남 인근 번화가에 위치한 성인용품샵들을 직접 방문해 봤다. 일부 성인용품샵 상품 포장지엔 노골적이고 수동적인 콘셉트의 여성들이 그려져 있었다.

무방비한 상태의 여성,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울고 있는 소녀들 등 천태만상이다. 모두 성적으로 학대 당하는 여성 모습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강남역 인근 한 성인용품 매장에 진열돼 있는 상품. 손과 발이 사슬로 묶여있는 무방비한 소녀들을 컨셉으로 한 삽화가 그려져있다.
사진=강남역 인근 한 성인용품 매장에 진열돼 있는 상품. 손과 발이 사슬로 묶여있는 무방비한 소녀들을 콘셉트으로 한 삽화가 그려져있다.

심지어는 '신체절단' 콘셉트의 포장지도 있었다. ‘Meat Urinal Slavery(고기, 변기, 노예)’ 라고 쓰여있는 성인용품엔 다리가 절단돼 울먹이는 소녀가 변기 안에 들어가 있다. 한 연인은 이 상품을 보더니 티격태격 대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매장밖으로 나갔다. 여자친구인 A씨는 "폭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그림을 보고 불쾌해 문제를 제기하다가 싸웠다. 데이트를 하다 전혀 거부감 없이 들어왔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여자친구랑 색다른 데이트를 하고 싶어 방문했는데 솔직히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아쉽다"며 A씨의 손을 잡아끌고 자리를 피했다.

사진=강남의 한 성인용품샵에 진열된 남성용 자위기구. 다리가 절단된 여성이 울먹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삽화다. 포장지엔 'Meat Urinal Slavery(고기,변기,노예)' 라고 적혀있다. 모자이크 된 부분엔 '걸레,발정,바보'라는 낙서가 적혀있다.
사진=강남의 한 성인용품샵에 진열된 남성용 자위기구. 다리가 절단된 여성이 울먹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삽화다. 포장지엔 'Meat Urinal Slavery(고기,변기,노예)' 라고 적혀있다. 모자이크 된 부분엔 '걸레, 발정, 바보'라는 낙서가 적혀있다.

성인용품샵에는 주민등록증 검사가 없어 청소년들도 사복만 입으면 아무렇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회사원 이 모(49)씨는 "고등학생 정도로 앳돼 보이는 손님들도 많았다. 청소년 자녀들을 둬서 그런지 이런 제품들이 굉장히 불편하다"며 "도대체 남성들을 어떻게 보길래 이런 포장지로 광고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소비자들을 겨냥한건지 의문"이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불쾌감을 주는 성인용품에 대한 신고도 쉽지 않다. 기자가 각 정부기관의 민원실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서로 담당 기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성인용품들 포장지가 충분히 불쾌감을 유발한다면 민원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 지자체나 여성가족부 쪽에 문의해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 또한 "이건 소비자보호원 측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 쪽에 문의해야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해당 성인용품샵들이 주로 위치한 서울 강남구청 측은 저녁 시간까지 상담이 꽉 차 있어 민원을 넣을 수가 없었다. 여성가족부 민원실에도 연락해봤지만 다른 부서 담당이라며 전화를 돌렸다, 해당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현재 성인용품에 대한 명확한 법안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 성인용품업체 관계자는 "성인용품은 분류가 잡화, 완구로 돼 있어 구매나 통관에 대한 규제가 어렵다. 통관될때 '성인용품'이란 분류 항목도 없다. 이렇게 제품 자체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제 기준이 없으니, 오프라인 성인용품샵을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거나 구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제품들이 전시돼 있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혜경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의 양지화'와 '폭력'은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러한 폭력적인 제품들은 청소년 뿐 아니라 사람들의 성의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관련당국의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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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민 2018-07-29 11:25:26
그릇된 성의식을 재생산하는 상품이 성인용품이고 섹슈얼리티 해방인가? 건강하지 않은 성문화 재생산 막아야한다

김또깡 2018-07-25 20:51:43
저걸 저리도 호도 하네..

어처구니 2018-07-25 17:12:10
기사요약 : 어디에 전화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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