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치유한다면서 일본 돈 받아쓴 ‘화해·치유재단’...정부의 해산지침은 ‘느림보’
위안부 피해자 치유한다면서 일본 돈 받아쓴 ‘화해·치유재단’...정부의 해산지침은 ‘느림보’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8.08.14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관련해서 한·일 양국 정부는 이른바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를 타결했다. 그로부터 7개월 후 박근혜 정부는 여성가족부에게 ‘화해·치유재단’을 발족하라고 지시, 일본에게서 받은 10억엔으로 피해 할머니들에 강제로 돈을 지급하거나 회유했다. 경기 광주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의 안신권 소장은 13일 “합의 무효화를 서둘러 선언하고, 잘못된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즉각 해체해야 한다”며 “일본에게서 받은 10억엔도 돌려줘야 한다는 게 할머니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가장 큰 소원은 ‘생전’ 명예회복이라고 했다. “일본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는 모습을 눈물조차 메말라 버린 주름진 그 두 눈으로라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사진=지난 2017년 2월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모욕과 망각-12.28 한·일위안부 합의‘ 1065회 방영분 캡쳐
지난 2015년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관련 한·일 양국 정부는 이른바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를 타결했다. 7개월 후 박근혜 정부는 여성가족부에게 ‘화해·치유재단’을 만들라고 지시, 일본에게서 받은 10억엔으로 피해 할머니들에 강제로 돈을 지급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의 안신권 소장은 13일 “잘못된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즉각 해체해야 한다”며 “일본에게서 받은 10억엔도 돌려줘야 한다는 게 할머니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소장은 “할머니들의 가장 큰 소원은 ‘생전’ 명예회복“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지난 2017년 2월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모욕과 망각-12.28 한·일위안부 합의‘ 1065회 방영분 캡쳐

[톱데일리 최은지 기자] 광복절 전날인 오늘(14)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이다. 현재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총 27명, 평균 나이 91세다. 이들이 고령과 병마로 시간과 싸우며 버티고 있는 중에도 한국 정부가 약속한 ‘화해·치유재단’ 거취 문제는 3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화해·치유재단’은 ‘2015한·일 합의’에 따라 위안부 피해 생존자에 1억 원을, 사망자 유족에 2000만 원을 지급해왔다. 문제는 이 돈이 일본 정부로부터 위로·합의금 명목으로 받은 10억엔(110억 원)이라는 점이다. 당사자 동의 없이 현금 지급을 강행한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10억엔을 한국 정부 예산으로 채우겠다”고 말하며 후속조치를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2년 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의견과 무관하게 추진됐고 절차와 내용 모두 잘못됐다며 비판,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2년 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의견과 무관하게 추진됐고 절차와 내용 모두 잘못됐다며 비판,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러나 7개월 동안 진전된 건 없었다. 지난달 24일 ‘10억엔을 대체하기 위한 예비비 지출안’만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재단은 해산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을 반환돼야 할 10억엔에서 충당하고 있었다. 재단이 해체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운영비는 정부 예비비로 메워질 것이고 ‘세금낭비’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현재 화해·치유재단엔 당연직 이사 3명(사무처장,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을 비롯해 직원 5명이 근무 중이다. 나머지 이사 8명은 지난해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 재단의 업무는 중단된 상태다. 재단 이사회는 2017년 12월28일 19차 회의를 끝으로 올해 열리지 않았으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현금지급 사업도 올해 1월 이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들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인건비 1억1400만 원, 관리운영비 5100만 원 등 모두 1억6500만원을 사용했다. 직원급여·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월 평균 2750만 원을 사용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재단에 남은 돈은 약 61억 원이다. 이에 일본 측은 합의금으로 준 돈의 절반을 대한민국이 사용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월 나가미네 주한 일본대사는 “(우리가) 10억엔을 냈으니 한국은 제대로 성의를 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7월 28일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서울 중구 바비엥2 그랜드볼룸에서 '화해치유재단 출범 이사장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서다 한 남성 시위자가 뿌린 캡사이신을 맞고 괴로워하고 있다. 이날 대학생 시위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외면하는 재단설립에 반대한다”며 기자회견장을 기습적으로 점거해 김 이사장의 기자간담회가 30분 늦춰지는 등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위안부 합의와 재단 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온 김 이사장은 1년 뒤인 지난해 7월 27일 재단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지난 2016년 7월 28일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서울 중구 바비엥2 그랜드볼룸에서 '화해·치유재단 출범 이사장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서다 한 남성 시위자가 뿌린 캡사이신을 맞고 괴로워하고 있다. 이날 대학생 시위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외면하는 재단설립에 반대한다”며 기자회견장을 기습적으로 점거해 김 이사장의 기자간담회가 30분 늦춰지는 등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위안부 합의와 재단 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온 김 이사장은 1년 뒤인 지난해 7월 27일 재단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는 “이전 정부가 잘못 설립한 재단이지만, 해산 과정에서 현 정부의 후속조치가 너무도 더디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민법 제 77조에 의거해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법인에 대해 설립취소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여가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이에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해산에 대한 법적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체회의 자리에 출석한 정 장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비가 지출된 건 사실로 확인됐다. 운영비 절감을 위해 재단 사무실도 3분의 1로 축소 조치했다”면서도 “(해산 계획에 있어선) 현재 이사 3명만 남아있어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가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 여가부 장관이 승인할 때 재단을 해산할 수 있다. 여가부는 ‘이사 결원 시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운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는 상법 조항(제386조)을 들며 현재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최소 인원(5명)에 미달하기 어려워 해산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연희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재단은 설립 존재부터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전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설립됐고 지난해 6월 이후 1년 이상 운영이 중단돼 목적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이는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라 설립허가의 취소 사유가 충분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사장이 사퇴했고, 12월엔 이사진 전원이 사퇴해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정의연은 지난달 24일 이런 내용을 여가부에 전달했지만 여가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민간단체들은 그 누구보다 강한 의지로 일본 정부를 향해 “사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의 실제 주인공인 이용수 할머니는 '제134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당당하게 일본과 싸우겠다. 내 나이가 91살인데,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다. 거꾸로 하면 19살”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대사관 앞에서 외치는 것은 무엇인가. 돈이 아니다.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들은 총 27명으로, 평균 나이는 91세다. 생존자들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모두 상당한 고령이다. 지난달 1일에는 김복득 할머니가 향년 10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민간단체들은 그 누구보다 강한 의지로 일본 정부를 향해 “사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의 실제 주인공인 이용수 할머니는 '제134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당당하게 일본과 싸우겠다. 내 나이가 91살인데,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다. 거꾸로 하면 19살”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대사관 앞에서 외치는 것은 무엇인가. 돈이 아니다.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들은 총 27명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모두 상당한 고령이다. 지난달 1일에는 김복득 할머니가 향년 10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윤미향 정의연 대표는 “‘한·일 합의’가 이루어진 2015년 12월 27일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평창 유치’ 등 굵직한 사건이 터져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는 국민들 뇌리 속에서 사라진 게 사실”이라며 “‘화해’ ‘치유’란 표현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내걸 수 있는 것이지 가해국 일본이나 정부가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표는 “얼마 안 남은 생존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16조’처럼 해산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하루빨리 취해야 한다”면서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시작으로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우리 정부가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탐사보도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