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3만 시대] ②험난한 취업 길…3년 내 직장 그만 둬
[탈북민 3만 시대] ②험난한 취업 길…3년 내 직장 그만 둬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6.04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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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 ‘단순 노무직’ 가장 많아
취업률 높이려 ‘미래행복통장’...원금 배 돌려줘
“전문 직업인 양성” 한 목소리…문제는 ‘재원 마련’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남한에 정착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 취업은 험난한 과정이다. 사회·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도 버거운데 본인의 힘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일자리를 얻었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일부 탈북민은 남한의 ‘9 to 6(9시 출근해 6시 퇴근)’ 노동문화를 가장 힘겨워 한다. 하루 8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데 이 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근속기간 3년을 넘긴 임금근로자는 10명 중 3명이 채 되지 않는다.

북한이탈주민이 겪고 있는 취업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없는 지 낱낱이 파헤쳐 본다.

하나원과 남북하나재단이 지원하는 취업 관련 프로그램 팜플릿. 남북하나재단은 통일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원, 단기연수, 직업역량강화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최종환 기자)
하나원과 남북하나재단이 지원하는 취업 관련 프로그램 팜플릿. 남북하나재단은 통일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원, 단기연수, 직업역량강화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최종환 기자)

■ 직업교육 받았지만 안정된 일자리는 ‘글쎄’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2018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더 나은 남한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 1순위로 ‘취·창업 지원(24.9%)’이 꼽혔다. ‘먹고 사는 문제’가 북한이탈주민의 최대 관심거리인 셈이다.

2008년 탈북한 김미숙(37·가명) 씨는 “처음 남한에 정착하면 돈을 벌려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보호·교육기관인 하나원은 탈북민의 안정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취업·직능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크게 12주 406시간 동안 사회적응 훈련을 한다. 세부적으로 영아·유치·초등 등 연령·성별에 따라 7개 반을 개설, 우리사회 이해 증진, 진로지도 및 직업탐색, 초기 정착지원, 생애설계 등을 교육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전국 60개 종합고용지원센터도 북한이탈주민 취업보호담당관을 통해 직업상담, 취업알선, 고용지원금 접수·신청 등을 돕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직업훈련에 대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탈주민의 직업훈련 수료율은 87.7%에 육박하지만 유관 분야 취업은 쉽지 않다. 이들의 세부 취업 현황을 보면, ‘단순 노무 종사자(22.5%)’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서비스 종사자(18.1%)’, ‘장치, 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11.7%)’,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11.1%)’,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10.6%)’가 뒤를 이었다.

근속기간 3년 이상 된 임금근로자도 27.5% 밖에 되지 않았다. 10명 중 7명은 입사 후 3년 내 직장을 그만 둔다는 이야기다. 하나원에서 직업훈련을 받더라도 전문성을 쌓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하나원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미숙 씨도 “사실 (하나원 교육은) 직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훈련 폭이 좁고 전문적이지 않았다. 배운 내용을 사회에서 써먹는 일이 매우 적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의 직업 수요를 감안해 하나원에서는 자격증 취득, 기술 계발 등 다양한 직업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남한의 수많은 직업을 특화해 교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학생이 전공에 맞춰 취업을 하지 않듯 하나원도 다양한 진로경험을 제공하는 수준이다”고 했다.

남북하나재단은 지난 1일 KEB하나은행 명동사옥에서 미래행복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재무․자산관리, 신용관리, 재무설계 등 금융상식과 ‘이사와서 성공하기’라는 주제로 금융교육을 가졌다.(사진=남북하나재단 제공)
남북하나재단은 지난 1일 KEB하나은행 명동사옥에서 미래행복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신용관리, 재무설계 등 금융상식과 ‘이사와서 성공하기’라는 주제로 금융교육을 가졌다.(사진=남북하나재단 제공)

■ 취업률 높이려 적금 지원 ‘사각지대’ 존재

통일부는 2015년 북한이탈주민의 자산을 불리고 취업 동기를 높이고자 ‘미래행복통장’을 도입했다. 근로소득이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지정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해 약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같은 금액을 적립해주는 제도다.

자격 요건은 2014년 11월 29일 이후 남한으로 넘어와 보호결정을 받은 사람이다. 또 최초 거주지 전입 후 6개월이 지난 후 3개월 이상 취업을 해야 한다. 약정 금액은 근로소득의 30% 범위 내로 월 최대 50만 원이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월 10만 원씩 최소 약정 기간인 2년(최대 4년) 동안 돈을 부으면 원금 240만 원의 두 배인 4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미래행복통장의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취업 동기를 북돋아 주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어서다. 누적 가입자는 제도 시행 첫 해인 2015년 10명을 시작으로 2016년 190명, 2017년 572명, 2018년 1030명까지 늘었다. 지난 고용보험 가입자가 1037명인 것에 비춰보면 가입률이 100%에 가까운 셈이다.

강철 남북하나재단 정착금지원팀 과장은 “아직 만기 가입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미래행복통장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점이 이 제도의 큰 장점”이라고 했다.

다만, ‘전입 후(하나원 퇴소) 5년 내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미래행복통장 수혜에 사각지대로 작용하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남한에서 학업을 잇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이선영 씨(29·가명)는 “취업을 하지 않고 대학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미래행복통장에 가입할 수 없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4년이 훌쩍 지나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남한에 정착했지만 학업이나 다른 이유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북한이탈주민은 이 같은 요건 탓에 적금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학생이나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혜택을 보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학생 북한이탈주민은 미래행복통장에 가입하지 못하더라도 등록금 면제 등 다른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 제도의 취지는 보호기간(5년) 내에 취업과 안정적으로 자산형성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고 했다. 이어 “미래행복통장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는 다뤄진 바 없다”고 했다.

이미지=픽사어베이(pixabay)
이미지=픽사어베이(pixabay)

■ “전문 직업인 양성해야” 한 목소리… 문제는 ‘재원’

북한이탈주민과 정책 실무자들은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특정 분야의 ‘전문 직업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 기술로 저임금·단시간 일자리를 얻기보다 미래를 내다 본 수준 높은 진로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4년 탈북해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박미선(25·가명) 씨는 “주위에선 금융․교육 관련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정부에서 받는 교육은 기초교육에 머물고 있어 수혜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취·창업 지원을 위해 마련한 올해 통일부 자체 예산은 20억원이다.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선 세금을 더 투입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는 “전문 직업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문제는 한정된 떡(예산)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북한이탈주민이 변호사가 되기 위해선 로스쿨에 진학해야 하는 데 여기에 투입할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누구에게 줄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자칫 남한 주민에 대한 역차별이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안으로 “민간 기구(단체)와 협업해 양질의 취업 프로그램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제2하나원에서는 자격증 취득, 직업훈련 심화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이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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