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기자수첩] 게임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8.10.25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진섭 라이프&테크팀 기자
신진섭 라이프&테크팀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과외를 하던 시절, 학부모들은 대체로 게임을 싫어했다.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시간낭비 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어머니는 아들이 방안에서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방문을 뜯어버렸고, 핸드폰을 2G폰으로 바꿨다. 자녀들에게 즐거움의 도구를 앗아간 학부모들은 교육적 목성을 달성했다는 듯 자랑스럽게 방안에 들어가 일일연속극을 봤고, 또 술자리로 나갔다. "그 시간에 책 한 자라도 더 읽어." 이런 말을 하는 학부모 중 자신이 책을 읽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게임이 왜 나쁜지 책이 왜 좋은지 본인도 잘 알지 못했다. 내 눈앞에서 자식이 게임하는 걸 꼴 보기 싫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기성세대는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문화에 반발감을 느낀다. 과거 대중가요, 영화, 만화책은 사회악으로 치부됐고 때론 군화발에 짓밟혔다. 더 옛날에는 바둑이 사회를 좀 먹는 중독물질 중 하나였다. 신고식은 고되다. '모방범죄', '중독' 등 용어를 들어 새로운 놀이에 사회의 온갖 죄악을 뒤집어씌운다. 내 아들이 공부 못하는 이유, PC방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유, 요즘 애들이 '버르장머리' 없는 이유는 모두 '요즘 것들이 나쁜 걸 즐기고 있어서'로 아주 편리하게 설명된다. '나쁨'을 증명하기 위해 게임뇌 이론 등 '유사과학'들이 등장한다.

이 과정 속에 기성세대의 모순과 방치, 무지 등 죄악은 쉽게 죄책감의 그물을 빠져나간다. 당신의 자녀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가 사실, 당신 스스로가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걸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라서, 머리는 유전이라서, 다른 집보다 학원비를 적게 써서, 집안에만 오면 책을 한 자도 보지 않고 밖으로만 나도는 당신을 아이가 보고 자랐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인정 하지 못한다. 방과 후 학원을 뺑뺑 돌던 아이가, 물장구니 공놀이니 할 공간도 없는 도시에 사는 자녀가, 하루 종일 교과서에 참고서를 보느냐 숨이 막히는 자식이 방문을 나가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너 또 게임하러 가니?" 

이번 국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이라곤 고스톱밖에 안 해 본 것 같은 의원들이 아주 쉽게 게임을 재단한다. 우리의 술자리와 골프는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고 '너희들'이 PC방, 핸드폰에서 삼삼오오하는 게임은 골방에서 벌어지는 중독 파티로 그려진다. 신문에선 사회에서 타자화된 이들이 벌이는 범죄에 게임이라는 꼬리표가 의례 따라붙는다. 진입장벽에 낙담하고 소외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이 결국 찾게 되는 게 한 시간에 1000원밖에 안하는 저렴한 놀이공간 PC방이라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는 뒤섞이고 빈곤한 과학적 근거와 통계는 '예방효과'와 '교육'이라는 말로 얼버무린다. 신이 나는 건 병원이고 학부모다. 전자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후자는 자신들의 교육실패를 정당화할 면제부를 부여받게 될 참이다.

대한민국 가요가 불건전 가요란 오명에서 BTS까지 오는데 4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 글로벌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에는 세계적인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있지만 국내 만화산업은 코마상태다. 사회의 적폐를 신문화에 전가했던 기성세대와 정부의 규제 때문에 능력자들은 외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책임전가는 편리하겠지만 애꿎은 돌을 맞는 건 신사업과 젊은이들이다. 언제까지 까뭉개려고 하는지. 저기, 게임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탐사보도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