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졸운(卒運)’이 필요할 때...고령 운전자 관리강화는 언제쯤
이제는 ‘졸운(卒運)’이 필요할 때...고령 운전자 관리강화는 언제쯤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8.08.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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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최은지 기자]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율이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처음 두 자릿수인 11.1%를 기록했다. 정부가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인센티브’ 등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노인차별’과 ‘생존권 위협’이라는 반론에 부딪혀 1년 넘게 입법 계류 중이다. 고령운전자를 위한 정책들이 세대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현명하게 정착되기 위해서, 운전능력 검사 항목을 객관적으로 세분화하는 등 안전운전 대책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5년간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수는 145만명에서 지난해 231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른 교통사고율도 늘어나자 고령자 안전운전을 위한 시스템이 출시되고 있다. 청력이 안 좋은 고령 운전자를 위해 음성기능을 확대하거나 보행자와의 거리제한을 넘어설 경우 자동 브레이크가 작동되게 하는 게 대표적이다. 사진=유튜브 '고령운전자케어시스템-Nero' 소개화면 캡쳐
5년간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수는 145만명에서 지난해 231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른 교통사고율도 늘어나자 고령자 안전운전을 위한 시스템이 출시되고 있다. 청력이 안 좋은 고령 운전자를 위해 음성기능을 확대하거나 보행자와의 거리제한을 넘어설 경우 자동 브레이크가 작동되게 하는 게 대표적이다. 사진=유튜브 '고령운전자케어시스템-Nero' 소개화면 캡쳐

나이가 들면 신체적 기능 감퇴뿐만 아니라 이에 동반되는 민첩성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사고 대응에 취약해진다. 개인의 건강상태마다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 2016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65세 이상 정지시력은 청장년층의 80%이고, 동체시력은 그보다 30%정도 낮아 70세가 넘으면 0.1에 가깝게 떨어진다고 한다. 반응시간 역시 청장년층에 비해 30%가 증가하고 근육계통의 쇠퇴로 핸들 등의 민첩한 조작이 떨어지게 된다.

고령운전자들은 신체·인지능력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한 신체 능력 설문에서 70대 이상의 고령자 중 75.7%는 “자신의 신체 능력이 좋다”고 답했으며 63%가 “안전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했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40년이 됐다는 이홍규 씨(70)는 “운전을 업으로 하기 때문에 면허증 반납은 생각도 못할 일”이라며 “우리 나이 사람들은 면허 따기 힘든 시절에 (면허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이걸 자존심으로 생각한다”고 지난 20일 말했다. 이 씨는 “지금 나라에서도 면허 반납하라고 하긴 하지만 반납하는 이들은 대부분 장롱면허지 우리 같은 생계형이 아닐 것”이라 설명했다.

지난 4월 고령의 택시 운전자가 늘면서 정부가 자격 검증 강화를 추진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안전과 생계 문제가 충돌한 거다. 사진=KBS 뉴스
지난 4월 고령의 택시 운전자가 늘면서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65세 이상의 택시기사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해마다 자격유지 검사를 받도록' 자격검사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안전과 생계 문제를 이유로 반발해 결국 유야무야됐다. 사진=KBS 뉴스

문제는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거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사망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젊은 운전자에 비해 약 3배 높다. 지난 2013~2017년 만 65세 이상 운전자는 전국에서 11만 여건의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이중 사망자는 3922명이다. 사고 1건 당 0.03명이 숨진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만 65세 미만 운전자의 사고 한 건 당 사망자는 0.01명이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2013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보험료를 5% 할인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운전면허증이 있는 고령자(294만 명)의 0.3%에 해당하는 9344명만 교육을 이수했다. 2015년부터는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혜택이 미비해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까지 떨어져서 우리나라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 비결은 고령자를 위한 도쿄 내 안전시설물 보강, 513만 명에 이르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한 주기적 운전면허 갱신 등에 있었다. 사진=SBS 뉴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까지 떨어져서 우리나라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 비결은 고령자를 위한 도쿄 내 안전시설물 보강, 513만 명에 이르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한 주기적 운전면허 갱신 등에 있었다. 사진=SBS 뉴스

정순도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고령운전자의 면허증 갱신절차를 일본 등 선진국처럼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고령운전자의 면허갱신 적성검사 주기는 현재 5년으로 청장년 운전자와 같다. 내년부터 75세 이상의 적성검사의 주기를 3년으로 단축키로 했지만 해외에 비해선 소극적인 실정이다. 일본은 70세부터 적성검사 주기를 4년, 71세 이상은 3년으로 줄였고, 75세 이상의 운전자는 운전면허 갱신시 치매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성검사 기준 또한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적성검사에선 시력에 문제가 없다면 1,2종 면허는 바로 통과된다. 대형 면허일 경우 앉았다 일어서기, 주먹 쥐었다 펴기, 청각 검사와 색맹 검사가 추가될 뿐이다. 적성검사 대상자는 질병 보유 여부를 자가 진단해 표시하는데 검사 대상자가 의도적으로 ‘질병없음’에 표기한다면 확인조차 어렵다.

만 65세가 되면 5년마다 적성검사를 통과해야 운전을 계속 할 수 있지만 기준이 허술하다. 6개월 이상 입원했던령 중증 환자들의 진단기록만 알 수 있으며 사고에 치명적인 치매나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은 자진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TV조선 캡쳐
만 65세가 되면 5년마다 적성검사를 통과해야 운전을 계속 할 수 있지만 기준이 허술하다. 6개월 이상 입원했던령 중증 환자들의 진단기록만 알 수 있으며 사고에 치명적인 치매나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은 자진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TV조선 캡쳐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외견상 고령운전자의 기초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도 해당 운전자에게 병원 진단서를 첨부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인지능력 검사를 하면 양호, 우수, 주의 위험군이 구분되는데 위험군에 해당하더라도 면허를 반납하게 할 강제적 수단도 없다”고 설명했다. 적성검사를 통과한 고령운전자도 찜찜하긴 마찬가지다. 1종 대형면허를 소지한 전병욱 씨(72)는 “(적성검사가) 간단하다. 잘못하면 살인자가 되는 건데 철저히 검증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난 20일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인지검사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운전면허를 재취득하게 하거나 별도로 운전 능력을 시험한다. 또 75세 이상이면 2년마다 도로 주행 시험을 재응시해야 하며 주행 교육까지 의무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주정부의 담당 공무원과 의료진이 고령운전자를 판단할 수 있도록 판단 지침서와 의료 지침서 등도 개발하여 제공 중이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교통안전 토론회에서 “고령운전자는 세계적인 추세로 각 국가별로 해결책을 찾아나가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령운전자에 대한 계도 및 규제와 함께 고령자를 위한 관심과 배려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사고 예방을 위해 도로 표지판 개선, 차량에 자동 브레이크 등 충돌방지기능 장착 등 운행 안전을 위한 실효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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