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오너리스크가 더 뼈아픈 이유 
'여기어때' 오너리스크가 더 뼈아픈 이유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8.11.29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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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미지는 지명도 이상, 지갑은 더 믿음직한 쪽으로 열려
브랜딩에 강점 보이던 여기어때, 대표 음란물 유통 혐의로 구속
리벤지 포르노, 몰카 등 부정적인 이미지 연상
친밀한 배신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숙박 O2O 업계 2위 위드이노베이션이 풍랑을 맞았다. 심명섭 '여기어때' 대표가 웹하드를 운영하면서 불법 음란물 유통을 방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업계에선 '갑질' 등의 오너리스크 보다 이번 사안이 더 치명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간 쌓아온 기업 이미지와 오너의 혐의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이미지는 단순한 지명도 이상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에세이를 통해 "소프트 경쟁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코카콜라가 브랜드만으로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매년 약 1조 원이나 된다고 한다"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란색 타원형 안에 ‘SAMSUNG’이 새겨진 그룹 로고를 만드는데 1000억 이상을 들였다. 1995년 럭키금성이 LG로 바뀔 때는 브랜드 기본개념 정립에만 당시 약 100만 달러(약 11억), 계약사 로고 교체 등에 800억 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제품이라면 소비자의 지갑은 좀 더 믿음직하고 친근한 브랜드 쪽으로 열리기 마련이다.
 
여기어때는 국내 스타트업 중 브랜딩에 강점을 보이는 회사로 꼽혔다. 지난 2015년 9월 출범한 여기어때는 IT를 결합한 '모텔' 중개업을 사업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갔다. 당시 부동의 1위였던 ‘야놀자’를 앞지르기 위한 후발주자의 선택이었다. IT는 숙박업이 한국에서 갖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브랜딩의 방법론이기도 했다. 여기어때의  지향점은 'IT'와 숙박을 결합한 '스테이테크(StayTech)'였다. 단순 모텔 중개업자가 아닌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서비스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숙박 AI 챗봇 ‘알프레도’를 개발했다. 지난 4월에는 개발자에게 초봉 5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안하며 R&D(연구개발) 분야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정보기술) 개발 인재를 100명 가량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어때는 올해 액티비티에 힘을 쏟으며 외연 확장에 주력했다. 위드이노베이션의 지향점은 단순한 숙박 중계업 이상이었다. 레져와 문화를 관통하는 여가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참이었다. 

여기에 여성에게 문화생활 혜택을 제공하는 '우먼스컬처(Woman’s Culture)' 프로그램, 고급숙소만 모은 '여기어때 블랙', 근로자를 위한 '여기어때 비즈니스' 등을 더하며 위드이노베이션은 여기어때에 문화를 덧칠했다. 기자출신 홍보맨들을 영입하며 언론과의 스킨십에도 공을 들였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7월 발표한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숙박·항공 앱 사용자 수'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사용자수 142만 명으로 198만명의 야놀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2017년과 2016년에는 같은 조사에서 여기어때가 1위였다. 지난해 2월 흑자전화에 성공한 위드이노베이션 설립 3년 여 만에 연매출 500억 원을 올리며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거론할 때 빼놓지 않아야 할 기업이 됐다. 음지에 있던 숙박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칭찬도 따라왔다. 

하지만 대표가 음란물 유통 혐의로 구속되며 그간 쌓아온 브랜드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심 대표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웹하드 두 곳을 운영하면서, 음란물 427만건이 유통하도록 해 52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가운데는 아동·청소년 관련 음란물 172건과 불법 촬영(몰카) 영상 40건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청법에 의해 가중처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 대표는 "웹하드는 지인 것이며, 웹하드를 운영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심 대표가 웹하드의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보고 그를 검찰에 넘겼다. 

숙박업과 음란물은 상극이다. 브랜드를 떠올릴 때 리벤지 포르노, 몰카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될 수 있다. 페미니즘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간 '몰카 없는 업소'를 자처했던 여기어때이기에 심 대표의 범죄 연루 의혹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배신감을 안겨준다. 웹하드를 이용한 음란물 유포는 여성, 안전, 고급화, 트렌디함 등 여기어때의 브랜드 이미지와 정확히 대척점에 서있다. 심리학자들의 평소 친근한 사람이 기대를 저버리는 '친밀한 배신(Intimate betrayal)'은 더 깊은 배반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여기어때의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지난해 3월, 여기어때는 해킹 사건으로 인해 개인정보 91만건, 숙박 이용정보 323만건이 유출되는 대위기를 맞았다. 당시 여기어때는 회원정보와 숙박 예약정보 분리 및 암호화, 개인정보보안 전문가(CISO) 영입 등 재발 방지를 위한 5대 정책을 내놓으며 소비자의 맘을 돌린 바 있다. 이번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시스템은 고쳐서 막을 수 있지만 오너는 시스템을 손보는 자, 시스템의 정점이다. 더군다나 스타트업, 오너의 퍼스널리티가 투자 성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위드이노베이션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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