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휠체어 타고 본 '지스타 2018'… 욕지거리가 나왔다
[르포] 휠체어 타고 본 '지스타 2018'… 욕지거리가 나왔다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8.11.17 18:1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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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벡스코까지 가는 것도 어렵다
벡스코 앞마당, 점자블록 위에 세워진 부스들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지스타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벌써 14번째 행사다. 지스타는 매년 관람객이 증가추세로, 분명 양적으로는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붐비는 인파속에 장애인의 보행권이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도 매년 따라붙는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이번 지스타2018에선 정식 개막에 앞서 장애인 대상 사전 부스투어를 진행하는 등 장애인도 관람할 수 있는 지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말 그럴까. 17일,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지스타를 찾아가봤다. 

◆지스타? 벡스코까지 가는 것도 어렵다

해운대관광안내소에 빌린 수동 휠체어. 예상보다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있는 힘껏 바퀴를 밀어야 조금씩 전진한다.

기사 작성의 원칙은 이랬다. 하반신 장애인이 된 것처럼 숙소부터 휠체어를 타고 벡스코에 가 지스타를 체험하기. 17일 오전 9시, 이곳저곳 수소문 끝에 해운대 백사장에 위치한 해운대관광안내소에서 휠체어를 빌렸다. 손으로 바퀴를 밀어서 이동하는 수동식 휠체어였다. 

남들 눈에 띌까 구석으로 가 휠체어에 탔다. 생각보다 바퀴는 잘 굴러가지 않았다. 팔뚝에 힘을 가득 주고 힘껏 굴려야 1~2m 움직였다. 휠체어에 올라타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대체 뭘 타고 벡스코까지 간단 말인가. 하반신 장애인은 보통의 버스, 택시를 탈 수 없다. 지스타조직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도 장애인이 탈 수 없는 보통의 관광버스였다.

부산시 장애인 택시 '두리발' 예약페이지. 20일까지 예약이 꽉 차있다. 관람객이 몰리는 지스타 기간이지만 두리발 증차는 없었다. 

핸드폰을 켜고 장애인 택시, 저상버스를 검색했다.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택시 ‘두리발’이 있었다. 당일예약은 불가능했다. 20일까지 예약이 꽉 차있었다. 두리발은 지난 4월 기존 30대에서 30대를 더 증차해 총 60대가 운행 중이라는데 숫자가 아직 충분치 않았다. 벡스코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저상버스 노선을 문의했다.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벡스코까지 오는 저상버스 노선까지는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산의 저상버스는 총 532대. 열 개도 넘는 버스회사가 부산에서 저상버스를 운영 중이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여기서 벡스코 가는 저상버스’있냐고 물어볼까. 한세월 걸릴게 분명했다. 내비게이션을 찍으니 벡스코까지는 도보로 40여분. 그까짓 꺼 못갈까 싶어 휠체어를 굴렸다. 

어떤 버스가 저상버스일까. 표지판만 봐선 알 수 없다.
동백섬 입구 버스 정거장. 어떤 버스가 저상버스일까. 표지판만 봐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얼마 못가 휠체어를 타고 벡스코에 간다는 건 비장애인의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경사진 도로가 많았고, 보도블록의 균열 때문에 바퀴가 앞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연석이 가팔라 휠체어가 올라가기 힘들었다. 한번은 언덕 위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데 경사가 져 휠체어가 자꾸만 오른쪽으로,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 했다. ‘어 어’하다가 나도 모르게 발로 땅을 짚었다. 하마터면 고꾸라질뻔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오늘 안엔 벡스코에 갈 수 없겠다 싶었다. 용을 썼는데 10분 동안 50m를 갔다. 팔이 저리고 어깨가 뻐근하다. 휠체어를 운전해 벡스코에 가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 휠체어를 손으로 끌면서 벡스코까지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점자블록 근처에 세워 져 있는 볼라드. 시각 장애인이 과연 볼라드를 피해 지나갈 수 있을까.  

부산도로는 장애인에게 불친절했다. 바퀴가 보도블록 사이 틈에 자꾸만 껴서 손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인도 폭이 너무 좁아서 휠체어를 잡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민폐가 됐다. 도로로 내려가니 방지턱이 앞길을 가로 막았다. 길가 곳곳에는 상인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한번 도로로 내려온 휠체어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인도로 올라올 수 없다. 결국 도로 한가운데로 휠체어를 몰아야 했다. 육교위에 점자블록은 지워지고 이빨이 나가 있었다.시각장애인이었다면 아마 여기서 벡스코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벡스코 가는 길, 한 아파트 내에 설치돼 있는 인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기 불가능 할 정도로 폭이 좁았다.
인도가 좁아 도로로 내려오니 방지턱이 앞을 가로막는다. 얕은 경사도 휠체어로 건너기에는 무척 힘이 든다.
벡스코 가는 도중 만난 육교. 점자블록은 상당 부분 소실된 상태였다. 

