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계약ㆍ열정페이는 위법'...청소년도 '노동 알 권리'가 있다
'부당계약ㆍ열정페이는 위법'...청소년도 '노동 알 권리'가 있다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8.08.10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톱데일리 최은지 기자] # 김현 씨(21, 서울호서전문학교)는 올해로 아르바이트 경력 6년차다. 택배업무, 오토바이배달 등 안 해본 것이 없다는 김 씨. 그는 “중2 때 집 앞 음식점 서빙자리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사장님이 ‘옆집은 시급 3600원 주는데 난 통 크게 4000원 줄게’라고 말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2012년) 최저 시급은 4580원이었어요. 그땐 뭐 그런 거 알았나요, 다 그런가보다 하며 ‘열정페이’ 남발한 거죠”라고 말했다.

# 지난해 전민재 군(18, 서울)은 겨울방학을 맞아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첫 면접을 앞두고 ‘근로계약서 작성법’을 공부해간 전 군은 “막상 가보니 사장님이 시급 적힌 메모만 주길래 이유를 물으니 ‘근로계약서는 주민등록증 있어야 작성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러 가야해서 복잡해. 이거(간이 계약서)만 써’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미심쩍었지만 용돈이 급해 일을 시작한 전 군은 “급여 기준이 들쑥날쑥했다”며 “한번은 근무 중 어떤 손님이 편의점 앞 파라솔을 망가뜨렸는데 그걸 월급에서 깔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만15세 이상~18세 미만 청소년의 근로가 가능하다. 단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중학교에 재학 중이지 않아야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중학교 3학년인 만 15세의 경우 근로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실질적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 될 나이인 만 16세부터 근로가 가능하다. 사진= 여성가족부 보도자료 '청소년권익보호를 위한 10계명' 카드뉴스 캡쳐
우리나라는 만15세 이상~18세 미만 청소년의 근로가 가능하다. 단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중학교에 재학 중이지 않아야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중학교 3학년인 만 15세의 경우 근로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실질적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 될 나이인 만 16세부터 근로가 가능하다. 사진= 유튜브채널 팁팁뉴스 '청소년권익보호를 위한 10계명' 캡쳐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시작하는 근로 청소년들이 많다. 지난해 4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알바 경험이 있다’고 답한 고등학생 32만 명(총 180만 명)중 51%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름·겨울방학에 알바를 하고 있었다.

일부 근로 청소년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용자(영세사업장은 사업주)로부터 ‘근로계약 미작성’ ‘최저임금 미지급’ 등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여성가족부 ‘2018 겨울방학 청소년 근로보호 합동점검 결과’를 보면 청소년을 고용한 업소의 45%(경남 54%)가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법에 대한 교육이 부재해 ‘근로 착취’를 당하는지 모르는 청소년들도 있다.

학교현장에서 청소년 근로인권교육은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구을)은 ‘근로인권교육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중등직업교육에 근로인권교육을 포함시키는 방안만 논의되고 정작 시행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방학부터 서울 강남의 일식집에서 알바를 하게 된 정영림 양(18, 서울 중대부고)은 “학교 ‘경제’과목 수업에선 기업과 국가의 상생 원리, 시장 원리 등 이론적 지식만 배우지 ‘근로계약서 작성법’을 포함해 현실적인 직업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10일 말했다. 

한 고등학교의 ‘여름방학 중 건강관리가정통신문’. 방학 전 안전 유의사항에 ‘근로인권교육’은 부재했다. 10일 해당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김모군(18, 서울 서초구)은 “지난 여름방학 때 담임선생님이 ‘물놀이 안전, 성문제’와 관련해 유인물을 나눠줬다”면서도 “알바하는 친구들을 위한 주의사항을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모군(18) 제공
한 고등학교의 ‘여름방학 중 건강관리가정통신문’. 방학 전 안전 유의사항에 폭염대비 행동요령만 있을 뿐 ‘근로인권교육’은 부재했다. 10일 해당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김모군(18, 서울 서초구)은 “지난 여름방학 때 담임선생님이 ‘물놀이 안전, 성문제’와 관련해 유인물을 나눠줬다”면서도 “알바하는 친구들을 위한 주의사항을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모군(18) 제공

청소년들은 근로인권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추세다. 지난달 25일 경남비정규직노동자 지원센터가 도내 고등학생 664명을 대상으로 한 근로인권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생 419명(63.1%)이 ‘청소년을 위한 근로법률교육’의 필요성 여부에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203명(30.6%)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때문에 교육은 주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함안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지난달 24일 관내 학교 밖 청소년 10여 명과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근로권익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 밖에서는 청소년근로보호·상담복지센터들이 청소년 근로자의 ‘인권교육’에 힘쓰고 있다. 거제시(시장 변광용)는 지난달 26~28일 3일간 ‘여름방학맞이 청소년 근로환경 개선 캠페인’을 실시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청소년 근로기준법 안내,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배달 업무 청소년 안전장비 착용 및 산재보험 가입 등 아르바이트에 필요한 법률 내용과 정보를 전달하고 홍보했다. 사진=거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 밖에서는 청소년근로보호·상담복지센터들이 청소년 근로자의 ‘인권교육’에 힘쓰고 있다. 거제시(시장 변광용)는 지난달 26~28일 3일간 ‘여름방학맞이 청소년 근로환경 개선 캠페인’을 실시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청소년 근로기준법 안내,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배달 업무 청소년 안전장비 착용 및 산재보험 가입 등 아르바이트에 필요한 법률 내용과 정보를 전달하고 홍보했다. 사진=거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여성가족부가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전국 25개 지역(478개 업소)에서 적발한 청소년 노동법규 위반사례 211건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 미명시) 위반이 110건(52.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22건(10.4%), ▲최저임금 미고지 38건(18%) ▲연소자증명서 미비치 11건(5.2%) ▲야간‧휴일 근로제한 9건(4.3%) ▲휴일‧휴게시간 미부여 8건(3.8%) ▲임금미지급 6건(2.8%) ▲연장‧야간 수당 미지급 5건(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반 비율이 가장 높은 ‘근로계약 미체결 및 근로조건 명시 위반’은 업주가 계약서 작성 시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휴가 지급, 수당지급 등 근로조건을 일부 누락하여 적시하는 빈도가 높았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7조 1항은 성인·청소년 모두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2항에선 교부(사용자와 근로자가 1부씩 갖기)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근로계약서 양식은 법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취업 장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 휴가 ▲취업규칙 등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중 하나라도 빠지면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지난달 24일 함안군청소년지원센터가 진행한 ‘찾아가는 근로권익교육’의 수업 모습. 교육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최저임금 등에 대해 잘 알게 됐고, 일한 만큼 받아야하는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해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함안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지난달 24일 함안군청소년지원센터가 진행한 ‘찾아가는 근로권익교육’의 수업 모습. 교육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최저임금에 대해 잘 알게 됐고, 일한 만큼 받아야하는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해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함안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 정모씨는 “알바하는 근로청소년 대부분이 법에서 보장받고 있는 기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인권 교육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노동시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학교현장에서부터 청소년 근로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기관에 최저임금법 등이 잘 준수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10일 말했다.

이어 정 씨는 “‘근로’에 있어서 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해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며 “학생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진행되는 청소년들의 근로활동은 온전히 직장인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성인의 그것보다 더욱 위험하고 열악하므로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탐사보도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