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 당신의 자녀도 정신질환자 될 수 있다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 당신의 자녀도 정신질환자 될 수 있다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05.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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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산업협회는 28일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공동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게임 개발자 출신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영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톱데일리DB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8일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공동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게임 개발자 출신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영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이재익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자신의 자녀가 정신질환자가 된다고 할 때, 어느 부모가 받아들이겠는가. 나중에 큰 이슈가 될 것이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28일 국회에서 개최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 본부장은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학부모 단체들이 지금은 찬성을 하겠지만 나중에는 자녀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본부장은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적인 ‘낙인효과’가 될 것”이라며 “10대 청소년이 정신질환자로 코드가 매겨지면 되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고려할 때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입할 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판정을 받은 청소년들이 대학 진학과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단 얘기다. 강 본부장은 서양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처럼 ‘닫힌 문화’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강 본부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한 패널 연구를 근거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문제점이 과장 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은 게임의 문제라기보다는 게임 이용자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의 영향이 컸다. 집안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이 탈출구나 해방구로 삼는게 게임이라는 것. 

이어 강 본부장은 "피험자들의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 촬영을 통해 임상연구를 병행한 결과 게임 과몰입 자체가 뇌에 구조적 변화를 주는 것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각에서는 게임을 할 때 도파민이 분비돼 마약 중독과 유사한 현상을 나타낸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정작 이런 주장에 과학적 근거는 제시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보건복지부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WHO에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찬성 의견을 낸 것은 '일방적인 발언'이라고 했다. 관계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없이 한 발언이 국가를 대표하는 의견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 정책국장은 게임 이용장애 질병화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면피용이나 병역회피 등 사유로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 AR, VR 등 콘텐츠가 중요시되는 4차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최 정책국장은 약 8만 명의 게임산업 종사자가 질병유발물질 생성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고용위축, 산업위축이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업계에 치명적인 피해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영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
전영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오른편 앞열에서 두번째). 사진=이재익 기자

전영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은 “현장에서 게임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게임 때문에 문제 됐다고 말하는 케이스는 적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또 “게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나 연구가 미흡한 가운데 게임 장애 질병 코드화 된 점에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움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전 팀장은 게임 과몰입에 대해 치료적인 측면보다 관리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 팀장은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을 보이는 고위 위험군, 잠재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이 대인관계 문제, 가족 내 친밀감 문제 등과 관련한 지수가 높았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전 팀장은 “게임을 지나치게 하는 것에 대해 중독 개념 중 통제가능여부를 사회에서 중요한 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게임) 통제 여부가능 한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나 반문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게임 개발자이자 게임지식정보유튜브채널 ‘G식백과’ 운영자인 김성회 씨는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기성세대들이 게임을 유해물질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게임을 하면서 저는 한 번도 당당하게 어르신들에게 직업을 말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전자오락으로 돈을 번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김 씨는 게임이 영화, 웹툰 등 대중문화와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희곡과 시에서 연극이 나왔고, 연극이 영화로 발전했으며 영상을 편히 보고자 하는 욕구가 TV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 씨는 TV보다 좀 더 몰입감이 높은, 기존 대중 문화의 변화된 형태가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를 찬성하는 세력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본 영상을 근거로 들며 “게임을 하다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강의를 하더라. (강연자는) 게임에 대한 해악, 증오심을 심어주면서 돈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한국 게임산업을 ‘코끼리’에 비유했다. 싸움을 잘 못하고 덩치가 크고 먹을 게 많다 보니까 코끼리를 뜯어먹으려는 하이에나들이 몰려드는 형국이란 얘기다.

김 씨는 게임 관련 언론 보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이슬람 사원 총기난사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용의자로 추정된 남성은 자신의 범행을 언론이 게임과 결부 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자문자답 식으로 ‘자신과 게임은 관련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언론을 조롱한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일부 한국 언론은 “포트나이트가 날 킬러로 훈련시켰다”는 일부 문장만 인용해 그의 원래 의도와 정반대의 보도를 했다. 김 씨는 이에 대해 “게임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씨는 이번 WHO 결정으로 인해 게임을 이슈의 ‘쓰레기통’으로 삼거나 강력범죄의 원인으로 보는 경향성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상혁 게임법과정책학회장.
임상혁 게임법과정책학회장(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이재익 기자

임상혁 게임법과정책학회장(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은 법적 정책적 문제점 관점에서 WHO의 결정을 분석했다. 임 회장은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가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와의 조화 가능성 ▲개인의 행동 자유와 자기 결정권의 침해 가능성 ▲명확성 원칙 침해 가능성 ▲과잉금지원칙 침해 가능성 ▲경제적 자유(영업의 자유) 침해 가능성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과거 국가절대주의사상의 국가관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국가의 적극적인 문화간섭정책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국가가 어떤 문화현상에 대하여도 이를 선호하거나, 우대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 불편부당의 원칙이 가장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국민의 문화영역에 개입하거나 규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의 핵심이고, WHO의 의결은 그 해석과 집행에 따라서는 게임과 관련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임 회장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 침해 가능성 이번에 통과된 WHO의 의결을 보면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게임’을 ‘디지털 게임과 비디오 게임(digital gaming or video gaming)’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게임과 비디오 게임의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그 게임에 있어서도 치료의 대상이 되는 기준 행위가 무엇인지 등이 매우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임 회장은 “최근 게임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접속되고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 게임 과몰입이 문제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만이라도 게임중독이라는 ‘질병’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판단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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