◆벡스코 앞마당, 점자블록 위에 세워진 부스들

1시간 정도 걸려 벡스코에 도착했다. 벡스코 앞마당에는 대형 부스들이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물론 비장애인 관람객에 한해서다. 

점자 블록 위에 설치된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야외 부스. 점자블록을 가로막아도 되는 디자인 조형물 정도로 생각했던걸까.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부스는 점자블록 위에 세워졌다. 각종 박스며 음향 장비가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따라갔다면 분명 발이 걸려 넘어지리라.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구글플레이, X.D.글로벌, 지스타 안내 게시판, 미요호 부스. 모두 점자블록 위에 설치돼 있다.  

구글플레이 부스, X.D.글로벌 부스, 미요호의 ‘붕괴3rd’ 부스도 매한가지였다. 시각장애인의 눈을 깔아뭉개고 부스가 세워졌다. 점자블록 위에 세워진 부스는 지난해에도 지적된 문제다. 개선은 없었다. 현재 상태로는 시각장애인 혼자 힘으로는 벡스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지스타에서 시각 장애인은 배제돼 있단 얘기다.

◆너무 높고 계단투성이인 부스들

벡스코 입구까지 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몇 번이나 걸었던 길인데 서서 걸을 때는 모르던 경사가 느껴졌다. 

행사장 내부는 어떨까. 17일, 토요일은 지스타 기간 중 방문객이 가장 많은 기간이다. 애초에 이 기사를 작성하게 된 취지도 여기 있었다. 과연 주말에 장애인이 지스타 관람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 말이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지스타 개막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VIP 관람기간 동안 장애인 대상 사전 부스투어를 운영 중이다. 올해도 200여명의 장애인이 프리 부스투어에 참가했다. 그렇지만 결국 평일, 일부 시간대에 국한된 얘기다. 직장이 있는 장애인이라면 지스타를 주말에 방문하는 게 자연스럽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에도 지스타에 장애인 보행권은 있을까.

10시 반쯤, 휠체어에 올라탔다. 혹여나 누가 알아볼까 후드를 뒤집어썼다. 정체가 탄로 나면 취재가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별도의 준비 없이 장애인을 대하는 부스들의 맨얼굴을 보고 싶었다. 

X.D. 글로벌 부스. 휠체어를 탄 사람이 접근하기에는 시연대가 너무 높았다.

행사장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X.D 글로벌 부스가 보였다. 시연대는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기에는 너무 높았다. 혹시나 해서 주변을 어슬렁거렸지만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직원은 없었다. 가늘게 이리저리 꼬인 대기줄을 보니 휠체어를 끌고 그 안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야외부스부터 행사장 내부까지, X.D 글로벌 부스는 장애인 친화도 빵점이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던 장애인이 수동휠체어를 끄는 나를 보곤 “힘들겠다”며 격려해줬다. 

휠체어에 타고 이용하기에 넷마블 1층 부스는 적절했다. 직원의 응대도 즉각적이고 친절했다. 다만 부스 높이가 조금만 더 낮았으면 이용하는데 더 편리했을 것이다.

넷마블 부스는 괜찮았다.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도 모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시연대가 준비돼 있었다. “이쪽 기계가 더 잘돼요.” 기자가 게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는 듯 보이자 직원이 선뜻 나가와 다른 기기 앞으로 휠체어를 옮겨 줬다. 넷마블 부스에는 기자말고도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모여들었다. 아니, 넷마블 빼고는 장애인이 갈 수 있는 부스가 거의 없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지스타 2018 카카오 부스. 시연에 참여하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보니 그냥 계단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장벽과 같이 다가왔다. 

카카오 부스 앞에 서자 계단에 압도당했다. 각지고 모난 계단을 올라갈 방법이 없었다. 카카오 부스의 꽃은 ‘배틀그라운드for kakao’ 게임으로 펼쳐지는 40대 40 대전. 하반신 장애인은 참여할 수 없다. 계단을 올라가지 않아도 ‘훈련장’ 모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몇 개의 pc를 이용할 수 있다. 휠체어에 탄 상태로 하긴 PC가 너무 높은 곳에 설치돼 있었다. 그마저도 비장애인들이 경기를 관람하느냐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다가갈 수 없었다. 그림의 떡이었다.

카카오 1층 부스. 훈련장 모드를 경험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휠체어를 타고 하기엔 너무 높았다. 

