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 근로기준법안만 119건... 잠자는 '카톡 금지법'
'계류' 근로기준법안만 119건... 잠자는 '카톡 금지법'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8.08.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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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들어 2년 동안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단 2건 뿐이다. 119개에 달하는 '근로자 보호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채 잠자고 있다. '퇴근 후 카톡 근무', '직장 내 강압적 신입교육' 등 근로기준법 대부분이 계류 중인 탓에 고통받는 근로자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사진=KBS 뉴스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단 2건 뿐이다. 119개에 달하는 '근로자 보호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채 잠자고 있다. '퇴근 후 카톡 근무', '직장 내 강압적 신입교육' 등 대부분의 근로기준법이 계류 중인 탓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만 고통 받는 상황이다. 사진=KBS 뉴스

[톱데일리 최은지 기자] '카톡 금지법', '왕따 방지법', '임금체불' 등 총 119개의 근로법 개정안이 주 52시간제 등의 주요 노동 현안에 밀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 '계류(법안 미해결)'돼 있다. 지난 2년 간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단 2건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연차유금휴가'와 관련된 규정 뿐이다. 

◆ 근로시간 외 SNS 사용은 그만...'카톡금지법'

지난 2016년 6월 22일에 신경민 의원 등이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SNS를 사용해 근로지시를 내리는 행위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직장상사로부터 업무 관련 전화, 메일, 메시지 등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에 환노위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집행 가능성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절'이 어렵다면 "추가 수당을 지급하자"는 내용의 개정안도 지난해 발의됐다. 국회에서는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게 업무 외 근로시간인지 아닌지를 두고 아직 논쟁 중이다. 지난달부터 실시된 주 52시간제 도입 후 '칼퇴'한 직장인들 중에 퇴근 후 '숙제' 가 생겼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많다.

직장인 블라인드 앱에는 "외국과 협업하기 때문에 퇴근 후 제2의 업무가 시작된다"(닉네임 PTzW78), "퇴근 뒤에도 부장이 메신저 등을 통해 업무 상황을 확인하라고 했다. 주 52시간 도입이 생긴 만큼 퇴근 후 강제 업무 지시도 법적으로 막아달라"(닉네임 UmBG72) 등의 글들이 지난 1달간 쏟아졌다. 

◆ 강압적인 신입사원 교육, '왕따 방지법'은 언제쯤

지난 2016년 6월 17일에는 이인영 의원 등이 '업무상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훼손하는 사용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자신이 다니던 공장과 기숙사에서 자살한 근로자의 유서에 '직장 선배의 괴롭힘'이 적혀 있어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직장 내 따돌림의 경우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하기 힘들다. 언론에 관련 사건이 보도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아니면 왕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한적이다. 

지난 2월 2일 신창현 의원 등이 '군대식 연수 금지 및 신입 사원의 인권 존중'을 촉구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올 초에 '간호사 태움' 문제와 '신입 직원에 100km 행군을 시키고 여성 사원에 피임약을 지급한 A은행'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노위에서 '왕따 방지법'은 주요 노동 현안에 비해 뒷전으로 밀려 있다. 환노위 관계자는 "한 차례 논의가 있긴 했지만 괴롭힘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려 본격적인 시작도 못 한 상태"라며 "논의할 법률안이 500개가 넘는데다 최근까지 근로시간 단축 등 이슈가 많아 후순위로 밀렸다"고 7일 말했다.

7일 기준 국회 의안 중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키워드로 검색하니, 지난 2016년 5월부터 119개에 달하는 근로법들이 계류 중이었다. 이 중 '왕따 방지법'과 관련된 근로개정안은 수년에 걸쳐 발의가 됐지만 환경노동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의안현황' 계류의안 목록 캡쳐
7일 기준 국회 의안 중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키워드로 검색하니, 지난 2016년 5월부터 119개에 달하는 근로법들이 계류 중이었다. 이 중 '왕따 방지법'과 관련된 근로개정안은 몇 년에 걸쳐 수개의 법안이 발의가 됐지만 환경노동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의안현황' 계류의안 목록 캡쳐

◆ 근로자 32만 명 이상이 '임금체불' 근로개정안을 기다린다

발의된 근로법 중 상대적으로 개정 가능성이 높은 건 임금체불과 관련된 법안이다. 지난달 참여연대 관계자가 "임금체불로 노동청을 찾은 근로자가 32만 명에 체불액은 1조를 넘는다"고 지적하자 국회 환노위는 "다음 차례 개정안은 임금체불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부터 임금체불 관련 근로개정안은 꾸준히 발의돼 왔다. '임금체불을 한 사용자의 경우 음주 운전자가 교육을 받듯이 노동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2016년 7월), '상습 체불하는 사용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이 대출을 하려 하면 제재를 가해야 한다'(2017년 1월), '근로자가 체불을 당할 경우 체불금액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해야 한다'(2017년 8월)는 내용의 법안이 대표적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은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 최대 벌금액의 20~30% 수준의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임금체불 신고건수는 2016년 2만3230건, 지난해는 2만303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1만90여 명의 사업주가 노동부의 지급명령을 거부했다. 체불임금보다 벌금이 적다보니 벌금만 내고 버티자는 셈법이다.

이경석 노동분쟁해결센터 공인노무사는 "근로자에게 임금은 '생명줄'인 만큼 가장 먼저 국회가 신경 써야 할 법안은 ‘임금체불’에 대한 개정안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근로자에 임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사업주에게 청구하는 등 절차가 간소화된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기준의 ‘방식’과 ‘이행시기’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근로개정안이 국회에 많다"며 "'노동개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근로자들의 인권 보호, 임금체불 재발방지 등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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