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된 규정도 무시…회계 전문 감사위원 '기업 입맛대로'
법으로된 규정도 무시…회계 전문 감사위원 '기업 입맛대로'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05.20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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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회계재무전문가 1인 감사위원에 포함되도록 규정
대우조선해양·아모레퍼시픽·대한항공 등 자격 미달 혹은 이력 제대로 공시 안해
"공시 통해 위원 이력 상세히 밝혀야"…문 대통령 공약 '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은 조용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018연도 사업보고서에는 감사위원 중 회계재무전문가가 없어 상법을 위반했지만 아무런 제재없이 넘어갔다. 사진=경제개혁연구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018연도 사업보고서에는 감사위원 중 회계재무전문가가 없다. 상법은 감사위원 중 한 명은 회계재무전문가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경제개혁연구소.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기업 내부에서 감시 역할을 맡은 감사위원들의 선임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회계재무전문가를 감사위원에 꼭 포함해야 하지만 기업들은 후보들에 대해 주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법으로 규정된 자격과 무관한 인물만으로 구성한 경우가 흔하다.

20일 경제개혁연구소가 60개의 상호출자제한 및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회사는 53개 기업집단, 199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아모레퍼시픽,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등 많은 기업에서 감사위원 선정 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상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지만 2조원 미만 회사도 자발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또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하되 이중 3분의 2 이상은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를 1인 이상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또한 2조원 이상의 주권상장법인은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상장 시 형식적 심사요건이기도 하다. 또 자본시장법은 상장사가 사업보고서에 감사위원의 이름 및 선정하게 된 경력을 중심으로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돼있고 회계재무전문 감사위원은 상법에 따른 요건을 확인할 수 있는 경력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이날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199개 회사 중 회계재무전문 감사위원의 이력을 공시한 곳은 131개(65.8%)로 3분의 1에 해당하는 상장사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주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회계재무전문 감사위원 정보를 공시한 131개 상장사들 중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케이스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 대우조선해양은 감사위원 중 최재호 감사위원이 VILC(Vietnam International Leasing Company) 대표이사 출신으로 ‘베트남국제리스회사 사장을 역임한 경영전문가로서 회사 정상화 및 투명경영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돼 사외이사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법 시행령은 회계사, 회계/재무 교수 이외 ‘상장회사’ 업무경력만을 인정하고 있어 베트남국제리스회사의 경력은 감사위원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8연도 사업보고서에 감사위원 3인의 인적사항 중 회계재무전문가 여부가 모두 ‘미해당’으로 표기해 있어 상법을 위반했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주총에 회계 전공 교수를 감사위원에 선임했다.

자격이 의심스러운 경우는 많다. 대한항공은 김동재 교수가 회계재무전문가인 감사위원으로 공시돼 있지만 전략분야를 전공한 교수이기 때문에 상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생산관리 전공 경영학과 교수가 올해 1분기 보고서에 회계재무전문가로 표시돼 있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법조인과 입법부관료, 마케팅 교수로 이뤄져 있으며 신세계푸드는 법조인과 마케팅 교수에 공정위 출신 관료가, 팜스코는 공정위 출신 관료와 전자상거래분야의 전공 교수, CJ ENM은 언론분야의 교수와 전직관료, 공정위 출신 등, 금호산업은 언론인 두 명과 군인 등 회계재무전문가 없이 관료나 학계 출신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한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영풍의 최문선 감사위원이나 KCC의 정종순 감사위원과 같이 그룹 계열사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위원을 회계재무전문가로 선임함으로써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올해 3월 공시서식은 개선됐지만 감사위원의 어떤 이력이 상법에 해당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며 “후보가 재직한 이력 중 상법 시행령 규정에 해당하는 이력을 기재하고 해당 회사의 규모나 후보가 수행한 업무 등을 공시를 통해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경제개혁연구소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현재 주총을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것과 달리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는 제도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재계 반발로 여전히 조율만 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가능하면 굳이 여러 가지 요건을 따지지 않아도 시장에서 적절한 인물을 추천하게 될 것”이라며 “회계재무전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되 회계재무전문가로 임명된 감사위원은 다른 감사위원과 달리 회사의 회계부정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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