포트나이스 부스? 시연대는 너무 높고 거기까지 가는 길은 좁고 굴곡졌다. 들어갈 수 없었다. 어디 시연대가 붙어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넘쳤다. 앉으니 서 있는 것보다 시야가 좁았다. 이벤트를 위해 설치된 로데오 기계 앞에서 크게 상심했다. 휠체어를 탄 내 처지가 서글퍼졌다.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웃고 떠드는지 알기 힘들었다. 보이는 건 수많은 사람들의 허리와 내 옆을 스쳐가는 다리와 다리, 그리고 또 다른 다리 뿐이었다. 이번 지스타 메인 스폰서에게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내가 실제로 장애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상실감이 가시지 않았다.

포트나이트 부스 앞, 휠체어를 타고 찍은 풍경. 거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앞사람의 허리만 보일 뿐. 

펍지도 계단을 사랑했다. 가파른 계단을 통해서만 대전에 참여할 수 있다. 카카오가 목발 정도라면 타고 오를 수 있는 계단이었다면 펍지 쪽은 계단으로 2층까지 올라가야 이벤트 대기석으로 입장할 수 있다. 평소엔 아무 느낌 없었던 계단들이 내 삶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나를 놀리는 것처럼 그렇게 다가왔다.  

펍지 부스. 시연을 위해선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펍지 부스. 시연을 위해선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휠체어가 절대 오를 수 없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쏟아지듯 무너졌다

핸드폰이 없어졌다. 넥슨 부스로 향하던 중에 일이다. 겨울 점퍼, 오른쪽 주머니 깊숙이 들어있던 핸드폰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차’ 싶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니 서 있을 때보다 주머니 관리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 서서 걸으면야 외투를 거꾸로 뒤집지 않는 이상 핸드폰이 빠져나갈 일은 없다. 휠체어는 달랐다. 앉아 있으니 조그마한 충격에도 물건들이 주머니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나중에서야 휠체어 뒤에 소지품 보관을 위한 가방이 매달려 있다는 걸 알았다.)

입구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불과 수십분 사이에 인파가 더 는 것 같았다. 누가 핸드폰을 집어갈까 마음이 바빴다. 그렇지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는 선택지는 허락되지 않았다. 휠체어는 행동을 둔하게 만든다. 

인파가 밀집할수록 답답함은 커져갔다. 주변을 둘러 볼 공간적 여유가 없으니 사람들은 자신의 허리 밑에 휠체어가 있다는 걸 깨닫기 어려워했다.

제발 걷어차이지 않기만을 바랐다. 매 순간이 위험했다. 꼬마 아이들이 특히 그랬다. 자신보다 아래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걷는 듯 했다. 몇 번이나 정강이를 차였다. 아이들의 팔꿈치가 내 머리에 와 닿았다. 화면에 집중한 아이들은 휠체어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몇몇 부모님들은 미리 눈치를 채고 내게 길을 열어주었지만 일부에 불과했다.  토요일의 지스타란 휠체어를 한 눈에 파악할 만큼 한적하지 않았다. 마음이 옭죄어 왔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죄책감, 핸드폰을 찾아야 한다는 초조감, 언제 어디서 구두가, 팔꿈치가 날라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뒤섞였다.

에픽게임즈와 트위치 부스 사이의 혼잡도가 가장 심했다. 넥슨 부스까지 뚫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트위치와 에픽게임즈 부스 사이를 지날갈 때 인파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쪽에선 유명 스트리머가 반대편에선 현장 이벤트가 관객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정신 팔린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더 앞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등을 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허리춤 사이에서 나는 쥐포꼴이 돼 갔다. 누군가 “여기 휠체어 있어요.”라고 했지만 시끄러운 행사장 내에서 외침은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한 사람이 내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뒤를 따라서 두 사람, 세 사람, 사람 뭉텅이가 내 앞으로 쏠려왔다. 가장 먼저 넘어진 사람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휠체어 어딘가를 잡고 버티면서 “밀지 말라”고 “휠체어가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우여곡절 끝에 인파는 제자리를 잡았고, 휠체어를 위해 인파 가운데 길을 만들어주었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후드를 뒤집어썼다. 이번엔 부끄러워서였다.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느낀 감정은 분명 모멸감과 자괴감이었다. “야 휠체어 있어.”, “야, 야 조심해.” 사람들이 서로 장애를 배려하기 위해 건네는 말들, 그렇게 만들어진 장애인용 통로를 지나가는 기분은 최악이었다.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배려란 걸 알고 있음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어떻게 입구까지 꾸역꾸역 나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벡스코 1층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게시물. 20초 이상 열림 버튼 강제누름 시 문이 자동으로 닫히게 설정돼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문과 엘리베이터 사이의 폭이 높아 혼자서는 휠체어를 몰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20초가 지나면 강제로 문이 닫히게 만드는 것도 거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핸드폰 분실 신고를 하러 2층에 있는 지스타 사무국까지 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있는 홈에 걸려 바퀴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혼자서는 엘리베이터도 탈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20초가 넘으면 문이 자동으로 닫히게 설정돼 있었다. 문에 끼이기 직전, 뒤에서 나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휠체어를 밀어줘서 겨우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수 있었다. 2층엔 프레스룸이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장애인 기자를 본 적이 없었다. 입에서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왔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다시 행사장에 들어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넥슨 부스에는 장애인 전용석이 4석 준비돼 있다고 했다.  가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너무 멀었다. 입구에서 정 반대편에 넥슨 부스가 있다. 그 인파와 굴욕을 뚫고 거기까지 가기에는 이미 체력이 소진됐다. 행사장에 들어간지 불과 한 시간만에 일이다. 

