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앞 '티저시위'의 전말
오뚜기 앞 '티저시위'의 전말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06.10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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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서울 대치동 오뚜기 본사 앞. 주최자도 이유도 모르는 '티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톱데일리 DB
지난 6월 5일 서울 대치동 오뚜기 본사 앞. 주최자도 이유도 모르는 '티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톱데일리 DB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서울 대치동 오뚜기 본사 앞에서 의문의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시위 주최자도 없고 왜 하는지도 모르는 의문의 시위, 일명 ‘티저시위’입니다. 

시위 내용은 이렇습니다. “억울합니다!”, “회장님, 면담요청합니다.”, “12억원! 한 달 급여 몇백만원 받는 오뚜기 영업사원이 책임져야 되나요? 존경하는 오뚜기 회장님.” 등 현수막 아래로 매일 4~5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물어봐도 답이 없습니다. 근 두 달간 시민, 기자, 업계 관계자들의 궁금증만 커지고 있습니다.

불법은 아닙니다. 관할서인 수서경찰서를 통해 신고를 마친 적법 시위입니다. 그런데 오뚜기도 시위자도 모두 입장을 내놓지 못합니다. 왜 시위자는 12억원을 요구하는 걸까요. 영업사원은 무엇이며 오뚜기는 왜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해야 할까요. 기자들이 시위자들에게 명함을 건네도 주최측으로부터 답변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뚜기, DC해준다고 약속해놓고 어겨…2년 간 장려금 12억원 달라

사진=톱데일리DB
지난 4월부터 6월 10일 현재까지 시위자들이 오뚜기 본사 앞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사진=톱데일리DB

톱데일리는 한 유통업계 관계자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건네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위 주최자는 유통업계 종사자 최씨였습니다. 

최씨는 2년 전 오뚜기와 거래를 할 당시 영업사원 B씨에게 물품금액의 약 14% 가량을 할인해달라고 했고 영업사원이 이를 구두로 수락했다고 주장합니다. 유통업계 관행에 따르면 이런 경우 즉시 할인을 받는 형식이 아니라 물건판매 후 익월 또는 그 후에 장려금 형태로 점주들에게 돌아갑니다. 매월 발생한 장려금은 물품대금에서 공제합니다. 일종의 페이백 방식입니다.

최씨는 지난 2년간 오뚜기로부터 받지 못한 장려금(할인액)이 12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깍아준다고 해 놓고는 입을 싹 닦았다는 거죠. 그가 ‘억울하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오뚜기는 그렇게 줄 수 없다 합니다. 서로 셈법이 다릅니다. 장려금이 명문화된 제도도 아닐뿐더러 본사와의 사전합의가 되지도 않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최씨는 직원들을 두 달 째 오뚜기 본사로 보내고 있습니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영업사원은 행방이 묘연합니다. 최씨는 자신-영업사원-오뚜기의 3자 대면을 요구하지만 오뚜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업사원이 나온다고 단 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한 달 급여 몇 백만원 받는 오뚜기 영업사원이 책임지기’엔 액수가 너무 큽니다. 

시위가 장기화되자 오뚜기 관계자는 최씨와 만나 협의를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습니다. 최씨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 면담을 요구하지만 오뚜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 합니다. 

■왜 그들은 서로 침묵하는가

최씨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씨는 수개의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강성 점주’로 알려질 경우 다른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최씨는 오뚜기와 소송전 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듯 합니다. 소송에 가면 3심까지 긴 세월과 적지 않은 소송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티저 시위’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모호하지만 오뚜기 관계자는 알 수 있을 정도의 메시지로, 기자들의 호기심을 끌을 만한 대자보를 걸고 매일같이 오뚜기 앞에 진을 치게 했습니다. 본인은 숨기면서 오뚜기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오뚜기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긴 어려워 보입니다. 구두 계약이라도 엄연한 계약인지라 계약 파기 또는 거부 의사 없이 2년간 지속된 계약은 그 효력을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할인이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보면 영업사원이 배상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영업사원이 12억원을 전액 배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상당액을 오뚜기가 물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영업사원이 본사에 보고했다고 하면 오뚜기는 최 씨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어느 쪽을 골라도 진퇴양난이죠.

더 큰 문제는 이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제2, 제3의 최씨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과연 이런 구두 할인계약이 오로지 최씨만의 문제일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영업사원은 원칙상 매월 점주와 직접 발주량을 협의하고 재고를 맞추고 할인액 등을 합의해 마감장(정산장)에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영업사원은 개인 당 수백개의 점포를 관리합니다. 시간적‧물리적 한계로 인해 이를 전화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주들도 할인액(장려금)을 매월 꼼꼼히 살펴보지는 않습니다. 최씨 시위 전말이 알려지면 오뚜기로부터 물품을 받는 전국의 수천, 수만의 점주들이 자신의 회계 장부를 되짚어 보게 될 겁니다. 오뚜기가 본사 앞 시위가 계속 됨에도 ‘가타부타’를 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또 하나,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공정위는 이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매달 점주와 영업사원이 마감장에 사인을 해서 합의를 하게 하고 있습니다. 매달 사인만 받았다면 이번 사태는 미연에 막을 수 있었습니다. 원칙만 지키면 간단하게 해결 될 문제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오뚜기 상품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아마 함 회장도 오뚜기 총 상품개수를 모를 겁니다. 오뚜기 동네슈퍼마켓부터 대형마트까지, 전국 유통망을 갖췄지만 현대화된 정산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건 요원해보입니다. 관리할 판매 품목은 너무 많고, 일선은 지나치게 분주합니다. 지난 2018년 오뚜기 매출은 2조2467억원, 대체 몇 개의 라면과 마요네즈를 팔아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인가요. 

지금의 관리시스템을 탈피해 제대로 다시 만든다면 영업사원과 점주들의 반발에 부딪혀야 할 테고, 인건비와 SI 용역 등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될 겁니다. 오뚜기의 마감시스템을 현대화 하는 건 오뚜기를 다시 세우는 것만큼 어려운 과제일지 모릅니다. 

추측컨대, 오뚜기 직원들이 이 사건에서 가장 두려운 점은 이 부분일 겁니다. ‘갓뚜기’ 속에 감춰진 오뚜기의 취약점을 ‘회장님’께 보고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것. 함 회장은 취임 후 차와 건강식품 등 사업다각화에 주력해왔습니다. 제대로 된 마감 시스템 정비 없이 늘어난 상품들, 최씨 사건의 책임에서 함 회장도 자유롭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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