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수첩] 어떻게 홍보실은 도서시장의 ‘큰 손’이 됐나
[홍보수첩] 어떻게 홍보실은 도서시장의 ‘큰 손’이 됐나
  • 뺨 맞고도 웃는자
  • 승인 2018.08.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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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회사에서 책을 제일 많이 산다. 신문도 제일 많이 산다. 주간지 월간지도 백 권씩 산다. 나는 홍보실 직원이다. 홍보실은 도서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이다.

홍보실 직원들은 기자들이 책 쓰는 게 무섭다. 물론 기자들이 책을 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기자들이 책을 써낸다. 아는 기자가 책 썼다고 연락 오면 오십 권에서 백 권은 사줘야 한다. 물론 보려고 사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책 썼다고 사인해서 주면 넙죽 받고 마는 건 하수다. 책을 주는 건 책을 좀 사라는 액션이다. 기자의 책을 건네면 “책을 더 사고 싶다”고 말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안사면 눈치없는 놈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책을 산다는 말을 안하고 뭉개면 슬쩍 회사에 책 몇 권 보내고 싶다고 기자가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데도 모르는 척하면 눈치 없는 사람으로 찍히기 쉽다.

책은 보통 출판사에서 직접 회사로 보내온다. 예전에 눈치 없이 열 권 샀다가 기자로부터 환불해가라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기본이 오십 권쯤이다. 좀 잘 보이고 싶으면 백 권은 사야 한다. 

잘나가는 기자일수록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 기업 당 백 권씩 백 개 기업에서만 사줘도 만권이다. 기자는 인지대를 부수입으로 얻는다. 김영란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어떨 땐 한 달에 1000권을 산적도 있다. 책 한권에 1kg씩 치면 1톤이다. 일층부터 책 몇 백권 나르면 거의 이삿짐수준이다. 이렇게 받은 책은 몇 달 묵혔다가 재활용쓰레기로 보낸다. 읽지도 않는 책을 사는 데 수백만원을 쓴다.

그나마 얼마 전부터는 아이디어를 내서 폐지 수집상한테 팔고 있다. kg에 백 원 일 때는 한 달에 몇 십 만원 부수입이 생기기도 했다. 요즘엔 폐지값이 반으로 떨어져 인건비도 안나온다. 우리 상무나 부사장은 오늘도 책 수 백권을 주문하라고 한다. 

기자님들. 제발 전자책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책 나르다가 허리가 작살날 판이다. 


<홍보수첩>은 외부 필자의 기고문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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