◆지스타, 장애를 허용하지 않는 축제

지스타 2018 부스배치도. 사전 입장으로 취재할 땐 2시간이면 웬만큼 다 돌아볼 수 있었던 규모다. 하지만 주말에 휠체어를 타니 지스타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졌다.  

서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했다. 단 몇 시간의 장애 체험이었지만 지스타는 어제까지 내가 알 던 지스타가 아니었다. 장애를 허용하지 않는 축제였다.

어떤 부스도 수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현장 이벤트가 진행되지만 청각 장애인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다. 수화가 안 된다면 큼지막한 자막이라도 제공할 순 없었을까. 

현장에 장애인을 위한 봉사자를 배치할 순 없을까. 누군가 내 휠체어를 밀어주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휠체어의 존재를 더 빨리 깨달았다면 불의의 사태는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는 ‘도슨트’ 식의 자원봉사자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전용 보행로 개설을 하자는 이야기는 이미 몇년 전부터 나왔다. 

주최측 매뉴얼에는 부스 설치 시 ‘행사기간 중 장애인들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부스 입구에 휠체어 등이 출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써 있다. 분명 부스 입구까지는 휠체어를 타고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 행사에 참여하고 게임을 시연할 수 있는 부스는 몇 없었다. 휠체어 전용석은 주말의 인파에 무용지물이 된다. 

게임은 장애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도구라고 믿었다. 장애와 상관없이 게임 속에서는 하늘을 날고 총을 쏘고 격렬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큰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취미활동에 앞서는 게임의 장점이다. 대한민국 대표 게임 박람회를 자처하는 지스타도 게임 본연의 가치와 닮아있어야 한다. 

그간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애인과 보호자 1인은 무료입장할 수 있게 됐다. 벡스코는 이번 행사에 앞서 영광재활원에 지스타 2018 무료 관람을 지원하고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예전보다 더 많이 부스들이 1층에 장애인을 위한 시연대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모자라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준비된 지스타 B2C관이 주말 관람객을 수용하기엔 너무 비좁다는 것이다.  

“장애는 죄가 아니다.” 누가 이 명제에 거역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기자가 체험한 지스타는 이 명제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 보였다. “장애인이 주말에 오는 건 좀 그렇지?” 행사장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용어 설명

저상버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

볼라드

-보행자용 도로나 잔디에 자동차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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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12-04 07:28:28
비장애인도 돌아다니기 힘든데 장애인 돌아다니는거 배려해달라는게 말이되냐는 사람들은 나중에 보행중에 차사고나도 암말 안하실듯 차돌아다니기도 힘든데 보행자 생각해달라니 말이되냐~

좀 배려해주는것도 아니꼬와서 댓글단다는게 참 한참 멀은 인성이다 싶다.

인대늘어났다 2018-11-19 11:16:51
예전에 어머니가 사업상 독일 전시회를 가실일이 있었다. 출장이틀전 우측발가락 인대가 늘어나 반깁스에 목발을 짚고 출장 가셨다. 전시장 도착하자마자 안내직원이 어머니의 목발을 보자마자 휠체어를 끌고 나와 앉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등의 동선을 잘아는 직원이 전담으로 붙어서 이동을 도와줬다고 했다. 장애인 비장애인 문제가 아니라 불편하면 도와줘야 한다는 의식의 차이다. 기자분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때다. 아직도 멀었다.

1234 2018-11-17 21:39:37
다 좋은데 비장애인들도 넘쳐나는 인파에 힘든 마당에 장애인이 저길 간다고????????????????????? 그까지 배려가 될 정도로 인력이나 설계의 여유가 있다면 좋겠지만 과연........................ 원론적으로는 주최측에서 그정도 배려는 했어야 맞긴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이 기사는 현실파악 못하고 어디가서 제대로 일은 안해본 티가 팍팍나는 기사였다.

11212 2018-11-17 21:31:34
의도된 어그로로 뷰잉수 늘리려는거라면 성공했을지 모르겠지만
기자와 본지의 수준을 알것 같다 ㅋㅋㅋ

rlfprl 2018-11-17 20:34:37
배려가 뭔지 모르는거 같다.

일반인도 보행이 힘든난리통속에서 장애인을 배려해달라고 하는게 현실적인 얘기인가.

제발 생각좀 하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페미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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